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직장인 예비 퇴사자, 퇴사 또한 '잘' 해야 합니다

- 아름다운 퇴사를 만들기 위한 태도는 무엇이 있을까

by 스톤처럼

우리 집 앞에 편의점이 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나, 집에서 나오는 길 편의점을 지나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슬리퍼 차림으로 안 꾸민듯한 스타일로 갈 수 있으니 편의점을 종종 이용하는 편입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 프링글스 오리지널을 먹고 싶어서 편의점을 들렸습니다. 보통 그 시간에는 편의점 사장님께서 직접 업무를 보시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편의점 사장님께서 계산을 도와주셨습니다.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어서 서로 안면 있는 사이입니다. 결제를 마치고 인사를 드리자 사장님께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시는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마침 편의점에 다른 고객도 없어서 편의점 사장님 고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르바이트하는 분께서 사전 연락 없이 잠수를 탔고, 며칠 뒤 그동안 일한 부분에 대한 급여만 보내달라고 문자 한 통만 남겼다고 합니다. 잠수타기 시작한 날이 아르바이트하는 분께서 야간근무 예정이었으나, 출근하지 않은 관계로 사장님께서 나왔다고 합니다.



물론 그만둘 수 있고 그들의 사정 또한 이해하지만, 사전 연락없이 잠수타는 것으로 퇴사 의사를 비추는 것에 점점 지친다고 하였습니다. 적어도 미리 말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사장님과 대화를 마치고 편의점을 나오는 길, 바로 집으로 향하지 않았습니다. 동네 산책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퇴사 면담하였던 경험이 기억났습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성공이었다고 말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희망찬 시작이 있다면 유종의 미를 보여주는 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끝내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듯이.



오늘은 인생에서 첫 퇴사를 앞둔 예비 퇴사자분들을 위해 퇴사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예비 퇴사자분들 심정을 공감합니다. 최대한 솔직 담백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스스로 결정하고도 흔들리는 인생이 걱정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서 있는 예비 퇴사자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오후였습니다. 전화벨 소리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로 사무실은 분주하였습니다. 오늘은 나에게 특별한 날입니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향한 또 다른 걸음을 떼기 시작할 날이기 때문입니다. 퇴사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외부로 말해야 합니다.



사실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고민하였던 문제였습니다.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여기저기 떠들고 다닐만한 이슈가 아니기에, 신중하게 고민하였습니다. 나 스스로 또한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고, 다각도에서 고민하기 위해 나만의 기준 10가지를 세웠습니다. 아무리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하여도 후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다음 달이 되었을 무렵, 나만의 기준 10가지를 모두 충족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스스로 후회할 수 있어도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을 다 잡았습니다. 그 후에도 수차례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결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이 밝았습니다.



네, 오늘은 퇴사 의사를 밝히는 날입니다. 오후 업무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나에게 오는 사내 업무 메신저에 대한 답변도 마무리하였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우측 대각선 뒤쪽에 위치한 팀장님 자리로 갑니다. 팀장님께서 결재 서류를 검토하고 계십니다. 왜? 무슨 일 있어? 할 말 있어?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팀장님께서 결재 서류를 내려놓습니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회식, 보고 자리 외 이렇게 뚫어져라 팀장님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와 비슷한 또래인 팀장님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같은 파티션에 위치한 우리 팀원 모두 '동작 그만!' 명령을 들은 것처럼 숨 죽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야? 잠깐 면담할까?

네, 시간 괜찮으십니까? 괜찮으시면 잠시 휴게실에서 뵙고 싶습니다.



100m 도 되지 않는 사무실 복도가 오늘따라 유독 길게 느껴집니다. 다른 팀에 있는 직원들이 파티션 너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휴게실 한쪽 구석에 팀장님과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누가 먼저 말을 시작할까- 게임을 하는 것처럼 서로를 바라봅니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더니 팀장님께서 먼저 말을 꺼내십니다. 무슨 일이야? 왜 그만두는 거야?



"왜"라는 질문은 항상 어렵게 느껴집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고 합니다. 어느 심리학 책에서 읽었습니다. 상대에게 "왜"라는 물음을 받으면 어떤 심리 작용으로 인해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받기 쉽다고 합니다. 마치 내 의사에 제동이 걸린 것처럼.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퇴사 의사를 밝히는 것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의사를 들은 팀장님은 팀장님의 상사에게 보고해야 하고, 회사는 그에 따른 일처리를 해야 합니다. 즉, 한번 퇴사 의사를 밝히면 번복하지 않는 게 예의이기에, 확실한 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팀장님을 설득하는 게 아닌, '내 의사를 명확히 밝히자'라는 작은 목표에 준수하여 명확히 퇴사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팀장님은 간섭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적절한 솔직함이 섞인 이야기를 마치니 팀장님께서 말하시려고 하십니다.



내 이야기가 끝나고 팀장님 입이 떨어지기 전까지 수만 가지 생각이 듭니다. 과연 무슨 말씀을 하실까? 버럭 화내실까? 퇴사에 따른 문제를 제기하고 묵살하실까?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존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낮은 성능으로 수많은 작업을 시도하는 컴퓨터처럼 이마에서 열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확고한 의지로 재부팅됩니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하였습니다. 나의 의사를 밀어붙이기로 결단하였습니다.



팀장님께서 입을 엽니다. 회사 내 작은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나를 설득하시려고 노력하십니다. 몇 번의 대화를 주고받은 후 팀장님께서는 '퇴사 의사'에 대해 접수하겠다고 답변하십니다.



저는 회사를 싫어해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월급을 받으며 일했던 '프로'이기에 마지막 근무일까지 나의 업무에 대해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합니다. 지금으로부터 두 달 뒤 퇴사하기로 합니다. 업무 인계자에 대한 트레이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두 달 동안 업무 인계자를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합니다. 내 업무에 대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업무 인계자가 내 업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퇴사일이 확정되고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날, 박수를 받으면서 떠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애증의 관계가 있던 동료와는 덕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나머지 직원에게는 정중히 인사하며 승승장구하도록 앞날을 격려할 수 있었습니다. 타지에 있어서 만나지 못하는 동료까지 연락이 되어, 긍정적인 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끝맺음이 슬프지 않았습니다. 저는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게 된 것이니 기뻤고, 회사 입장에서는 업무 공백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으니 나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퇴사'한 것 아니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퇴사한 게 맞으니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찜찜한 이별이 아닌, 모두 기분이 좋은 이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여린 분께서 예비 퇴사자라고 한다면 상대 기분을 헤아릴 줄 아는 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별하면 끝이라고, 이별하면 타 회사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에게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나의 이별 통보로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까- 라고 걱정해주는 마음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비록 그 끝은 이별이라고 하여도 말이죠.



깔끔하고, 기분 좋은 이별을 한다면 리프레시된 기분으로 힘찬 출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퇴사 면담 실화를 통해 기분 좋은 퇴사를 위해 5가지 방법을 제안드립니다.




1. 퇴사 면담은 퇴사 의사를 밝히는 것입니다. (확정된 퇴사가 아닙니다)


-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퇴사 면담은 '퇴사' 의사를 밝히는 소통이지, 문서화된 인사발령으로 나오는 확정된 퇴사가 아닙니다. 즉, 퇴사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한 사전 통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 또한 '퇴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퇴사 면담' 자체에 대해 지나친 부담을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퇴사 인사발령처럼 문서로 나와야 확실한 퇴사입니다.




2. 퇴사는 가벼운 농담처럼 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하세요.


- 위에서 말한 것처럼 퇴사 의사를 밝히면 당장 퇴사 처리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보고 체계를 갖춘 조직입니다. 아무리 말단 사원이어도 퇴사하고자 하더라도, 나의 상사는 상사의 상사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상사가 그 상사의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퇴사 의사를 번복한다면 상사 입장에서도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퇴사 의사를 밝히고자 한다면 최대한 번복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예의입니다.




3. 여러분은 그동안 노동의 대가로 월급을 받은 프로였습니다. 마지막 근무일까지 프로의 자세를 유지하세요.


- 세상이 참 좁다- 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앙숙 같은 존재가 있었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고 더 이상 이 사람 얼굴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뻐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만사는 모르는 일 투성입니다. 심지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평판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어떠한 이유든 마지막까지 프로의 자세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퇴사 사유는 적절한 솔직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발언은 조심하세요.


- 예비 퇴사자분들이 계시면 퇴사 사유에 대해 고민하신 적 있지 않으세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퇴사 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께서 퇴사 사유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맞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지나친 솔직함은 본 의도와 달리 왜곡되어서 전달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성장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서' '00 상사가 지나치게 괴롭혀서' '0 팀 00 파트장과 함께 일하기 어려워서' 등 다양한 퇴사 사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게 진짜 퇴사 사유일 수 있지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예비 퇴사자 분들은 곧 회사를 떠나는 입장이지만, 나머지 사람은 계속하여 일하는 입장입니다. 다양한 입장이 있는 상황에서 너무 솔직한 퇴사 사유는 이기적인 발언일 수 있으며, 나머지 사람에 대한 모욕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 그러니 속까지 다 비춘 솔직함보다, 적절한 솔직함으로 퇴사 사유를 말해보세요.




5. 티나지 않게 퇴사 의사를 밝히세요. (퇴사 면담 일정은 직속 상사와 은밀하게)


-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회사는 벽에도, 화장실에도, 책상에도, 심지어 출입구에도 눈과 귀가 달려있다는 말. 많은 사람이 일하는 장소인 만큼 회사는 근본적으로 오픈되어 있습니다. 좋은 점이 있겠지만, 반대로 공개된 말 한마디가 알지도 못하는 팀원까지 퍼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 일부 극소수 인원은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만약 공개된 자리에서 '퇴사하겠다'라고 말하면 직속 상사가 상사의 상사에게 보고하기 전에 이미 사내에 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보면 긍정적으로 퍼지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 분명 저는 잘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회사는 엄격히 공과 사가 구분되어야 하는 게 교과서적으로 많지만, 살다 보면 명확히 공과 사를 나누기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나를 모르기에 자발적으로 떠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이 뒷담 아닌 소문을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 돌고 돌아서 퇴사 소문을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모든 것이 정해진 이후, 주체적인 인생을 살기로 한 우리 스스로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퇴사 면담 실화와 기분 좋은 퇴사를 위한 방법 5가지를 보셨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깔끔한 끝맺음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 본 명언 2가지로 마무리하며, 예비 퇴사자 분들을 위해 오늘 하루도 건투를 빕니다.




1.


(어디서 들었는데 감동받은 명언)


초등고학년 : 저학년일때가 좋았지

중등 : 초등때가 좋았지

고등 : 중등때가 좋았지

대학 : 고등때가 좋았지

취업 : 학생일때가 좋았지

퇴사 : 일할때가 좋았지

노인 : 젊을때가 좋았지


이제 눈치채셨나요?

당신의 인생은 항상 좋았다는 거




2.


인생은 과감한 모험이거나 아무것도 아니다.


- 헬렌 켈러 -






퇴사 면담 경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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