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꽃처럼 향기로운 하루 되게 하소서
우붓의 아침은 꽃으로 시작되었다. 산책을 나섰다가 조그만 꽃바구니들이 여기 저기에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네모난 바구니 안에는 색색 가지 꽃들과 과자, 향초가 선물세트처럼 들어있었다. 숙소의 마당에도, 방금 문을 연 가게 앞에도, 사원의 돌계단 위에도, 교통이 많은 도로의 삼거리에는 듬뿍듬뿍.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꽃.꽃.꽃. 이른 아침 길을 나선 나는 자칫 꽃을 밟지않도록 주의를 하며 걸어야 했다.
이것은 ‘차낭’이라고 부르는데 아침마다 신께 제물을 바치며 하루의 안녕을 빈다고 했다. 발리인들은 이 의식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치른다. 이들은 운명은 믿지만 그것이 정해져 있다는 건 믿지 않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매일 신에게 안녕을 기도하는 삶은 살 수 없을 테니까.
어제 좀 떼를 쓰고. 후회할 말을 하고. 해야 할 일을 못하고. 그래서 오늘 여전히 같은 사람으로 눈을 뜬다 해도 아침마다 이런 작은 의식을 행한다면 손톱만큼이라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오후가 되면 슬슬 떼를 쓰기 시작하고, 또 다시 후회할 말을 하고, 해야 할 일은 내일로 미룬 채 여전히 같은 사람으로 잠든다 해도. 그래도, 오늘도 무사히! 오늘도 안녕! 하고 말할 수 있다면.
하루의 안녕을 빌기 위해 꽃바구니를 들고 사원으로 향하는 소녀를 따라가다 보니 아침 시장이 서고 있었다. 붉고 노란 꽃들이 커다란 광주리마다 한가득. 꽃을 팔던 아주머니가 싱싱한 프랜지파니 한 송이를 내 머리에 꽂아주었다. 나는 미친년처럼 히죽히죽 웃음이 났다. 하지만 여기는 우붓. 나처럼 머리에 꽃을 매단 여인들이 눈으로 웃으며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마다 길다란 사롱 치마가 사각거렸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머리에서 은은한 향이 나던 아침이 참 좋았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오늘도 꽃처럼 향기로운 하루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