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와 프로젝트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고민을 하고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체라 함은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의 순환을 의미하고 (Life Cycle) 혹은 프로젝트와 기업의 연결성을 의미한다.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은 생명체로 비유하자면,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으로 말할 수 있다. 비단, 프로젝트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는 기업과 국가 역시 다르지 않다. 제프리 웨스트 저서 '스케일'을 읽으면 충분한 설명을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스케일'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프로젝트 역시 복잡계의 영역에 속하며, 기업의 작은 단위라는 것'이다.
프로젝트 내에서 나의 역할을 간단히 설명하면 '결정권자가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표를 제공하는 일'이다. 차량으로 비유하면 결정권자가 운전자라면 Project Control 팀은 Dashboard로 비유된다. 그런데 Project Control Team의 역할 안에서도 Cost Engineer는 회계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계/재무와 연결된 정보를 많이 접하고 관리한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사업)의 자금이 어떤 형식으로 운영되는지 직/간접적으로 체험한다. 또한 영역을 조금 더 확장하면, 프로젝트를 넘어 회사 전체의 움직임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여러 프로젝트에서 제공한 정보가 취합되어 회사 전체의 재무제표, 현금흐름표, 손익계산서로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이로서 나와 내가 속한 팀의 역할이 회사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아직 경험이 미천한 직원이라, 프로젝트 운영에 관해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의견을 듣는 시간이 많다. 이론은 나 역시 시간을 내어 따로 공부했지만, 이론이나 조언으로서는 배울 수 있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을 때, 조언이나 이론을 통해 무언가 많이 배우고 현실에 적용할 것 같은 느낌도 받긴 한다. 그런데 실전에 임해보면 정말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들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투입되어야 함을 깨닫는다.
내가 진작에 전체를 이해하고 프로젝트의 전반에 대해 최소한 원가와 관련된 모든 걸 알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일은 덜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한가? 프로젝트라는 건 한시적이고(시작과 끝), 프로젝트마다 독특한 특성이 있는데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예견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프로젝트마다 특성이 있다고 해서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산업이 아니다. 따라서, '업'에 대한 전체 맥락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두 번 하기 싫다. 그래서 나만의 로드맵을 그릴 필요가 있음을 인지했다.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업무들의 연결을 통해 전체를 이해하고. 어떻게 프로젝트 초반부터 준비해 나가야 할지 이전보다 조금은 더 분명하게 보이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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