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퇴사, 이직이 답일까? feat. 판교 계약직

후배가 퇴사한다고 하면 응원하지만, 동시에 같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by 스톤처럼



"00씨, 대학교 졸업하면 뭐하고 싶어요?"




"00야, 졸업 후 계획은 무엇이니?"




"네, 저도 과장님처럼 멋진 직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




경기도 판교 삼평동 어느 햄버거 가게에서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각자 앞에 있는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코카콜라는 투명 컵 색깔을 점점 투명해졌습니다. 코카콜라가 이렇게 큰 존재였나. 콜라는 '빨대'라는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처럼 요란한 소리를 남기고 있었습니다.



빈 그릇을 앞두고도 이상한 기류는 계속되었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미묘한 감정이 공기를 타고 퍼지는 분위기, 이게 바로 어색함이라는 건가. 과장님 두 분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보고 계산하라고 하시는 건가? 아직 이번 달 월급 받기 전인데...



끝내 이해할 수 없어서 지갑을 꺼내려는 순간, 과장님께서 선수 쳐서 우리 3명의 식사값을 계산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기 전, 우리는 판교 금토천을 따라 산책하였습니다. 하늘을 찌르는 햇살로 광합성하였습니다. 하지만 3명 모두 사색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햄버거 가게에 이어 아무 말 없이.



그 무렵, 나의 나이는 20대 초중반 휴학생. 과장님은 30대 중후반 직장인.


판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시절, 대학생이면서도 대학생이 아닌 듯한 기분에 일하고 몰입하던 그 시기.



20대 초중반 휴학생은 과장님 두 분을 존경하면서도 부러워했습니다. 자기소개 10분 대신 명함 한 장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명예, 그 이상의 말은 소용없다고 보이는 듯한 대기업. 안정된 봉급 체계와 풍부한 복지제도. 주말이면 가족끼리 근교 나들이를 떠날 것처럼 보이는 라이프스타일. 심지어 일까지 잘하셔서 인정받는 오피스 라이프. '스마트폰'이라는 트렌드와 함께 무한 성장할 것처럼 보이는 업계 상황.



부러워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판교 계약직 경험'은 강렬하였습니다. 계약직에서 복학생 신분으로 바꾸고 나서, 저의 꿈은 번듯한 직장이 최종 종착지인 것처럼 열심히 살았습니다. 지금 꿈꾸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화려한 타인을 보고 내 꿈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내 마음을 지배하였던 말은 다음과 같았으니 말이죠. '언젠가 나도 그 과장님처럼 살 거야'



"과장님께서 원했던 답, 아니, 과장님이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모릅니다. 퇴사한 이후에도 '판교 삼평동 햄버거 가게'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는 지금까지 듣지 못했습니다. 과장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당신 눈앞에 앉아있는 왜소한 계약직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는지.



벌써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지인을 만나거나, 또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면 '직장인이시죠?'라는 말을 하고는 합니다. 20대 초중반 계약직이자 휴학생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은 '이제는 확실히 직장인 느낌이 든다'라고 말합니다.



20대 초중반에서 30대 중반을 향하는 지금, 저는 그때 그 시절 과장님과 비슷한 또래의 나이를 먹게 되었습니다. 명함과 함께 자기소개 1분이 필요하고,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연봉 인상을 기대하고,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휴일만큼은 온전히 내 시간을 즐기려고 하고, 직장 내 초고속 승진보다 길게 보고자 하는 포지션, 글로벌 트렌드보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나의 상황.



한때 과장님처럼 사는 것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시간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거쳐 관련성 드문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장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하는 시기에 도래하였습니다.



"직장인이 되어보니 과장님이 하고 싶었던 말을 나름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대 초중반 계약직으로 일하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는 게 보이고, 삼평동 햄버거 가게에서 흘렀던 침묵의 의미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과장님은 순수한 계약직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건 바로 "내가 주체인 삶"입니다. 직장인이 된다고 응원하셨을 것 같습니다. 사업을 한다고 해도 격려하셨을지도 모르죠. 프리랜서로 일하고자 마음을 굳혀도 반대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분은 그랬던 분이니까.



판교 계약직을 하면서 회사와 현실을 배우던 그 시간 동안 종종 "경험"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자주 언급하였습니다. 좋아 보인다고 해서 맹신적으로 쫓는 걸 경계하셨습니다. 그러니 직장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달려드는 것보다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는 인생을 살기를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2020년 사람인(SARAMIN)에서 '기업 10곳 중 9곳, MZ세대 회사에 바라는 것 달라!'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 있습니다.



◎ MZ세대가 이전 세대와 달라진 점 (출처: 사람인)

1위. 워라밸을 중시하고 보장을 요구 (62.1%)

2위.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59%)

3위. 개인의 개성 존중받기 원함 (36.4%)



MZ세대가 이전 세대와 달라진 점 1, 2, 3위를 보면 "주체성"과 관련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워라밸은 근무 외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기를 원하기에 요구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도록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각자 성향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개성 존중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가 잘못되었다, 이전 세대가 틀렸다고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MZ세대가 회사에게 바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위와 같은 MZ세대가 원하는 것에 대해 아래와 같은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암, 그게 맞지."



네, 실제로 MZ세대가 조기퇴사를 더 많이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주변에서도 일찌감치 자신의 길을 찾아 퇴사한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직"을 선택하는 걸 자주 목격하였습니다.




출처 '이태원 클라쓰'



제가 원하는 건


자유입니다.


누구도 저와 제 사람들을 건들지 못하도록


제 말, 행동에 힘이 실리고


어떠한 부당함도


누군가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제 삶의 주체가 저인 게 당연한,


소신의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 대사 中 -






"이직"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후배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과연 이직이 답일까?"


"이직을 한다고 해서, (퇴사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까?"


"누군가를 피해서 다른 직장으로 가면 그곳은 또 다른 빌런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후배들이 속 깊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저 또한 용기 있게 말해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반대하더라도 후배 스스로 결심한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죠. 충분히 자질이 있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으니까.



저 또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지만, 고민거리를 가진 지인이 있으면 그들의 생각에 조금 더 넓은 선택지를 볼 수 있도록 공감해주고 있습니다. 20대 초중반 판교 계약직이자 휴학생이 보다 멀리, 더 넓게 보지 못 하였던 아쉬움이 공감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언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변화를 꿈꾸는 사람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꼭 이 질문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직 선택지만 아니라 다른 선택지도 고려해 보는 건 어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 예전이라면 무시되었을지 모르는 나만의 강점을 살린 크리에이터. 나 자신이 곧 회사가 되어 일하는 1인 기업 등등.



여전히 불안정하고, 누군가는 '레드오션'이라고 극구 말릴지 모르지만 '한번 해보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못 한다고 말한다고 해서, 너 또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말이죠.



"네, 저는 과장님처럼 멋진 직장인이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 저도 이런 말을 들을지 모릅니다. 평일 직장 근처 어느 햄버거 집에서, 또는 주말 오전 합정・홍대 거리에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간절하게 조언을 구하고 싶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20대 초중반 계약직으로 일하던 어느 청년과 같은 답변을 한다면, 조심스레 첨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나는 네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직장인도 좋아, 사업가도 좋아, 동기부여 연설가도 좋아. 무엇이든 좋아. 다만, 네가 주체인 게 당연하도록 네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갔으면 좋겠어."



(내 마음에 대한 해설, 나의 찐 속마음)


'나는 존경하는 30대 후반이었던 그 과장님의 말을 알아듣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거든. 너는 나보다 훨씬 머리도 좋고, 충분한 자질이 있으니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인생은 유한한 시간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 너 자신을 위해 도전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까.'




카카오 브런치 벚꽃 롯데 시그니엘 타워.JPG 자유. 나를 위해 소신있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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