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대도 끝나가고, 경력도 없고, 전문적인 직업도 없고,, 뭐하지?
제가 미용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인터내셔널로 내 나이 32
한국 나이로 내 나이 33
서른이 넘어간 지금 이 시 즈음에서 나의 20대를 돌아보니,
나의 20대는 참 전투적이었던 거 같다.
누구보다 많이 돌아다녔고,
누구보다 많이 마셨고,
누구보다 많이 놀았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
내 20대의 시작은 남들과 비슷하게 대학교를 입학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림 그리고, 모형 만들고, 밤새워 작업하는 그 모습이 멋있어 건축과에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전공은 나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대강 다니면서 휴학을 했다.
휴학 2년 동안 돈 벌어 배낭여행을 떠났고,
휴학 후 학교로 돌아와 한국에서 살려면 대학 졸업장은 필요할 거 같아 대학은 억지로 졸업을 했고,
졸업 후 교수님 추천으로 인테리어 사무실에 취직을 했다.
지금까지 내 인생 통틀어 그 인테리어 사무실 1년 동안은 정말 우울했었다.
맞지도 않는 옷을 하루 종일 입고 있으니 우울할 수밖에..
후회도 미련도 없이 인테리어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당연하단 듯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호주 워홀 2년 동안은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여러 가지 일을 했고, 안 다녀본 곳이 없을 만큼 여행을 했다.
이래저래 바쁘게, 내가 원하는 데로 살다 보니 어느덧 내 나이 29.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디 어린 내 나이지만, 그 시절엔 '나 이제 어떻게 살지' 곧 30인데.. 너무 무서웠다.)
돈도 없고,
경력도 없고,
전문적인 직업도 없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그렇다고 그 끔찍한 인테리어 사무실은 다시는 가기도 싫고),
호주 워홀 비자는 끝났고,
그동안 사랑이라고 믿었던 남자 친구도 내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난 그렇게 이해한다) 떠나버렸고,
이 큰 지구 상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떨어져 외톨이가 된 거 같았다.
그렇게 난 혹독하게 서른이 될 준비를 했던 거 같다.
일단 영어공부를 하자. 공부를 하면 뭐라도 남겠지...
라는 생각으로 IELTS공부를 하기 위해 세부로 갔다.
공부를 한다는 전제하에 갔지만, 내 20대의 마지막인지라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놀았다.
열심히 노는 중에도 앞으로 뭘 하나에 대한 고민은 엄청 했었던 거 같다.
일단 나는 계속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고 싶으니, 세계를 무대로 할 수 있는 일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전문적인 기술을 하나 배워, 세계를 무대로 돌아다니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크루즈 안에, 여러 가지 직업이 있다는 걸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다.
크루즈 안에서 할 수도 있고, 전문적이기도 한 게 뭐가 있나 알아보면서
마지막으로 걸러진 두 직업군이 뷰티와 카지노였다.
나름 손으로 하는 건 자신 있었고, 나름 재미있어하던지라 "뷰티"로 결정!!!
순수하게 미용이 좋아서 이 직업을 택하기보단,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무기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택했다.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해, 내 미래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 후에 내린 결정!!
확고한 결정이 내려지니, 그 뒤의 계획들은 착착착 잘 짜이고 술술술 잘 풀렸다.
시드니에서 1년.
미용을 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나서 난 다시 외국의 학교들을 알아보았다.
크루즈 미용일을 하기 위해서는 손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영어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영국, 뉴질랜드, 미국 등등 유학원을 전전하며 이리저리 알아보았지만, 2년 동안 몸담은 호주가 편했다.
그렇게 시드니에서 힘든 나의 미용 유학이 시작되었다.
1년 동안 Diploma를 받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다니는 것처럼 힘들게 학교 다녔다.
누가 미용을 공부 못하는 사람이 할 게 없어서 택하는 직업군이라고 했던가?!
공부해야 될게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공부도 해야 되고, 방값도 벌어야 되고, 맥주도 마셔야 되고,
돈 벌면서 공부하는 거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1년이지만,
여전히 내가 살던 달링하버는 참 아름다웠다. ;)
나 스스로에게도 참 뿌듯할 만큼 열심히 한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전 세계 어디를 가서도 인정되는 미용 국제자격증과, 뷰티스쿨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든든한 무기를 장착하고 크루즈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모든 자격조건은 갖췄지만 여전히 심장이 터질 만큼 떨렸다.
인터뷰를 무사히 통과하고,
드디어 나는 그렇게 꿈꾸던 크루즈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뷰티션이 되었다.
초 심
잃지 말자.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그 당시 정말 간절하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이 일을 원했던 거 같다.
그 당시에는, 크루즈만 타면 모든 것들이 해결될 거 같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을 얼마나 꿈꿨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그게 일이 되면 스트레스가 따르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휴가가 끝나가는 지금, 가기 싫은 이 청개구리 같은 심보는 뭔가...?
유난히 길었던 휴가를 슬슬 정리하고,
손톱도 정리하고, 피부도 정리하고, 머리도 정리하고, 다리에 난 털도 정리하면서
다시 여행하는 미용인 모드로 돌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