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라바 타워 캠프
Day 3
2026년 2월 14일
이동구간 : 쉬라 케이브 캠프(Shira Cave Camp 3750m) - 라바 타워 캠프( Lava Tower Camp 4600m)- 바랑코 캠프 (Baranco Camp 3900m)
총 이동거리 : 약 10.7km
소요시간 : 8시간 20분 (점심시간 포함)
고도상승: 상승 약 750~785m(Shira Camp > Lava Tower) / 하강 약 650~700m( Lava Tower >Barranco Camp)
지대 : 물랜드/황무지지대 (Moorland zone), 고산사막지대(Alpine Desert zone)
신체반응 : 운행 시작할 때부터 서서히 고도를 높이니 숨이 찼다. 4600m 라바타워에 도착했을 때는 고소로 먹은거 다 토하고 춥고 몸이무거웠다.
날씨 : 맑음 > 오후에 비
지난밤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감동을 하며 잠에 들었지만 밤새 추워서 또 몇 번을 깼다. 찌뿌둥한 상태로 일어나 킬리만자로에서의 세 번째 날을 맞이한다.
까슬한 빵 한입 먹으면서, 한국인 원정대 팀이랑 같이 오면 쿡이 한국음식 해주겠지? 뜨끈한 라면국물이 그리워진다.
8시 30분에 데이빗과 나는 쉬라 케이브 캠프를 떠났다. 킬리만자로 정상이 햇빛 쨍 한 사이 잠시 얼굴을 내민다.
고도 3750m를 시작으로 올라가니 운행하면서부터 숨이 차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는 속도가 느려진다. 이 구간은 천천히 고도를 높여 4600m의 라바타워 캠프까지 갔다가 다시 고도를 내려 3900m의 바랑코 캠프에서 일박을 한다.
킬리만자로 마차메 루트 7일 중 체력소모 가장 컸고 힘든 날이었다.
이 날은 “climb high, sleep low” 로 고도 적응에 최적화된 구간으로 정상등정을 위해 꼭 필요한 날이다. 꼭 필요한 날이긴 한데 처음으로 4000m 고도를 넘으며 지옥을 맛보았다.
고도가 높아지니 이제 초록은 보이지 않고 사막처럼 황량한 고산 사막 (Alpine Desert) 지대가 나타난다. 지옥의 라바타워 캠프까지는 이렇게 황량하다. 사우디의 그 건조한 사막생활을 몇 년씩 하고, 여기서는 고도가 높은 사막이라니. Desert, 익숙하다 ㅋ
숨이 찬다.
폴레 폴레(천천히 천천히)
고도가 높아지면서 숨이 가빠지면 의도적으로 숨을 깊이 마시고 내쉬고를 계속 반복한다. 걸으면서 깊은 숨쉬기를 계속해야 되는 게 번거롭긴 한데, 그게 고산증에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내 숨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하면 데이빗은 내가 고소적응에 힘들어하는 걸 알아차린다. 말없이 묵묵히 함께 걸어간다. 데이빗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라바 타워로 가는 길에 중국팀의 한 사람이 바로 앞에서 토하는 걸 보았다. 4000m가 넘으며 저마다 힘들고 고독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천천히 4시간을 넘게 걸어 드디어 라바타워캠프에 도착했다. 내가 4600m까지 올라왔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다. 고도가 높아지니 얼굴이 얼마나 붓는지… 자연 보톡스와 필러다 ㅋ
포터들이 먼저 와서 텐트를 쳐뒀고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몸도 너무 힘들고 지친 상태인데 혼자 텐트 안에 있으니 너무 추워서 포터들이 있는 텐트에 비집고 들어갔다.
7명의 포터가 옹기종기 온기를 나누고 불을 지펴 음식까지 만들고 있으니 덩그러니 혼자 있는 내 텐트보다는 훨씬 따뜻했다. 그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스프를 겨우 입에 떠 넣었다. 몸이 물에 적신 솜처럼 너무 무겁고 여전히 추웠다. 속이 너무 메스꺼웠다.
- 데이빗 나 토할 거 같아 ㅠ
- 토할 거 같으면 지금 토해버려. 그게 훨씬 더 속이 편할 거야. 지금 토해버리는 게 나아.
그러고, 내 텐트 앞에서 먹은걸 다 토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눈물도 너무 났다.
한번 토하고 나니 속은 시원하고 진정이 되었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고생을 더 하려고 이 비싼 돈 주고 여기까지 와서… 내가 미쳤지… 그냥 너무 서러웠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다시 운행을 시작하려는데 데이빗이 비가 올 수도 있으니 아담(내 짐 전용 포터)에게 말해서 판초우의를 받으라고 했다. 바람도 불고 추운데 아담은 이미 다 포장한 내 짐 제일 아래에 있는 판초우의를 꺼내주는 게 그게 또 너무 미안했다.
미안하다고 그러니, “Its ok, we are all here for you.”(괜찮아, 우리 모두 너를 위해 여기에 온거야.) 이 말을 하는데 또 눈물이 펑펑 났다. 내가 뭐라고 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고생을 하며, 나를 위해 모든 걸 해 주는 그게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그러면서 지난 4년 4개월 사우디 생활이 머릿속에 쫘악 펼쳐진다. 사우디라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성장도 많았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그 시간들이었다. 내 삶의 가장 젊은 날들을 돈 때문에 꾸역꾸역 버텨내야 했다. 내가 여기를 나가면 이 조건처럼 대우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생각하니 퇴사 결정 내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런 내가 가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소중한 시간과 돈을 바꾸는 건 이제 그만하기로 하고 퇴사를 했다.
사우디의 시간도 힘들고 지금 이 킬리만자로의 시간도 너무 힘든데, 그래도 내 자유 의지로 온 킬리만자로의 시간이 더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졌다.
그래, 불안하지만 그래도 퇴사 잘했다.
하나의 문이 닫혀야 또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린다.
킬리만자로를 온몸으로 즐기자.
그렇게 울면서 판초우의를 받아 무거운 몸 이끌고 터덜터덜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데이빗도 말없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래도 속을 한번 게워내서 그런지 훨씬 편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라바타워캠프
난 그곳을 지옥의 눈물의 라바타워캠프라 부른다.
4600m를 찍고 바랑코 캠프로 하산을 시작했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서 판초우의를 꺼내 입었다. 4000m 넘는 고도의 알파인 데저트 지대에서 다시 초록의 물랜드 지대로 내려왔다. 역시 초록은 강한 생명력이다.
초록지대로 내려오니 숨쉬기가 훨씬 편해지면서 다시 데이빗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 힘든와중에도 주변을 돌아보니 비와 안개를 머금고 있는 산의 자태는 너무 아름답고 고귀했다. 그래, 이거 보려고 이 고생을 하면서 이 돈 주고 여기까지 온 거지. Asanti Sana, 감사합니다.
포터들은 정말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가 라바타워캠프를 먼저 출발했는데, 이미 그들은 바랑코 캠프에 도착해서 텐트까지 쳐 두고 나를 기다렸다. 이동할 수 있는 길은 하나인데 운행 중 힘들다 보니 그들이 나를 추월해 가는 모습도 보지를 못했다. 신기할 뿐이다. 아침 8시 30분에 시작해서 산을 오르고 내리고 8시간이 넘는 긴 운행이었다. 마차메 7일 코스의 셋째 날인 이 날과 정상가는 마지막날이 제일 힘들었다. 5일 만에 등정하는 루트 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한 거 같다.
몸이 고도에 적응을 해서 그런지 3900m (마차메 캠프보다 1000m가 높다.) 인데도 몸이 괜찮았다. 역시 인간은 어디서든 적응하는 동물.
오늘도 해냈다 ;)
아산티 사나 (Asanti Sana, Thank you so much)
*고소에서 토할 거 같고(토하거나) 머리 아픈 이유
고산병(AMS, Acute Mountain Sickness)의 신호.
1. 두통이 생기는 이유:
"뇌로 가는 혈류량의 증가"
고도가 높아지면 공기 중의 산소 농도가 낮아진다.
• 산소 부족: 몸속에 산소가 모자라면, 뇌는 생존을 위해 산소를 더 많이 확보하려고 한다.
• 혈관 확장: 뇌로 가는 혈관을 확장해 피를 더 많이 보내려 하는데, 이때 뇌압이 상승하면서 주변 신경을 압박해 욱신거리는 두통이 발생한다.
2. 구토와 메스꺼움이 생기는 이유:
"소화 기관의 파업"
산소가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선택과 집중' 모드에 들어간다.
• 에너지 재분배: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심장과 뇌로 산소를 우선적으로 보냅니다.
• 소화 기능 저하: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위장과 소화 기관으로는 산소와 혈액 공급을 줄여버립니다.
• 증상 발생: 위장의 연동 운동이 느려지고 기능이 떨어지면서 음식을 거부하거나, 이미 먹은 것을 밀어내려는(구토) 반응이 나타난다.
고산병 대처법: "Pole Pole(천천히)"
• 물 많이 마시기: 혈액순환을 돕고 혈중 산소 운반 효율을 높입니다.
• 깊게 호흡하기: 의식적으로 코로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기.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된다.
• 수면 고도 낮추기: 'Walk High, Sleep Low' 원칙에 따라 높은 곳을 찍고 낮은 캠프에서 자면 몸이 고도에 적응을 한다.
• 증상 관찰: 두통약(파나돌/ 타이레놀등)이나 Diamox(고산병 약)을 먹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구토가 멈추지 않는다면 즉시 가이드에게 알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