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퇴사 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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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기억에 남는 책들이 있다. 다 아는 내용임에도 정작 나는 실천을 하고 있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다 아는 실천이라는 것은 내가 하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의 전환을 만들어 주는 책들이 그러하다. 그중 하나는 ' 청소력'이라는 일본 작가가 쓴 책이다. ' 지금 당신 방이 당신의 상태이다'라는 강력한 메시지와 더불어 청소를 통한 비움의 중요성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태도를 아주 쉽게 알려준다.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퇴사 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자 한다면,그리고 내 목표와 계획에 맞는 구직 또는 창업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이 있다.
특히나 본인이 어느 회사에서 고위직이었다면, 조직 피라미드의 윗부분으로 꽤 오래 살았다면 반드시 이 작업을 거쳐야 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돕는 과정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 안 되겠다'라고 감이 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예전 직장의 직분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억지로 컨설팅을 진행해도 좋은 결과가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과거에 살고 있기 때분이다.
과거의 계급과 직급은 하루라도 빨리 갖다 버려야 한다
우리는 어떤 계기로 인생에 한 번은 퇴사를 한다. 자의일 수도 있고 타의일 수도 있다. 누구에겐 아쉬움이고 어느 누구에겐 지옥 같은 회사 밖을 나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레드카펫처럼 훨씬 꿈과 기회가 펼쳐진다. 그와 더불어 명심해야 할 것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한 살얼음판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구조속에서는 모든 게 경쟁이다. 나보다 훨씬 빨리 자리 잡은 이들과 훨씬 어린 친구들과 계급장을 떼고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이 직종에 전문가로 이렇게 오래 있었으니깐, 예비역 00으로 예편했으니까 라는 그런 골동품 같은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 가장 쓸모없고 도움이 안 된다.
특히나 회사의 고위직일수록, 군생활을 오래 할수록 이를 버리지 못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듣지를 않는다. 대우받았던 그 수준, 자기를 직책으로 불러주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과거에 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컨설팅 도중 안된다고 처음부터 선을 긋는 케이스가 이런 경우다. 이런 사람들은 그냥 때맞춰 나오는 연금과 자신을 과거에서 그리는 그런 좁은 인간관계로 살 수밖에 없다.
과거 경력은 살리고 싶고, 직급도 유지하고 싶고, 대우도 받고 싶고,,, 인간의 심성이 그러한지라 그렇게 개혁, 변화를 외쳐놓고 결국 비슷한 언저리의 직장과 직급, 인간관계에서 맴돌고 있진 않은가.
나도 불안한 마음에 구직이력서를 넣은 적이 있다. 소득이 일정하지않으니 불안하기도하고 이쪽에선 기존 내 경력도 인정받고 하던 일이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나름 군에서는 빛나고 화려한 경력이 있어 모든 경력과 그동안 받았던 과거 상들, 자격증을 쭉 나열했다. 한편에는 하루라도 빨리 이 불안한 상태를 벗어나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 합격이 된다 해도 갈지 안 갈지는 모르지만 밖에서 내가 어떻게 평가를 받는지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다. 마음이 있던 그곳과 비슷한 여러 곳에 내 이력서를 넣었지만 결국 합격까지 가지 못했다. 계속되는 낙방에 가장 기대가 컸던 한 조직의 인사담당자에게 대놓고 물었다.
"혹시 제가 떨어진 이유를 알 수 있나요? 다른 건 아니고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해서요."
"경력이나 자격요건은 훌륭하세요. 저희가 찾고 싶은 인재인데 그게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예전 경력도 화려하고 많은 연봉을 받으셨는데 이쪽에서 일을 하실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서요"
아무리 퇴직과 이직이 잦아진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문턱은 있다. 그 문턱은 스스로 낮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이력서를 되돌아보았다. 나 역시 계급장 떼고 내 이름 석자로 선다고 해놓고 정작 이력서 한편에는 화력 했던 과거로 포장하여 내밀고 있었던 게 티가 났다. 이력서를 다시 작성했다. 과거받았던 상, 훈장을 모두 빼고 미사여구도 빼고 경력도 00 예편으로 간단하게 이력서를 다시 꾸몄다. 내가 인사담당자라면 어떤 사람을 뽑을까에 포인트를 맞추어 자기 소개도 바꾸었다. 다른 곳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밖에 나가면 나보다 어리고 열정 넘치며 도전정신이 넘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다소 경력은 부족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나보다 구직에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설사 들어가서도 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퇴사하여 인생의 2막을 새롭게 살려는 내가 여전히 과거의 직급과 계급을 놓지 못하고 살고 있다면......
인생 탈바꿈을 할 때 나오는 '솔개'이야기가 있다. 인생의 절반쯤 솔개는 부리와 발톱, 날개가 다 빠지는 고통을 감내한다. 그 고통 견딘 뒤 나온 새로운 부리와 발톱, 날개로 다시 남은 인생을 산다. 새로운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
' 과거의 빛나는 경력과 직책은 고이 사진첩에 넣어두세요. 그래야 제대로 잘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