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작가K Dec 13. 2022

하필 가족여행으로 배낭여행을 선택했나?

무엇을 하던간에  최적의 때란 없더라. 

'어떻게 3대가 여행할 생각을 했어요?'  

나는 60세 앞둔 엄마, 나, 6세 아들 이렇게 45일간 동남아시아를 배낭으로 여행했다.


'나도 가족 배낭여행이 꿈이었는데, 먹고살기 바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살다 보니 꿈이 저만치 미루어져 버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는 ' 언젠가' 떠날거야라는 아직은 꺼지지 않은 불씨를 담고 있다.


처음부터 ' 가족 배낭여행'이 버킷리스트에 있던 것은 아니다. 그냥 결혼하고 남편과 손잡고 여행을 다니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  역마살이 꼈는지 혼자서도 잘 돌아다녔고 한번 나가면 집에 늦게서야 들어오곤 했다.


초등학생 때이다. 엄마 말로는 아침 7시에 배드민턴 채를 들고나간 아이가 저녁 7시에 들어왔다고 한다. 어디서 밥을 먹고, 어디서 무얼 했는지 물어보면 알아서 잘 해결했다고 한다. 나중에 엄마가 뒤를 밟아보니 이 친구, 저 친구 만나면서 그 집서 밥 얻어먹고 친구들 학원 가서 뒤켠에서 같이 수업 듣고 끝나면 놀고,,,,,,


태생이 뻔뻔할 정도로 생존력이 강한 아이였나 보다. 


이놈의 역마살은 끝까지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나는 안에서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닌 밖에서 얻는 타입이다. 특히 자연을 만나면 나의 야생의 본성이 살아 움직인다. 외국을 나가면 없던 자신감도 넘친다.  외국어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가다가 예기치 못한 일을 마주하면 ' 모험심'과 ' 투지'가 불타 오른다. 여행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행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었다. 어쩌다 휴가 한번 받으면 몸이 먼저 편하고 싶었다. 배낭여행은 계획부터 체력까지 에너지 소모가 많이 든다. 처음엔 에어텔 < 숙소와 항공권을 예하며 나머지는 자유여행>에서 어느새 패키지여행에 슬슬 적응해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무서운 게 그런 여행에 익숙해지면, 몸이 편하고자 여행의 본질을 잃어버린다. 여행의 참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여행이란 게, 마치 중고등학교 빽빽한 시간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처음에야 패키지도 재미있지 나중에 장소와 사람만 빼고 다 똑같음을 인지하게 된다.


'나는 여행을 왜 왔을까?'라는  why에 대한 의문을 다시 갖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패키지는 떠날 시간이 가까워 질수록 멀리하게 되었다.


가족 배낭여행은 생각보다 신경 쓸게 많았다. 모든 것을 나 스스로 해야 했다. 여행객 중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나뿐이다. 한국에서 준비는 생각보다 별게 없다. 문제는 가서 즉석에서 해결하는 일들이다. 모든 것을 영어로 바디랭귀지로......


  남편은 일을 해야 해서 현실적으로 함께하는게 불가능했다. 설사 가능하더라 하더라도 엄마와 추억이란 것도 같이 쌓고 싶은데 아무래도  불편하겠지. 


 아이의 유년 기억은 7세 이전에 형성된다는 어떤? 교육자의 말을 믿고 6세 전에는 세상을 보여주리라 마음먹었다. 나는 아이가 한국식 교육방식에서 공부만 하다 허덕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지금은 중학생인 꼬마에게  꼭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네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검정고시를 보고 나머지 시간을 너를 위해 온전히 사용하라고.....


"아들 보고 학교를 가지 말라니 뭔 소리예요"

자기는 이상한 엄마를 만났다고 한다.  다행히 꼬마는 나와 달리 어느정도 정상범주에 있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나의 가족 배낭여행에는 ' 왜'라는 목적이 분명했다. 그것도 2대< 엄마와 딸> < 엄마와 아들>은 많이 가니 시시하다. 그렇게 시간을 낼 겨를도 없었다. 우리는 3대가 같이 가자. 그렇게 60세 할머니, 엄마, 6세 아들의 여행조합이 이루어졌다.




60세 전에 엄마에겐 난생처음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에겐 다해주는 게 아닌 스스로 할 줄 아는 '독립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 자신에겐 조금은 ' 인생이 느려도, 내려놔도 된다는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패키지여행에선 절대 내가 원하는 사이즈가 각이 나오질 않았다. 더구나 비용은 비용대로 꽤 많이 들었다. 패키지의 장점은  비교적 단기 여행일수록 가성비가 좋다. 하지만 우리는 45일이다. 그것도 내가 원하는 장소를 내가 가고 싶을 때 가고 ,  날씨와 컨디션에 따라 스케줄도 조절을 해야 한다. 패키지는 어렵다.


다른 한 가지는 소중한 시간을 ' 그냥 관광'이나 ' 쇼핑'에 쓰고 싶지 않았다. 그냥 밥을 사 먹어도 직접 알아보고 체험하고 '딜' 하는 과정까지 모두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가 커서 제발 기억을 하길 바라며...... 다녀오니 지금은 거의 기억을 못 한다. 하지만 갔던 순간, 느낌은 아련하게 남아있단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목적 때문이었을까? 나는 편한 길 대신 ' 사서 고생하는 가시밭길'을 택했다. 그 결과 엄마에겐  한동안  해외여행 ' 해' 자도 나오지 않을 경험을 선사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첫 해외여행이라 기대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안하다. 다른 사람들은 온천이다 효도여행이다 그러는데......


하지만 우리 가족은 지금도 회자할 정도로 그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엄마는 아직도 각 나라에서 먹었던 과일, ' 한국식당'을 미친 듯이 찾았던 경험, 태국에서 택시 악몽,  지옥으로 가는 메단의 길과 또바의 향수까지 모두 기억을 하고 있다. 그래도 좋은 추억이라 참 다행이다.


그때도 그 가족 배낭여행 꼭 지금 가야해? 라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굉장한 고민이었다. 진급을 앞둔 시점에 하필 지금....... 하지만 난 깊이 고민하고 내린 내 선택에 대해선 항상 후회가 없다. 결국 내 마음이 움직이는 선택을 하니깐......


항상 최적의 때란 없는 것 같다. 지금 이순간이 항상 빠르고 가장 좋은 타이밍이란 것 외엔......




 




이전 01화 3대가 함께한 해외 배낭여행기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