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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Jan 19. 2024

디저트 러버의 미국 간식 리뷰 2탄

10월 19일

군것질을 좋아하는 내게 미국은 정말 치명적인 여행지다. 마트엔 온갖 과자와 빵이 산처럼 쌓여 있고, 카페나 베이커리에는 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든 온갖 디저트가 진열장에서 날 유혹한다. 평소라면 한참을 망설이다가 '에이, 다음에 먹자'하며 돌아설 때도 많다. 건강에 좋을 리 없고, 같은 양이라면 밥보다 디저트가 비싸니까 지갑 사정을 생각해서도 세 번 먹을 거 한 번으로 줄인다. 


하지만 그건 '일상의 나'고, 지금 시카고에 있는 건 '여행 중인 나'다. 지금 안 먹으면 언제 먹겠어. 게다가 미국은 밥도 비싸니까 이러나저러나 가성비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잖아. 어설픈 합리화도 나 하나 설득시키기엔 충분하다. 


그랬더니 또 리뷰할 간식이 잔뜩 생겼다.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1탄에 이어 이번에도 열 개를 야무지게 모아 왔다. 



1. Levain Bakery (르뱅 베이커리)

두툼하고 꾸덕한 르뱅 쿠키, 원조는 당연히 뉴욕의 르뱅 베이커리다. 시카고에도 얼마 전에 지점이 생겼다길래 가봤다. 상아색과 채도 낮은 파란색의 조합, 무려 6년 전의 뉴욕 여행 이후 처음이다. 



쿠키 말고도 파운드케이크나 스콘 등이 진열돼 있었는데, 이곳에선 무조건 쿠키를 먹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을 한정이라는 '초코칩 월넛 쿠키'를 주문했다. 근처 카페에서 산 드립커피와 함께 먹어봤다. 가장자리는 살짝 바삭하면서 안은 쫀쫀하고 부드러운 식감이다. 와작와작 씹히는 호두도 참 잘 어울린다.




2. Sprinkles (스프링클스)

이번엔 동부에서 서부로 간다. 스프링클스는 LA에서 탄생한 컵케이크 전문점이다. 오래전부터 친구가 '인생 컵케이크'로 언급한 곳이라 진짜 궁금했다. 시카고 현대 미술관 놀러 갔던 날, 도보 10분 거리에 지점이 있길래 들러봤다. 



매장 밖에서 자판기로 주문할 수도 있고, 안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도 된다. 난 첫 방문이니 매장에 들어가 시그니처인 '레드벨벳'과 가을 한정 메뉴라는 '호박'을 주문했다. 2구짜리 박스가 10달러다. 칠천 원에 육박하는 컵케이크는 진짜 달고 맛있었다. 필링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빵이 촉촉했다. 레드벨벳에서는 초코향, 호박에서는 시나몬의 존재감이 확실했다. 위의 아이싱도 꾸덕하니 빵과의 궁합이 좋았다. 




3. Molly's Cupcakes (몰리스 컵케이크)

컵케이크 집 하나 더. 친구랑 아웃렛 놀러 갔다가 달달한 빵 냄새를 지나치지 못하고 들른 곳이다. 알고 보니 몰리스 컵케이크는 시카고에서 탄생한 브랜드고, 수익의 일부를 주변 학교들에 기부한단다. 알록달록하고 키치한 모양의 디저트들이 잔뜩 진열돼 있다.  


피넛버터와 레드벨벳을 먹어봤는데, 맛있지만 진짜 달았다. 설탕 맛이 강해 반쯤 먹으니 좀 물렸다. 중간에 필링도 있고, 빵도 촉촉했지만 스프링클스 압승!




4. Stan's Donuts (스탠스 도넛)

워킹투어 때 도넛 맛집을 하나 추천받았다. 시카고에 큰 매장이 꽤 많은 '스탠스 도넛'이란 브랜드다. 처음 방문했을 땐 미니 도넛 세 개 - 피스타치오, 초콜릿, 호박 -와 한정 메뉴라는 사과 시나몬 도넛을 골랐다. 미니 도넛은 모두 케이크 도넛 같은 식감이었는데, 쫀쫀하진 않아도 촉촉해서 맛있었다. 사과가 들어간 큰 도넛은 사과, 캐러멜, 시나몬이 모두 적절하게 맛이 느껴져 좋았다. 



재방문했을 땐 로투스 맛을 골랐다. 로투스 맛 필링은 당연히 맛있었지만, 빵도 꽤 부드러워서 신기했다. 퍼석하지도 않고 기름 쩐내도 전혀 안 났다. 




5. Firecakes Donut (파이어케이크 도넛)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파이어케이크 도넛은 '시카고 3대 도넛 맛집' 중 하나다. 줄이 길어 밖에서 기다리는데, 도넛 라인업을 유리 너머로 볼 수 있었다. 제일 유명하다는 피스타치오 맛을 먹어보려는데 이미 솔드아웃이란다. 대신 오렌지 맛과 애플사이더 맛을 주문했다. 오렌지 맛은 씨가 톡톡 씹히는데 상큼한 아이싱이 독특한 올드패션 도넛이었다. 애플사이더는 사과보다 계피향이 강했고, 구운 도넛 식감이었다. 



맛은 상큼한데 식감은 묵직한 도넛이 자꾸 생각났다. 며칠 후, 비를 뚫고 다시 가서 피스타치오 맛이랑 애플후리터 맛을 사 왔다. 안 먹었으면 정말 서운할 뻔했다. 피스타치오 아이싱과 땅콩인지 아몬드인지 간간히 씹히는 견과류가 맛있었다. 애플후리터는 랜디스 도넛과 맛이 똑같아서 놀랐다. 




6. Goddess and the Baker (가데스 앤 더 베이커)

가데스 앤 더 베이커는 시카고에 지점이 여러 개 있는 대형 카페 겸 베이커리다. 오후 3시에 영업 종료라 시간 맞춰 가는 데 고생했다. 내부는 민트색과 흰색으로 꾸며져 있어 깔끔하고 쾌적한 느낌이다. 음료도, 디저트도, 심지어 굿즈도 종류가 진짜 많다. 


친구랑 진열장 옆에서 한참을 토론하다 결국 패스츄리류도 두 가지 먹어보기로 했다. 크림 크루아상과 초콜릿 데니쉬를 주문했는데, 맛있지만 비주얼만큼은 아니었다. 빵결이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크림이 아주 많이 들어 있지도 않았다. 노릇노릇 세상 맛있게 생겨놓고 이러기야?




7. Eatly (잇탈리)

잇탈리는 한국에도 있는데, 시카고에서 친구들이랑 처음 먹은 디저트가 잇탈리 티라미수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탈리아 식료품 전문점이니 당연한 걸 수도 있지만, 별다른 포장 없이 네모난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티라미수는 진짜 맛있었다.


에스프레소를 촉촉이 머금은 레이디핑거, 달달한 마스카포네 치즈크림, 맨 위의 코코아 가루까지 딱 맛있는 티라미수의 정석이었다. 식감도 맛도 엄청 부드러워서 앉은자리에서 30분도 안 되어 다 먹었다. 




8. Flipz Stuffed (플립즈 스터프드) 

여기서부턴 마트 간식이다. 플립즈는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매듭 모양의 초코 코팅 프레즐만 수입하는 듯하다. 미국에는 매듭뿐만 아니라 통통한 모양의 네모 프레즐도 파는데, 천상의 맛이다! 코팅만 된 게 아니라, 안에 같은 맛으로 필링까지 들어 있다.


'더블 피넛버터' 맛을 사 봤는데, 크리미한 땅콩맛이 안팎으로 진하게 난다. 과자는 프레즐답게 단단하게 씹히고, 크림은 꾸덕해서 하나를 먹어도 충족감이 든다. 미국에서 먹은 과자 중 두 번째로 맛있었다. 




9. Chips Ahoy X Reese's (칩스 아호이 X 리세스)

첫 번째로 맛있게 먹은 과자는 바로 칩스 아호이와 리세스가 콜라보한 제품이다. 치토스만큼이나 미국의 국민 과자 격인 칩스 아호이. 맛있는 초코 쿠키는 워낙 많으니 딱히 먹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포장지에 리세스가 쓰여 있는 걸 보고 호들갑 떨며 바로 샀다. 


칩스 아호이의 묵직한 단맛에 리세스의 짭짤한 피넛버터가 더해지니 맛이 엄청 특별해졌다. 우유에 곁들여 먹으니 서너 개는 순식간이었다. 마트가 아닌 제과점에서 파는 쿠키맛이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다면 정기배송 시킬 텐데 아쉽네... 




10. OLIPOP (올리팝)

마지막은 상쾌하게 탄산음료로 장식해 본다. 올리팝은 미국에서 '트렌디한 소다'로 떠오르고 있는 음료다. 버스정류장이든 지상철역에서든 올리팝의 광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봤다. 찾아보니 당은 낮추고 식이섬유 함유량은 높인, 건강한 탄산음료를 표방하는 신생 브랜드란다. 


딸기 바닐라와 수박 라임맛을 샀다. 맛도 특이하고, 캔 디자인도 진짜 감각적이다. 둘 다 별로 안 달았다. 탄산도 입자가 작은 느낌이랄까, 목 넘김이 부드러워 좋았다. 신기한 건, 쓰여 있는 그대로의 맛이 난다는 거다. 딸기맛에 바닐라향, 수박주스맛에 라임향이 나는 탄산음료는 오히려 제로 음료보다 깔끔한 느낌이었다. 




나에게 디저트란 혼자만의 시간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다. 밥은 같이 먹는 게 훨씬 맛있는데, 디저트는 혼자 먹어도 아쉽지 않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다. 


디저트는 보통 온도를 잘 타지 않는다. 식으면 맛이 덜한 구이나 찌개 등의 요리와 다르다. (아이스크림이나 빙수는 실온에서 녹아버리지만, 이건 별로 안 좋아하니 나에겐 논외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의 여유를 갖고 삼십 분이고 한 시간이고 야금야금 천천히 먹을 수 있다는 게 디저트의 매력이다. 


일상에서든 여행에서든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긴 나에게 맛있는 빵과 과자는 눈을, 입을, 그리고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러니까, 디저트 탐구 생활은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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