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한 끝에 찾아오는 우연한 행운
나는 다시 원숭이 숲을 지나 논 풍경이 바라보이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 도착해 갈증 난 목을 축였다. 책장엔 <Eat. Pray.Love>가 빼곡히 꽂혀 있었다. 점괘를 떠나 주술사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세렌디피티>라는 영화가 있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여자와 운명은 만들어가는 거라고 믿는 남자. 여자는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남자에게 만날 사람은 결국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며 운명을 시험해 보기로 한다. 5달러 지폐에 남자의 연락처를 적게 한 뒤 그 돈이 자신에게 돌아오면 연락하겠다고. 자신의 연락처는 책에 적어 헌책방에 팔 테니 그 책을 찾게 되면 연락하라면서. 상대방의 연락처가 운명처럼 손에 들어오는 날 우리는 만나게 될 거라고.
둘은 그렇게 헤어지지만 불쑥불쑥 떠오르는 상대방을 그리워한다. 그리하여 결국 서로를 찾기 위한 행동에 돌입하게되고 지쳐 포기하려고 할 때 즈음 기적처럼 서로의 연락처가 적힌 지폐와 책을 각각 손에 넣게 되고 둘은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아니, 그냥 처음부터 만났으면 이렇게 생고생 안 해도 될 것을! 하지만 안다. 서로를 찾아 헤매었던 그 과정이 없었다면 운명적 만남도 없었을 거라는 것을.
운명이란게 정말 있다면, 그래서 삶이란 다 계획되어 있고 우린 운명대로 살아가는 거라면, 도대체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이미 다 정해져 있다면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나는 운명이 궁금해 멀리 이곳까지 날아왔다. 끄뜻이 해준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건 나도 몰라.
나는 그저 보이는 대로 알려줄 뿐
무언가를 하고 안하고는
결국 너한테 달려있는 거야
그동안 이것이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수많은 우연의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낸 것은 아닐까. 주술사와 내가 만날 운이라면 길에서 우연히 맞닥뜨려야 마땅할 일이다. 하지만 그를 만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동분서주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휴가를 내고 비행기 티켓을 사고 인터넷의 바다에서 그를 찾아 헤엄쳤다.
운명이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제 발로 찾아오는 건 아니었다. 나에게 다가 온 우연을 운명으로 내가 만들어야 했다. 우연은 ‘끌림’이라는 느낌으로 종종 다가왔다. ‘세렌디피티’란 노력한 끝에 찾아오는 우연한 행운을 뜻한다고 한다. 세상에는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보물과도 같은 운명이 있고, 보물을 발견하기 위한 끌림에 응답할 때 비로소 우연한 행운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떠한 운명을 만날지는 결국 스스로 선택하는 것일 테지.
점쟁이가 해준 말을 떠올려 보았다. 그대의 삶은 Journey. 따지고 보면 우리의 모든 삶이 Journey, 끌림에 의해 운명을 찾아가는 여정은 아닐까.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우붓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