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인 Jan 13. 2024

치킨 샌드위치 먹고 시카고 현대 미술관 구경한 날

10월 17일

들어가기에 앞서, 연재일이 금/일인데 업로드가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쓸게요...


_

일하는 공간뿐만이 아닌 시간의 굴레에서도 자유로워지며 몸과 마음의 피로가 확 줄었다. 여행하면서도 일에 지장이 없으려면 적절한 체력 분배가 필수다. 근무일엔 당연히 근무가 1순위여야 하니 그 외의 활동에선 너무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근무일엔 이런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 하나, 오전 시간은 오롯이 회사 일하는 데에 쓰자.

- 둘, 관광은 한 곳만 여유롭게 돌아보자.

그렇게 전날은 시카고 미술관에 다녀왔고, 이날은 시카고 '현대' 미술관을 가보기로 했다. 점심도 주변에서 먹자, 맛있는 걸로.


_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일을 했더니 오전 11시에 태스크를 완수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고, 행선지는 밀레니엄 파크였다. 다운타운 한가운데의 이 커다란 공원은 그 자체로 시카고의 랜드마크인 데다 유명한 건축물과 가게가 주변에 즐비해있다.


그중 점심식사 장소로 점찍어둔 곳은 '칙필레(Chick-fil-A)'라는 닭 요리 전문의 패스트푸드 식당이었다. KFC나 맘스터치처럼 치킨 버거가 메인인 곳이다. 친구 왈, '네가 무조건 좋아할 맛'이라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생' 치킨 버거를 만났다.


빨간색 간판에 흰색 닭 로고가 특이해서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다. 미국 전역에 지점이 많으니, 시카고가 아니더라도 미국 여행 중이라면 한 번쯤 가볼 만하다.



버거 메뉴는 여섯 가지인데, 첫 방문이라면 무조건 제일 기본인 '칙필레 치킨 샌드위치'를 주문해야 한다. 흥미로운 건, 누가 봐도 버거인데 샌드위치라고 이름 붙였다는 거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미국 버거집에선 흔한 일이란다.


감자튀김과 콜라가 포함된 '칙필레 치킨 샌드위치 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은 10.79달러(약 1만 4600원)로, 이 정도면 저렴한 편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종이 기방에서 버거를 꺼냈는데... 엥? '그릴드 치킨 샌드위치'라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평소라면 그냥 먹는 성격이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안 되지. 당장 바꿔 왔다.


1층에서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와 먹으면 되는데, 포장 손님이 많아서인지 좌석이 텅텅 비어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버거와 감자튀김을 조심조심 꺼냈다. 버거는 종이가 아닌, 짱짱한 은박지 같은 포장지에 싸여 있다. 보온을 위해서일까?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는데, 듣던 대로 진짜 맛있었다. 빵은 퐁신하고 버터에 구워 살짝 바삭한 데다, 치킨은 통다리살 튀김이라 촉촉했다. 야채는 피클뿐이지만 그다지 느끼하지도 않았다.



크기는 작은 편인데, 오히려 좋았다. 천천히 먹어도 소스가 흐르거나 야채가 빠져나오지 않으니까. 빵보다 치킨이 더 두꺼워서 먹고 나면 아쉽지도 않다.


와플 모양의 감자튀김(Chick-fil-A)도 이곳의 또 다른 시그니처다. 감자튀김이 특별하면 얼마나 특별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식감도 맛도 좋았다. 막대기 모양 감자튀김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슬슬 움직여볼까.


_

시카고 현대 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Chicago)은 줄여서 'MCA'로 불린다. 미술관에 가까워지니 홍보 현수막이 가로등마다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좌우로 대칭인, 가로로 긴 건물 앞에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확실히 깔끔하고 현대적인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티켓은 온라인으로 미리 구매했는데, 10달러 정도다. 일리노이주 주민이라면 매주 화요일에 공짜로 입장할 수 있는데, 난 관광객이니 제외. 앗, 관광객이라도 미성년자는 무료란다. 난 성인이 된 지 한참이니 이것도 제외. 기꺼이 10달러 냅니다.



2023년 10월 기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만 개방되어 있었다. 전시는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기억에 남는 전시는 크게 두 개였다.


하나는 미국의 회화 작가, 레베카 모리스(Rebecca Morris)의 대형 작품들을 모아둔 전시였다. 강렬한 색상과 추상적인 형태가 인상적인 드로잉이 많았다. 캔버스가 모두 커서 공간도 시원시원하게 구성한 듯했다. 대부분의 작품명이 무제였고, 그래서 배경지식 없이 편히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강렬한 것 같기도, 몽환적인 것 같기도 한 그림들을 한동안 마주했다. 멀리서 볼 땐 비비드한 색 조합에 빠져 들고, 가까이서 볼 땐 작품마다 다른 질감 표현을 살펴보게 된다.


ⓒMCA


다른 하나는 푸에르토리코와 시카고를 오갔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아둔 전시였다. 드로잉뿐만 아니라 시카고에서 라틴 문화가 자리 잡아가던 과정을 담은 사진과 기사들도 볼 수 있었다. 개성이 강하면서도 어딘가 서정적인 작품들이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이민자로서의 삶은 잘 모르지만 고됨, 그리고 한편으로는 생명력이 사진으로 전해져 왔다.



전시를 다 보고 약간 아쉬운 마음에 건물을 더 둘러봤다. MCA엔 층마다 휴식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다. 슈트를 입고 회의하는 사람들과 팀플을 하는 듯한 학생들 몇 명을 봤다. 오히려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 기념품샵까지 구경하고 나오니 두 시간 정도 지나 있었다.


종합적으로, 시카고 현대 미술관은 흥미로웠지만 관광객으로서 필수 코스까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근처를 지난다면 편하게 산책하듯 구경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_

별로 피곤하진 않았지만, 일의 마무리를 위해 집에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못내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정처 없이 거닐다 '시카고'역까지 왔다. 서울의 서울역처럼, 부산의 부산역처럼, 시카고 지상철에도 시카고역이 있다. 퍼플라인의 열차를 기다리는데 눈앞의 하늘도 퍼플이라 괜히 감상적인 기분이었다. 막상 열차를 타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현실로 금방 돌아왔지만...



가볍게 일을 마무리하고 맥주를 한 캔 꺼냈다. 물 흐르듯 부담 없이 보낸 즐거운 하루였고, 그 마무리가 청량한 맥주면 완벽해질 것 같았다.


이럴 땐 라거지. 카스나 테라 같은 가벼운 맛 좋아하시는 분들은 'BUD LIGHT' 맥주를 추천합니다.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넘치는 날엔 홀짝홀짝보다 벌컥벌컥이 잘 어울리니까!


이전 19화 근무 중간에 시카고 미술관 다녀온 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