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2025-09-18 “좁은 문” 앙드레 지드

by 해외교민

장기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 무엇일까? 여행에서 중요한 준비물은 여권, 돈, 핸드폰, 여벌의 옷 등일 것이다. 나는 거기에 꼭 필요한 것을 전자책을 넣는다. 핸드폰과 함께 전자책은 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전자기기였다. 장기여행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을 이용해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숙박업을 하면서도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전자책이 내 소중한 벗이 되곤 한다.


내 주 관심사는 역사, 사회, 소설이다. 소설도 주로 고전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다. 영화도 SF나 고대, 근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좋아한다. 내가 왜 고전 소설과 SF영화를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책으로 혹은 영화로 간접 경험하는 것 같다. 오늘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라는 짧은 20세기 초반의 프랑스 소설을 마쳤다. 그동안 읽었던 연애 소설과는 느낌이 다르다. 주인공 남녀는 프랑스 부르주아이면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 사촌지간이다. 중세가 아닌 근대에 프랑스에서 사촌 간의 연애와 결혼이 왕왕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합스부르크 왕조가 근친 간의 혼인으로 문제가 많았다는 설이 많았는데, 그게 20세기 일반 가정에까지 있었는 줄은 몰랐다.


소설은 답답하다. 둘의 연애는 발전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두 주인공의 연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느 연애 소설처럼 초반에는 두 주인공의 사랑과 애태움을 그린다. 대부분의 소설이 두 주인공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중간 부분부터는 둘의 관계를 가로막는 장벽들이 나온다. 여 주인공의 친동생이 남 주인공을 좋아하는가 하면, 종교적인 이유가 둘을 갈라놓을 것 같은 설정이 나온다. 첫 번째의 장벽은 잘 넘어갔기 때문에 두 번째 장벽이 문제가 될 거라고 보였다. 소설은 상당히 종교적인 색채를 띄고 있었기 때문에 내 예상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자가 수녀가 될 것 같았다. 내 예상을 작가도 예상했나 보다. 여 주인공은 어린 나이에 혼자 쓸쓸히 조용한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보통은 이런 경우 여 주인공이 떠나는 과정과 혼자 병마와 싸우는 과정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 등으로 소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는데 작가는 너무 간단하게 그 과정을 생략해 버린다. 그리곤 여자의 일기로 그것을 대신했다.

시작 부분에서의 몰입감이 갈수록 줄어드는 느낌이 있는 소설이어서 아쉬움이 좀 남았다. 다 읽고 나서도 답답함이 남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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