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퇴사 경험자, 퇴사준비생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면

- 성급한 퇴사 계획 세우기보다 위대한 멈춤이 필요한 이에게

by 스톤처럼

오랜만에 사석에서 친한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퇴사 예정자로 변한 신분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공식적으로 퇴사준비생에서 퇴사예정자로 신분 세탁을 하기 시작한 것은 1달 전이었습니다. 흰옷에 검은 얼룩이 눈에 튀는 것처럼 퇴사준비생의 퇴사예정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퇴사란 회사와의 관계를 종료하는 것. 신중한 결정인 만큼 자중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가벼운 입소문은 자칫 왜곡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혼자만의 투정으로 끝날 수 없는 일이기에 모든 퇴사 일정이 정해지면 알리고자 했던 것이,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 맛집에서 모인 오늘의 모임에서 '미처 알리지 못한 미안함'으로 변하였습니다.



그동안 미안한 마음이 미묘한 어색함으로 바뀌는 경험, 드물지 않게 겪어봤습니다. 반복되는 경험은 편견으로 변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도 어색한 기류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동료의 한 마디로 빗나갔습니다. 이게 미안할 일이야? 진심으로 축하해!!



함께 견디고 이겨냈던 추억들이 메인 안주로 올라옵니다. 음식점 메뉴판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최고의 안주는 추억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투명색 컵에 든 알코올은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는 동안, 빛바랜 추억은 씹고, 물고, 뜯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그래, 00 씨는 여기 남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없어?"



퇴사준비생에서 퇴사예정자로 변한 사람이 언젠가 퇴사하게 될 퇴사준비생에게 건네고 싶은 말. 사회성 부족한 솔직함이 좋을까- 라는 고민은 고민으로만,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우리는 퇴사준비생이니, 퇴사준비생 시절 내 이야기를 들려주자.'








퇴사준비생으로 퇴사 준비를 하던 무렵, 수많은 퇴사 관련 영상을 시청하였습니다. 많은 영상들이 대개 경제적 계획 (이직, 창업, 투자 등)에 대해 말하였습니다. 퇴사 이후 손가락만 빨며 살 수 없는 노릇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경제적인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영상마다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퇴사준비생에서 퇴사예정자로 변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문서화된 인사발령으로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퇴사까지 완료한 상태입니다. 즉, 퇴사준비생에서 퇴사예정자를 거쳐, 퇴사자로 바뀌었습니다. 각 단계 (퇴사준비생 / 퇴사예정자 / 퇴사자)를 모두 경험하였습니다.



퇴사준비생으로서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퇴사 전, 반드시 무엇으로 먹고 살지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먹고살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벌이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돈벌이 이슈는 오늘・내일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대학생으로서 학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어야 했고, 대학교 졸업 후 구직활동을 하면서도 돈 문제로 골치를 겪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즉, 퇴사준비생만 돈벌이 문제를 직면하였던 게 아닙니다. 돈벌이 문제는 언제나 존재하였습니다.



퇴사준비생과 퇴사자는 무엇이 다를까요? 둘 사이에서 차이점을 말하자면 끝없이 이어질 수 있지만, 퇴사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은 퇴사자 입장에서 이 부분을 이야기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퇴사준비생은 소속이 있는 직장인입니다. 직장은 조직의 논리가 적용된 매뉴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인은 조직의 논리에 근거하여 행동해야 합니다. 직장이라는 곳이 이끌어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이정표에 따라 움직이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약속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퇴사자는 퇴사준비생과 다릅니다. 공식적으로 문서화된 인사발령으로 이미 퇴사 완료된 상태입니다. 만약 이직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일일 아르바이트에 지원해도 '소속'에 대한 물음에 회사원으로 답할 수 없습니다. 소속이 없습니다. 이 말인 즉, '내 이름 석자'라는 돛단배 하나로 망망대해를 표류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매뉴얼이 없습니다. 매뉴얼 없이 살아간다고 하여도 혼내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원한다면 점심시간인 정오까지 침대에 누워서 보낼 수 있습니다. 뭐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죠.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퇴사 기념 모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예비 퇴사준비생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퇴사예정자 입장이 아닌, 퇴사자 입장에서 망망대해에서 표류할 퇴사준비생을 위한 진심을 전하고 싶습니다. 본 글이 퇴사준비생으로 살아가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퇴사하게 되면 직장 매뉴얼은 의미없는 지도로 변하게 됩니다. 나의 돛단배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등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더 많은 보물로 채울 수 있는 공간을 자리 잡는 문제만 만들 수 있습니다.



퇴사예정자라면, 퇴사자라면 망망대해를 헤쳐나가도록 돕는 새로운 지도를 구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좋은 소식과 좋지 않은 소식이 있습니다. 먼저 좋지 않은 소식을 알려드리면 나의 돛단배에 최적화된 지도는 세상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습니다. 100야드 (약 91.44 m) 앞에서 또 다른 돛단배가 표류하고 있어도, 나의 돛단배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출항지 / 목적지, 선장, 풍향 등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좋은 소식까지 말씀드리면 나의 돛단배 지도 제작은 가능합니다. 지도 제작을 위해 필요한 재료는 돛단배 뒤편에 있는 화물칸에 있습니다. 어떤 것을 더하고, 어떤 것을 버릴지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 돛단배의 선장인 여러분은 화물칸 앞에 서 있습니다. 철문 뒤에 위치한 화물칸에는 어떤 재료들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재료는 '핵심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핵심가치는 선장의 인생을 가리키는 방향키 같은 존재입니다. 식인상어를 만나도, 해적을 마주해도, 풍랑주의보를 들어도,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가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적 있지 않나요? 퇴사준비생으로서 일하고 계시면 오늘 아침에도 들으셨을 것 같습니다. 회사의 비전과 직결되어 있으며, 수만 명에 이르는 임직원을 이끄는 조직의 논리를 움직이는 동력입니다. 나 스스로를 고용하는 퇴사자 입장에서도 나만의 핵심가치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핵심가치 유형 (예) : 성취 / 모험 / 헌신 / 용기 / 경험 / 도전 / 성공 / 자립 / 가족 / 건강 / 봉사 등



물론 깊숙이 내면에서 꿈틀대는 핵심가치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핵심가치가 없이 살아간다면 중도 포기할 수 있으며, 저 이상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가치를 깨닫는 순간, 삶의 본질을 흐리고 소신을 훼손시키는 일을 거부할 용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핵심가치에 근거하여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스스로가 세운 목표에 도달할 시간과 에너지를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남은 자원은 다음 이정표를 향해 나아가는 연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퇴사만 하면 장밋빛 희망으로 가득 찬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퇴사자로서 감히 말씀드리면, 퇴사해도 인생은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습니다. 퇴사자로서의 첫날, 침대에서 눈을 뜨면 어제와 같은 하루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많은 분이 실망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퇴사준비생 시절보다 생활 패턴이 망가지고, 사소한 일까지 예민해지기 쉽습니다. 퇴사준비생으로서 꿈꾸던 미래는, 퇴사자 일상에서는 온데간데없을 수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 수 없어서, 막막한 마음에 의도치 않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퇴사준비생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장 급급해서 돈벌이를 위한 계획 세우기가 아닌,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핵심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의 경험을 돌아보며, 핵심가치 관련 작은 팁 2가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핵심가치에 대한 자기성찰


나를 알기 위해서 자기성찰을 자주 하였던 것 같습니다. 나를 알아야 핵심가치를 정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사람으로 볼 수 있지만, 스스로 질문을 던지거나 대화를 시도한 적도 많습니다. 반드시 돈이 되는 활동이 아니라도, 직접 경험하면서 깊숙한 내면을 돌아보고자 노력하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차장님이 '너처럼 이것저것 경험하면 나중에 돈이 없다'라고 말씀하셔도 다양하게 경험하고자 돌아다녔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는 회사의 매뉴얼이 아닌, 퇴사준비자로서 나의 핵심가치에 의존하기 위해서 말이죠.


- 결코 짧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핵심가치 발견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퇴사준비생, 즉 공식적인 퇴사 전부터 꾸준히 핵심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정수입이 있을 때 한계를 두지 않고 나를 발견하는 경험 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자기성찰에도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극단적으로 보면 수입조차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경험을 위해 투자하는 돈은 심리적으로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매달 25일 약속된 급여를 받는 지금, 퇴사준비생인 시기에 핵심가치에 대해 알아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번 달에 새로운 경험을 하느라 돈을 소비하여도, 다음 달에 급여가 지급되니까 말이죠.




2. 핵심가치에 대한 재정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퇴사는 회사와의 관계를 종료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행동 (퇴사)이지만, 사람마다 퇴사에 두는 의미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본받고 싶은 사람이 가진 핵심가치라도, 100% 온전히 나의 핵심가치로 자리잡기 힘듭니다. 컴퓨터로 비유하면 소프트웨어는 같아도 하드웨어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핵심가치 재정의에서 나만의 WHY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왜 내가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 본질적인 질문과 관련된 '이유'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이 정해준 핵심가치 뜻대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몇 번은 타인의 핵심가치에 맞추어 살 수 있어도, 지속하는 건 또 다른 문제처럼 느껴졌습니다. 왜 이 가치를 따라야 하는지도 모른 채 헛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 공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반면 핵심가치에 대한 재정의한 이후에는 '오늘 하루는 쉬고 싶은데'라는 기분이 들 때마다 원치 않는 삶과 핵심가치를 떠올리며 다시 행동하게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 많은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덜어내기 또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남들 한다고 해서 '왜'에 대한 질문없이 따라하지 않을 용기, 대세를 따르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해 살아갈 패기. 스스로 명확하게 정의된 핵심가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퇴사준비생 / 퇴사예정자 / 퇴사자 입장 모두 겪어본 입장에서 돌아보면, 퇴사는 감당해야 할 것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웃사촌이 잘 나가는 이야기에 고개를 숙이는 주변 사람들, SNS에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낭만 가득한 옛 동료의 근황, 평일 한낮에 산책하고 있으면 동네 곳곳에서 보이는 눈초리 등...



이 글을 보시는 분이라면 언젠가 회사를 나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즉, 이정표 없는 망망대해에 서면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퇴사자가 된 이후로 나 스스로에게 매뉴얼을 제시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규율을 정해야 합니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선택한 후, 돈벌이 활동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퇴사에 따른 돈벌이가 아닌, 핵심가치를 위해 자기성찰해야 한다는 말이 지루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퇴사자보다 돌아가는 것 같고, 이 세상에 뒤처지는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퇴사준비생으로서 핵심가치를 발견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보세요. 길게 보면 그것이 곧 홀로서기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퇴사준비생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분을 위해 명언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에는

확실히 중대한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연구하는 경우에도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것은 직접 알아봐야 한다.


공부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문이 잠겼는지는 직접 열어봐야 알 것 아닌가.



- 미셸 에켐 몽테뉴 -






퇴사자 핵심가치 성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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