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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Jan 29. 2024

아침 운동, 페루 음식으로 점심, 저녁엔 오렌지 와인

10월 22일

컨디션 난조로 반나절 늦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혹시 기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완결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끝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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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지나면 시카고 여행도 딱 일주일 남는다. 

일주일 뒤면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3주간 한 공간에 묵고, 한 도시만 여행하다 보니 시카고 여행이 일상처럼 익숙해졌다. 나름의 루틴도 생겨 아침에 눈을 뜨면 자연스레 세면대로, 냉장고로, 창가로 향한다. 요거트볼을 들고 창밖으로 날씨를 확인하는 게 당연해졌다. 그런데 달력을 들여다보며 일주일 뒤 출국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 내 진짜 일상은 서울에 있지.


그렇다면 돌아가서 후회가 없도록, 남은 시간은 더 알차게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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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왔던 룰루레몬 매장에 또 왔다. 애초에 3회 수업 패키지를 구매했으니 시간이 될 때 부지런히 수강해야 하니까. 


공복 운동은 싫으니 근처 스타벅스에 들러 '에그바이트(Egg Bite)'란 아침 메뉴로 가볍게 배를 채웠다. 달걀흰자, 후추, 파프리카가 들어간, 작고 말랑말랑하고 따끈한 빵이었다. 



수업 시작하기 5분 전에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전날은 빈야사 요가 수업을 들었는데, 이날은 'The Space Between: SACRED SPACE'라는 명상에 가까운 수업을 예약했다. 그래서 정적이고 편안한 수업일 줄 알았는데 전혀요. 땀이 이렇게 뻘뻘 날 줄이야. 정적이긴 한데 기묘한 자세로 버티는 동작이 많아 꽤 힘들었다. 마무리로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보는데 'Ahh, yes, Savasana'란 문구가 천장에 붙어 있었다. 사바사나 자세로 호흡을 되찾고 땀을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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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씻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친구가 컨설팅 회사 사람과 커피 챗을 하다가 맛집 하나를 추천받았단다. 'Tanta Chigaco'란 페루 음식점인데, 알고 보니 인기가 많은 곳이라 예약이 어려웠다. 


어쩐지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Coco)'가 생각나는 알록달록한 식당 간판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모던하면서도 쨍한 색감의 태피스트리나 액자들이 매력 있다. 벽 쪽의 푹신푹신한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는데... 스페인어인지 읽어도 모를 메뉴뿐이었다. 번역기와 구글맵 리뷰 사진들을 비교하며 세 가지 음식에 술 두 잔을 주문했다. 



첫 번째 요리는 'Chaufa Aeropuerto'라는, 해물과 돼지고기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볶음밥이었다. 돌솥 같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직원분이 큰 숟가락 두 개로 밥을 섞어줬다. 폭신안 달걀부침을 찢으니 김이 모락모락 나서 참기 힘들었다. 양념은 바비큐 소스와 팟타이 소스를 적절히 섞은 맛이었다. 브로콜리와 파프리카가 아삭아삭 씹히고 고기와 해물도 엄청 부드러웠다. 



두 번째 요리는 'Jalea'라는 해산물 모둠 튀김이었다. 오징어, 주꾸미, 대구살 등이 한입 크기고 튀겨져 나온다. 아래엔 고구마 스틱도 있다. 대구살뿐만 아니라 모든 재료가 야들야들했다. 소스는 스리라차 마요인 줄 알았더니 블루치즈 맛이라 신기했다. 



마지막 요리는 'Papitas Fritas'라는 두껍고 포슬한 감자튀김이었다. 사이드 메뉴로 별 기대 없이 시킨 요리였는데 따끈따끈하고 고소해서 맛있었다. 여기에 생맥주와 레몬맛 칵테일을 곁들여 접시를 싹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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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햇빛은 쨍쨍한데 기분은 또 엄청 좋았다. 지금 커피 마시면 딱이지. 


식당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Goddess and the Baker'라는 베이커리 카페가 보였다. 시카고에서 여러 지점이 있는데, 넓어서 좋지만 오후 세 시면 문을 닫는 게 아쉽다. 


민트색과 흰색이 키컬러라 쾌적하고 깔끔한 분위기다. 드립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커피만 마셨으니 디저트로 마무리해줘야 한다. 근처에 도넛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있었으니, 'Firecakes Donuts'라는 곳이다. 도넛의 맛은 19일자 간식 리뷰글에 소개해두었다. 구운 도넛처럼 쫀쫀한 식감이 매력적인 곳이니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 아, 난 두 번 먹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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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밥은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 가볍게 와인이나 마시기로 했다. 다운타운에 엄청 큰 이탈리아 식료품 전문점 'Eataly'가 있어서 소화시킬 겸 구경할 겸 들어가 봤다. 


온갖 치즈와 소포장된 살라미들과, 프로모션 중인 와인과 파스타 소스 등을 둘러봤다. 1층 조리 식품 코너엔 피자도 종류별로 판매하는데, 부라타 치즈가 덩어리째로 올라간 것도 있었다. 그래서 한 조각에 2만 원이 넘는구나? 한입 거리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구경하고 와인 한 병을 손에 들고 집에 돌아왔다. 



친구와 넷플릭스 드라마를 틀어 놓고 와인을 마셨다. 안주는 전날 마이클 조던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포장해 온 초코 케이크와 로아커 겨울 한정 생강 맛. 


와인은 'Cantina Marilina Sikele Grecanico'라는 오렌지 와인이었는데, 정말 깔끔했다. 떫은맛은 하나도 없고, 신맛과 단맛은 은은하다. 오렌지 향은 살짝 나는데, 깔끔한 화이트 와인처럼 부담 없이 마시기에 좋았다. 


자극적이지 않고 그런 평온한 일요일 저녁이 이렇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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