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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정 Cathy K Dec 12. 2022

고졸 문과로 살아남기 (중)

고졸 문과로 살아보고 있습니다 - 2년 반 후기

고졸 문과로 여태 살고 있습니다

2년 반 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고졸 문과로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당시 패기 좋게 자퇴 버튼을 누르고 한국의 통상적인 기준에서 스펙 <폭망> 버튼을 누른 나는 그야말로 먼치킨, 게임으로 치자면 통상적인 플레이 룰을 따르지 않는 트롤 캐릭터나 다름없었는데, 트롤 캐릭터는 보통 둘 중 하나다.


폭망 하던지, 대성하던지.


괜히 튀기 때문에 욕이란 욕은 다 들어먹는 것은 기본이오, 어디를 가도 보통의 규격에 들어맞지 않아 나 자신을 부연 설명해야 하는 매우 거슬리는 존재 그 자체. 괴짜 행세는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쯤이나 되어야 사람들이 용서해주는 거지, 애매한 괴짜는 그냥 찐따일 뿐이다. 중간은 없다. 그래서 항상 그런 나의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안 되면, 정말 제대로 망해버릴까 봐.


https://brunch.co.kr/@nomadinseoul/20

위 글에서 패기 넘치게 세웠던 계획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졸 문과의 생존 계획

1. 정기적인 수입 만들기 (하루 8시간) - 생계에 필요한 자금 확보

2. 개인 브랜딩화 (하루 1.5시간) - 브런치, 링크드인, 유튜브

3. 스킬 키우기 (하루 2시간) 혹시 돈 떨어졌을 때 생존할 수 있는 스킬 - 개발 등

4. 온라인 사업 키우기 (하루 1.5시간)


증명하고픈 가설은 이랬다. 고졸 문과, 즉, 우리나라에서 최강의 영향력을 구사한다는 "학벌" 그리고 연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실전 스킬" 또는 "전문 지식"이 없어도, 누구든지 온라인으로 돈을 벌어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


고졸 문과로서 나는 당차게 직장인으로서 상징적인 숫자인 "월 1000만 원"을 달성하겠노라 선언했고, 중간에는 80% 달성했다고 글도 썼었다.


하나 독자분들이 염두에 두셔야 할 사실은, 나는 사실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 애송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2년 반 전, 이 블로그를 시작할 당시에 내 통장 잔고는 -200만 원, 통신비도 연체했을 만큼 나는 돈을 벌 줄도, 모을 줄도, 쓸 줄도 전혀 모르는 애송이였고 사실 지금도 버는 능력이 조금 향상된 것 말고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의 경제관념은 여전히 형편없으며, 내 체력은 조금 나아졌지만 애초에 약한 몸을 타고난 덕에 여전히 수시로 몸살에 시달리고, 예민한 성격 탓에 몇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번아웃이 온다. 여러 스킬을 배우기는 했지만, 나는 여전히 대단한 걸 만들지는 못한다. 지난 몇 년 복권을 긁어본 결과, 나는 누가 봐도, 엄청난 사람은 아니다. 운에 의존할 만큼 운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냥 잔머리를 엄청나게 잘 쓰고 고집불통인 일반인 정도라고 나는 나를 평가하고 있다.

한 두 번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와서 내 글을 보고 자퇴하겠느라 이야기해 진땀을 흘린 적도 있었기에, 글을 한 모자란 개인의 여정을 기록한 것 정도로만 봐달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계획 실천 2년 반 후, 현재 상태 공유:

* 참고로 나는 한 달 전 한 풀타임 직장으로부터 퇴사하게 되었다.

1. 정기적인 수입 만들기 (하루 0.5시간) - 현재 주 4시간 노동으로 월 300만 원 정도의 개인수입

2. 개인 브랜딩화 (하루 1시간) - 브런치, 링크드인, 유튜브, 뉴스레터 - 총 8500명 구독자 정도 된다

3. 스킬 키우기 (하루 2시간) 혹시 돈 떨어졌을 때 생존할 수 있는 스킬 - 노코딩으로 거의 모든 웹사이트 개발 가능  

4. 온라인 사업 키우기 (하루 6시간) - 여전히 실험 중, 지난달 월 매출 150만 원 정도. 신규 서비스 2가지 준비 중.


음, 퇴사했지만 솔직히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솔직히 재직 중에는 회사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그리고 월급이 들어오니 마음이 안일해져서 소셜미디어 활동이나, 스킬 배우는 거나, 사업 키우는 활동은 사실상 거의 못했다. 프로 작심삼일러인 ENFP MBTI에 아주 충실하게도, 대게 3일 정도도 안 하고 때려치우고는 했다. 그래서 사실 주말 하루, 평일 반나절 정도만 원래 계획대로 실천했는데, 들인 시간에 비해 결과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2년 반 전 시작할 때 처음 구했던 직무가 통근에, 하루 최소 8시간 근무에, 월 300을 줬는데, 지금은 주에 4시간 일하고 같은 돈을 번다. 실질적인 투입시간을 생각해보자면,


- 출근하는 일반 직장인: 하루 8시간 근무 + 통근 하루 3시간 (통근 준비 시간 포함) = 하루 11시간, 주 55시간 정도에 월 300만 원 = 시급 13600원 정도

- 현재 (출근 안 함, 대부분 자동화 및 외부 고용으로 업무처리) : 주 4시간에 월 300만 원 = 시급 250000원 정도


순수 노동시간만 놓고 따져보자면 시급이 18배 정도 상승한 건데, 더 중요한 건 사실 다른 곳에 있다.


회사는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퇴사도, 해고도 엄청나게 많이 일어나고 있다. 불황 및 인플레이션 등으로 미국 외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주변 친구들 회사만 봐도 10-20% 감축은 꽤나 흔할 정도로 피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들은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회사는 당신을 챙겨주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잘해주다가 어려울 때 단 하루아침에도 당신을 날려버릴 수 있는 무정하고도 무자비한 존재. 내가 어려울 때도 나를 도와주기는커녕, 이를 악용하고 괴롭히는 회사를 보며, 아, 역시 회사는 믿을 게 못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우게 되었다. 어쩔 수 없다. 결국 그렇게 열심히 다니던 그 회사는 내 회사가 아니라, 남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죽어라 일해도, 성과가 나도 남 좋은 일 해주는 것이요. 다 빼 먹히면 당신은 내일 바로 잘려도 아무 상관없는 무생물과 동등한 존재인 것이다. 본질적으로 직장인이란 회사에게 사실 다이소에 파는 1000원, 2000원짜리 소모품과도 비슷한 거다. 그래서 최근 세계적으로 silent quitting이라는 <딱 돈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흐름이 퍼지기도 하지 않았던가.


더 믿을 수 없는 사실은, 물가는 올해만 최소 10% 정도 전 세계적으로 올랐는데, 집값은 더 올랐고, 월급은 더 줄었고, 직장은 더욱더 줄었다는 사실이다. 1000만 원은 직장인에게 꿈의 숫자지만, 우습게도 월급으로 1000만 원을 벌어도 당신은 여전히 좋은 집을 살 수가 없다. 집이 너무 비싸졌기 때문이다.


직장인으로서 물질적인 성공은  이상 불가능해졌으며, 언제든지 해고되는 즉시 인생이  번에 나락   있는 상황이 되었다.  비싼 물가, 가열차게 변화하는 세상과 가혹한 집세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대체 가능한 인력인 당신은 대기업에 있어도, 스타트업에 있어도 안전하지 않다. 대기업은 맡는 업무가 너무 작아서, 스타트업은 너무 넓어서, 고용되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도 고용되지 않는다. 조만간은, AI 당신을 대체할  있기 때문에 당신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추가될 것이다. 개발도 생산도 이제는 동남아에 외주를 주면 되어, 당신을 고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당신을 고용하지 않을 이유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한마디로 이렇다. 직장인으로 사는 이 순간, 우리는 사실상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남은 시간도, 사회적 가치도, 떨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AI 에게도, 동남아 외주 인력에게도, 더 어리고 싼 인재들에게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는 무엇일까?


대체 불가능함

개인 브랜드이다. 즉, 퇴사해도 나의 팬덤. 유튜브 구독자는 어디 안 간다. 나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나를 잊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영향력은 고스란히 수익으로 치환될 수 있다. (유투버들이 논란 이후에도 6개월이면 복귀하듯이, 한 번 인지도가 생기면 계속 복귀할 수 있다. 내가 만들어둔, 나의 브랜드로.)


그리고 나의 스킬이다. 회사에서 배운 나의 스킬. 사회생활하며 얻은 스킬. 돈으로 치환될 수 있는 모든 기술들, 판매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나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도 이득이 되지 않는 남의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의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 브랜드를 활용해서 마케팅 비용을 아끼고, 나의 스킬로 인건비를 아끼고 승률을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의 회사는 더 이상 누가 가지 갈 수도, 해고될 수도, 훔쳐갈 수도 없다.


그리고 이것만이 희망이다. 노동 임금으로는 절대로 자산 가치 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 미친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본주의의 방법에 따라 돈을 버는 것만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로 사실 위의 전략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이득은 사실상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개인 브랜드 + 개인 스킬 + 개인 사업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크지는 않지만. 없던 게 생겼다. 예전보다는 덜 만만해진 것이다.


사업은 한 번에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세상에서 새로운 사업 하나를 하는데 드는 돈은 불과 10만 원도 되지 않는다. 1000만 원이 있다면 당신은 100번의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온라인 사업 하나를 하는데 드는 돈은 불과 10만

도메인 - 1만 원
노코딩 툴 웹/앱 개발 (bubble, webflow, softr) - 월 3만 원
디자인 어셋 구매 또는 외주 3만 원 (로고, 웹사이트 템플릿 등)
기타 뉴스레터 툴 (mailchimp, convertkit)  - 무료
이메일, 드라이브, 문서 (구글) - 무료
초기 마케팅 /광고 (개인 SNS 채널 및 네이버, 카톡 단톡방 커뮤니티 등) - 무료


지속 가능한 성공의 환경

개인 브랜드와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개인 스킬이 있는 한, 당신의 무한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수 있다. 한 달에 하나씩 신규 서비스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한 해에 12가지 꽤 괜찮은 서비스를 론칭해볼 수 있다. 물론 더 열심히 일하면 더 빨리 낼 수도 있겠지만.


퇴사 이전, 나는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발리로 이사했다. 발리에서 나는 같은 돈으로 훨씬 풍족하고 수준 높은 생활을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전쟁이 나도,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길에 야생 바나나와 망고가 풍족하게 자란다. 먹어봤는데 맛도 있다.


고로 사실상 성공할 때까지 영구히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느리지만 나는 천천히, 지속 가능한 성공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내가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직장은 나에게 답이 아니었기에. 당분간 계속 헤매 보려 한다.


퇴사 후, 나는 여전히 실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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