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여행에 엄마는 들떠 있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이다 보니 자꾸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현지에서 살 수 있다고 해도 한국 것이 좋지 않겠냐며 연신 챙겨가려 했다. 점점 짐이 늘어났다.
"엄마, 웬만한 것은 그냥 현지에서 다 사면돼.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야"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여러 나라 10개가 넘는 숙소를 옮겨 다녀야 한다. 짐은 점점 늘어날 텐데 지금부터 꽉 채우면 ' 답'이 없다. 필수품 중 일부만 넣고 나머진 현지에서 산다는 계획을 세웠다. 샴푸, 린스, 세안 도구도 막상 가서 쓸 정도의 용량만 챙겼다. 대부분 여름옷이라 다행히 옷의 부피는 크지 않았지만 긴팔 포함 각자 3벌만 챙기기로 했다.
"빨아 입자. 해지면 그냥 사서 몇 번 입고 버리자".
그렇게 캐리어 1개와 각자의 작은 배낭으로 압축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여권과 여분의 사진을 준비했다. 여행해서 환전할 달러도 미리 준비했다. 대략 예산은 500만 원이 되었다.
사실 예산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500만 원이라고 책정을 했지만' 아이와 엄마'가 있었기에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가늠을 해야 조절이 될 것 같았다. 사실, 이곳이 아닌 조금 더 치안이 좋고 편한 다른 곳을 택할 수 있었다.' 동남아 지역'을 택한 곳은 솔직히 말해 물가도 싼 편이었지만, 내게 익숙해서였다.
나는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다. 태국을 참 좋아하여 당시 태국만 10번이 넘게 갔다. 나의 첫 배낭여행도 ' 태국'이었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나와 친구는 90만 원을 들고 '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육로로 횡단하였다. 그때를 시작으로 태국의 방콕, 푸껫, 치앙마이, 코 피피, 칸찬나부리 등 태국 전국투어를 했다. 특히 나는 태국의 ' 치앙마이'를 좋아했다. 태국의 제2의 수도이면서도 방콕보다 붐비지 않고 여행자들을 위한 배려가 넘쳐나는 정겨운 곳!
이번에는 3대가 함께 여행을 가다 보니 고려할 사항이 많았다.
1. 적어도 내가 대처가 가능한 곳 <언어, 문화, 의료시설 등>
2. 물가가 많이 비싸지 않은 곳
3. 예산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휴식, 액티비티, 마사지 등>
4. 치안이 확보된 곳일 것
5. 위급 시 한국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정도의 거리
크게 고려해야 하는 5가지 요구조건을 정했다. 뭐든 기준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자연스럽게 ' 태국'이 1번으로 선정이 되었고 국경이 이어진 ' 말레이시아'가 선정되었다. 사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바로 붙어 있어 육로로 이동이 가능하다. 국경에서 ' 비자'를 얻을 수가 있다. 말레이시아 아래는 '싱가포르'가 있는데 ' 싱가포르'는 사실상 물가적인 측면에서 가성비가 좋은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싼 생활, 숙박비가 많이 든다. 결국 싱가포르를 넣으면 예산을 많이 넘어서게 된다. 수박겉핧기로 ' 관광식' 여행을 하고 싶진 않았다.
좀 더 신선한 곳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아래쪽에 있는 ' 인도네시아'가 생각났다. '인도네시아'는 나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 또바 호수'를 발견했다. 7만 4천여 점 화산이 분화하여 만들어진 ' 최대 칼데라 호수'!
사람들에게 잘 안 알려진 신비로움이 가득한 곳을 우리의 여행에 끼워 넣었다. 내게 익숙한 곳 2 나라, 모험을 자극하는 1 나라 이렇게 최종 목적지가 정해졌다.
더불어 3대가 함께 하는 해외 배낭여행의 모토를 정했다.
"안전을 기반으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고 겪어본다"
3명의 비행기 티켓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다시 한번 노선을 점검했다. 이체 출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