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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조 Nov 12. 2020

곁가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자

무던히 끝까지 끈질기게

 독일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이다.

아이들의 어학연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관한 다큐였는데 12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와 아빠가 공항에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 아이는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떠나려는 중이었다.

아빠가 딸아이를 안고는 못 놓고 울먹이고 있었다.

이해한다. 12살이면 아직 아기 같은데 그 아이의 아빠는 한 번도 아이를 장기간 떠나보낸 적이 없을 것이다.


비행기 출발 시각이 다가오자 그 딸아이는 아쉬워하며 울먹인다.

“아빠 이제 가야 해 "라고 말하자 아빠는 너무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지만 딸아이를 밀치듯이 밀어내고 

매정하게 돌아선다.

아이를 다시 한번 더 잡으면 놓지 못할까 봐 더욱 냉정하게 뒤돌아섰다.

아빠는 아이가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의지를 존중해서 아이가 걱정되고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 가득하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모질게 이별을 하고 보내준 것이다.


나도 둘째 딸아이를 초등 5학년 말부터 아이 혼자 울산에서 서울로 기차 태워 보냈다.

피아노 레슨만 아니었다면 아이를 그렇게 혼자 서울로 기차 태워 보낸다는 것은 나에게는 꿈에도 생각지 못할 일이다.

처음에는 함께 다니며 동선을 아이에게 익히게 하고 절대 이 동선에서 못 벗어나게 강조했다.

중간에 화장실도 가지마라고 했다. 전철에서 잘못 내렸을 경우에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아이 가방 안에는 내 이름과 전화번호 적은 메모를 꼭 넣어뒀다.

매번 아이와 함께 서울로 다니기 힘든 상황이니 마음을 모질게 먹고 아이를 혼자 서울로 보냈다.

아이는 연습실에서 레슨 받고 혼자 지냈다.

또래 친구들과 같이 지내는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 혼자 잤다.

 

나는 아이가 학교 실기 입시 보는 날 처음으로 그 방에 누워 봤다.

연습실은 지하이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쪽 구석, 꼭 해리포터가 지내는 방 같은 곳에서 아이가 혼자 지냈다.

불을 끄면 불빛 하나 없는 방이고 밤에 웬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지 밤새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가 쿵쾅거리며 들렸다.

그럼 꼭 그 방으로 그 사람들이 당장 쳐들어올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이가 이 방에서 피아노를 배우려는 의지만으로 혼자 잤다고 생각하니 울컥했다.

나의 평상시의 아이에 대한 생각을 아는 나의 친구들은 나의 이런 결정에 적잖이 놀란다.

“네가 아이를 혼자 서울로 보내다니, 게다가 혼자 연습실에 재우다니...”

내가 평소에 또래 엄마들을 만나면 아이의 안전을 위해 부모는 밀착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던 터라 특히 언행일치를 중요시 여기는 나의 일탈 행동에 놀라는 친구들과 엄마들이 많았다.

  

 나는 딱 한 가지만 생각했다.

아이는 서울의 예술 학교에 가고 싶어 하고 그 학교에 가기 위해선 서울 레슨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방법밖에 없다. 나머지 부분들은 다 눈 질끈 감아야 한다.

아이가 항상 무사하고 안전하기만을 기도하며 그 한 가지만 생각했다.

비 오는 정동길 가을

아이들에게도 항상 더 중요한 것과 본질에 집중하라고 한다.

예술학교에 가면 선생님께 배우는 피아노 레슨에 집중해라. 꾸준히 실력을 늘리고 좋은 연주 많이 보아라.

평생을 함께 가는 영감을 주고받는 좋은 인간관계를 쌓아라. 이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사는 집이 어떻고 타는 차가 어떻고 부모님이 뭐 하시고 레슨을 어느 유명 선생님한테 받고 그런 본질이 아닌 것에 흔들리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다.

자사고에 진학한 큰 아이 에게도 당부했다.

사는 집이 어떻고 부모님 직업이 무엇이고 과목 선행을 얼마나 하고 왔는지? 이런 본질이 아닌 것들에 흔들리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다.

그리고 두 아이에게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해 보자고 일렀다.


엄마는 언제나 너희 편에서 답을 너희와 함께 찾을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곁가지들에 흔들리지 말자.

꾸준히 묵묵히 가자.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 말고 너 자신이 무던히 더 나아지는 본질에 항상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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