2018년 9월 16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그 날은 나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이었다. 그날 나는 몸이 아파 온몸에서 열이 났다. 가지말까? 생각했지만 가야할 것만 같았다.
나의 스물아홉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하하 호호 즐겁게 웃으며 반짝일 거라 예상했던 나의 스물아홉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앞도 뒤도 꽉 막혀버린 것 같았던 시간들. 너무 불안해 내가 걸어온 시간마저 부정할 뻔 했었던 순간.
강의장에 들어서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건, 그 강의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었다는 거였다. 나처럼 미래를 걱정하는 20대가 가득할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누군가는 10년간 20년간 아이만 바라보며 그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응원해왔고 이제야 자신의 인생을 찾는다 말했다. 누군가는 갓난아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어렵게 어렵게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제주에서 부산에서 전국 각지에서 아이를 둔 엄마들이 그 날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였다. 그들은 간절했고 그들의 눈은 반짝거렸다. 지금 현재는 힘들지만 나의 미래는 눈부실 거라는 확신.
그 순간 나는 나의 미래를 봤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구나. 나도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와 함께하며 일하기 위해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겠구나. 그리고 그 때의 준비과정은 지금보다 더 어렵겠구나.
무수히 많은 엄마들의 응원을 받고 강단에 선 선생님은 반짝반짝 빛이 나 보였다.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했고 회사 밖으로 나왔다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블로그와 글쓰기가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너의 꿈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그 날의 강연장에서 느꼈던 열기 때문인지 아주 오랫동안 그런 질문을 받아보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그날 몸이 아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꿈처럼 몽롱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강의 마지막에 보게 되었던 내 꿈 그대로 살고있는 사람들을 영상으로 담은 ‘디지털노마드 다큐멘터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스물아홉의 내 생일날 나는 결심을 했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디지털노마드로 살아야겠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내게 그건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강의를 들으러 갔던 날 내 옆자리에 앉아 커다란 노트북을 꺼냈던 분이 있다. 아주 간단한 기능이었는데 이걸 몰라 한 달 동안 집에서 혼자 고민했다는 그녀. 아이를 둘 키우고 있어 오늘처럼 강의를 들으러 오는 게 쉽지 않다고 오늘은 친정에 아이들을 맡기고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옆자리에 있는 내게 물어야 겠다는 그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알려주었다.
아주 간단한 그 기능을 알려주는 나에게 그녀는 연신 고맙다 말했고 속사포처럼 그동안 궁금했던 블로그 기능들을 질문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어떤 일을 하세요?”
“저는 마케터에요. 마케팅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방치되어 있지만 개인블로그를 아주 오랫동안 운영해왔어요”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또 다른 누군가도 내게 질문을 했다. 질문에 답변을 하던 순간 뭔가 모를 에너지가 생겼다. 수업이 다 끝나고 사람들이 다 집에 돌아갈 때까지 나는 자리에 남아 사람들이 질문하는 것에 대답을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