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면서서비스 0에서 300명까지 천천히 키우기
노마드인서울은 원래 웹사이트도, 서비스도 아닌 그냥 블로그였다는 거 아시나요? 지금도 사실 별 것 없는 막 시작한 서비스에 불과하지만, 처음에는 더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브런치에서 연재를 시작한 건, 작년 3월 즈음이었어요. 당시의 저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왔고, 하던 사업은 수포로 돌아갔으며, 희망을 가지고 취업했던 회사들에서는 좋은 소리 못 듣고 나오게 되었죠. 한 마디로, 제 인생은 아주 제대로 바닥을 찍고 있었습니다. 실패, 실패, 그리고 또 실패에 아주 넌덜머리가 나있었어요.
싱가포르에서 행복하게 노마드로 살던 삶을 내팽개치고 한국에 왔는데 그 무엇 하나 제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해외에 갔다 와서 보게 된 한국의 모습은 너무나 제 생각과 달라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정신과 의사조차 제게 해외의 삶은 말도 안 되니, 꿈에서 깨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줬죠. 현실에 정착하라고요.
그 누구 하나 제 편이 없던 그때 저에게는 간절히 저를 이해해 줄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개인적인 욕심과 절박함, 억을 함에서 토해낸 글이 바로 제 브런치 첫 글이었어요. 역설적으로 여태까지 가장 히트 친 글이 바로 ‘연세대를 자퇴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글 하나가 제 인생을 바꾸는 첫 단추가 되었습니다. 그 글 하나로 저는 편협한 제 주변 몇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었거든요. 용기를 얻어 한 발짝 앞으로 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만들었던 단체 카톡방. 당시에는 온라인에 제 이름을 걸고 콘텐츠를 찍는 일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철저히 익명으로 운영했습니다. 직장 밖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일이 발칙한(?) 일로 여겨지는 면도 있었기 때문에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도 그렇게 했었죠. 마지막으로, 브런치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블로그 글만 보고 사라지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기는 힘들었어요. 트래픽을 잡아두기 위해, 그리고 사실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에서 단톡 방을 만들어서 소소하게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단톡방은 생각보다 굉장히 천천히 커나갔어요. 예전에는 단톡방이나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 때, 억지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초대해오고는 했는데, 이 단톡방은 괜히 숨겨놓고 나만 보고 싶더라고요. 좋은 분들이 많이 와서 따뜻한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제게 힐링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째서인지 제 브런치를 타고 온 사람들은 별로 말 수가 없는 사람들이어서 카톡방에서 초반에는 (사실은 지금도) 대화를 나누기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저는 설문지를 뿌리고 오프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궁금했거든요, 사람들이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톡방 설문지가 30여 분이 접속하는 라디오 방송이 되고, 뒤이어 몇 번의 10분에서 20분 정도가 참여하는 작은 오프 모임들로 발전했습니다. 이때 만나게 된 분들과는 처음 본 사이지만 깊은 교감을 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다들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내 주변에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요. 어쩌면 사실 저같이 생각하지만 용기 내어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마드인서울 컨셉 페이지
툴: 노션, oopy.io, 타입폼
가설: “디지털노마드 정보에 대한 강연 수요가 있을 것이다”
작업 기간: 3주+ (직장 다니면서)
달성 성과: 30명 결제, 총 30만 원
많은 분들이 제 삶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 주시고, 디지털노마드에 대해서도 여쭤봐 주셨지만 이를 사업화할 생각은 딱히 없었어요. 수요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았고, 뭘 어디서부터 만들어야 할지 감도 안 잡혔거든요. 그렇지만 6개월 정도가 지나자 슬슬 ‘어? 이런 걸 궁금해하시는 것 같은데?’라는 감은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오프모임을 통해, 단톡방을 통해 이야기를 들으며 빅데이터가 조금씩 쌓인 것이죠.
머릿속에만 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해보자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초반 오프 모임에 참여했던 분이 정말로 사이드프로젝트를 통해 3달 만에 월급을 만들고, 퇴사를 결심하셨더라고요. 현재도 인디 메이커로, 사업자로 성장해나가고 계신 한 분의 사례(@달래)를 통해 저도 용기를 얻어, 작은 강의 서비스를 론칭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서비스를 론칭할 때 항상 따르는 순서가 있는데요,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건 최소한의 기획을 통해 빠르게 컨셉을 보여주고, 사람들이 돈을 내는지 보는 것입니다. 돈에만 집중하는 이유는, 이전에 사업을 하면서 ‘설문조사’니, ‘회원가입’이니, 페이지 ‘like’나 ‘follow’니, 다양한 방법으로 수요를 측정해봤지만 아무것도 실제 매출과는 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이를테면 예전에 5000만 원 들여서 팝업스토어도 하고 인플루엔서 마케팅도 하고 인스타그램 페이지도 천 명대로 오가닉하게 키웠는데, 정작 온라인 매출은 3달 동안 15만 원 났던 적도 있거든요.
이는 에릭 리스의 린스타트업 방법론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이때 골랐던 툴은 그 당시 제일 핫했던 ‘노션’이고, 이 노션 페이지를 웹사이트로 바로 바꿔주는 oopy.io 였습니다. 강의 서비스를 신청하고 가입하는 데는 타입폼을 사용했고요. 콘셉트 렌딩페이지를 만드는 데는 1시간 정도가 들었어요. 이를 현재도 같이 협업하고 있는 팀원분(@G)과 함께 다른 노션 페이지랑 붙여서 강의 페이지들과 튜토리얼을 추가로 만들었습니다. 총 4개의 긴 강의와 4개의 짧은 강의를 만들었는데, 다른 분들과 콜라보하고 컨셉을 고친다고 최종본까지는 총 3주가 정도 걸린 것 같아요.
3주 동안 실행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회원가입 (타입폼) : 67명
강의 유료 결제 : 30명
총매출 : 30만 원
결과는 대성공도 실패도 아닌 어느 정도의 성공이었어요. 사실 당시 단톡방의 인원수를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전환율과 관심이었죠.
몇 가지 얻은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이드프로젝트, 해외 취업과 같은 키워드에 사람들은 돈을 낼 만큼 관심이 있다.
리뷰 없는 장기간 온라인 강의에 사람들은 10만 원 이상 돈을 내지 않는다.
생각보다 노마딩 자체에 사람들은 돈 낼만큼 큰 관심은 없다.
결론: 노마딩 자체보다 노마딩 할 수 있게 해주는 노마드가 되는 법, 온라인으로 돈을 버는 법에 집중하자.
nomadinseoul.com
툴: Bubble, Designmodo, Ghost,
가설: 해외 취업, 사이드 프로젝트 정보에 대한 고품질 강연 수요가 있을 것이다
작업 기간: 직장 다니며 틈틈이 3달
달성 성과: 회원가입 300명, 강의 결제 30명, 120만 원 수익
그다음에는 전 단계에서 얻은 정보와 결과를 가지고 진짜 웹사이트를 만드는데 집중했습니다. 이 정도면 한 번 웹사이트 만들어볼 만은 하겠다 싶었던 거죠.
이번에는 새로운 툴 세 가지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별도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Bubble
노코딩으로 로그인, 데이터베이스, API, 결제, 인증까지 모두 구현 가능한 툴
Designmodo
최신 디자인을 코드로 바로 출력해주는 노코드 렌딩페이지 툴
Ghost
최신 블로그 및 뉴스레터 툴
사실 저 버블이란 아이가 정말 코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난이도가 높아서 툴 배우고 제대로 구현하기까지 석 달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래도 코딩 없이 온라인 결제, 인증, 각종 API 연결, 로그인 등 모든 기능을 구현을 해낸 것이 현재 웹사이트입니다. 현재는 서브 도메인 app.nomadinseoul.com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렌딩페이지는 디자인이 중요하기는 한데, 저는 디자인 감각이 전혀 없어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노코드 툴인 Designmodo를 사용해 제작했습니다. Designmodo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사용할 법한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렌딩페이지 툴인데요, 디자인을 하고 나면 html, css 등 전혀 손댈 필요 없도록 코드로 고스란히 뽑아줍니다. 이 툴의 경우,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간단한 대신, html, css 및 퍼블리싱에 대한 코딩 지식이 없는 경우 사용하기가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현재 메인 도메인인 nomadinseoul.com 이 여기 연결되어 있습니다.
블로그 및 뉴스레터는 기존에 메일침프를 쓰다가 다른 서비스와 연동하는 부분이 조금 번거로워 Ghost로 전부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워드프레스 2세대로 불리는 Ghost는 현재 Substack을 제치고 승승장구 중인 디자인, 글쓰기, 퍼블리싱 모두 우수한 블로그 툴입니다. 특히, 유료 뉴스레터 또는 유료 구독 컨텐츠를 만드는 작가 분들이 사용하기 좋게 되어있습니다. 현재 웹사이트에서 가입하면 Ghost에 자동으로 이메일이 추가되고, 블로그 글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현재 blog.nomadinseoul.com 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습니다.
1. 강의: 올해 2월에 한 달짜리 장기 강의를 4개 론칭했고, 4개 강의가 각각 20명, 3명, 3명, 0명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며 2주 만에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강의당 가격은 35000원에서 79000원 사이에 책정이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총 100만 원 정도 수익이 났습니다.
다만 문제는 강의를 열고 난 후, 20분 중 6분 정도만 끝까지 강의를 따라오시더군요. 아, 생각보다 버겁구나, 중간에 못 따라오는 분들, 너무 바쁜 분들을 위한 컨텐츠를 만들던지 강의를 더 가볍게 만들던지, 또는 아예 더 각오가 된 분들만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하나, 0명이 발생한 강의는 참 기획부터 커뮤니케이션까지 오래 걸려서 준비했는데 의외였습니다. 문제는 뭐가 문젠지 알 수가 없는 게 문제지요. 안 되는 건 빠르게 접고, 일단 잘 되는 걸 더 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지라, 빠르게 안 되는 강의는 접고, 잘 되는 강의를 발전시키기로 했습니다.
2. 트래픽: 3달간 사이트 운영을 했는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트래픽이 거의 전무했습니다. 제가 컨텐츠를 아주 가끔 올릴 때 빼고는 아무도 안 들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웹사이트에 서치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고, 리드(lead)를 만들어줄 컨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파악했습니다.
강의를 들으러 오지 않더라도, 웹사이트에 매일 들어올 만한 가치를 주자. 컨텐츠를 많이 쌓고, 유저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유니크한 컨텐츠가 올라올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이에 대해서 SEO 최적화를 잘 진행하자.
이에 따라 E-Book을 우선 제작했고, 또한 앞으로는 웹사이트에 수익을 만든 분들이 직접 인사이트를 공유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해 더 자세히 공유할 수 있도록 페이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도 컨텐츠를 만들지만, 유저분들이 아마도 더 가치 있는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노마드인서울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는 유럽 시간으로 밤에 일하기 때문에, 주로 낮에 일어나 커피 한 잔 하며 조금씩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편입니다. 혼자 하다 보니 아무래도 자꾸 밀리고, 처지게 돼서 하루 1개 기능 구현 또는 컨텐츠 1개 제작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든든한 팀원이 있고, 또 같이 일하는 코워킹 그룹이 있어서 원격 근무지만 계속해서 자극받고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있을까 싶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로운 원격 근무를 위해 제게 꼭 필요한 여러분이에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