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란 건 참으로 고마운 감각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당신의 오늘이 안녕한지 그렇지 않은지 아주 명쾌하게 알려주니 말이다. 고통을 즐기는 사람을 '변태'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방향성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고통을 즐겨야 배울 수 있다.
슬럼프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든다.
기분은 이상하고 만사가 귀찮고, 집중은 안되고, 괜스레 나의 삶이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지루하고, 짜증 나고, 우울한 기분이 하루 종일 혹은 며칠 혹은 그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슬럼프'라고 표현한다.
슬럼프는 왜 오는 걸까? 나의 오랜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때, 위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는 나의 노력이 즉각적인 결과로 보여야 한다는 '선형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슬럼프가 반드시 나쁜 것인가? (단호하게) 아니요!
슬럼프가 왔다는 것은 한편으로 '그냥 고통'으로 받아들인다면, 나쁜 것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슬럼프는 '성장의 벽에 가로막혔으니 돌파해야 된다'는 신호라고 볼 수도 있다.
정체되어 있는 단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방법으로 더 많이 시도해 보아야 한다.
즉,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슬럼프는 필수 요소다.
보상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돈다.
현실 세계에서 성과, 결과 또는 보상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폭발적으로 나타난다.어떤 목표를 잡았느냐에 따라서, 성취가 나타기까지의 투입하는 시간 & 노력의 수준이 저마다 다르다.
이것은 도서 '1만 시간의 재발견-안데르스 에릭슨' 통해서 충분히 과학적 사실로 증명되었다.
나의 예로 들자면(너무 개인적인 예라 보편화할 순 없지만), 첫 번째로 서평 등의 글쓰기를 시작한 지 만 3년 (2017년 1월부터), 지금까지 나의 모든 글의 조회수를 합쳐봐도 1만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브런치를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날 때쯤, 12월 17일부터 오늘까지 불과 3일 만에 한 글에 조회수가 10만을 넘어섰다. 무려 10배의 결과가 3일 만에 터진 것. 물론 다음 메인에 (누구지?) 걸어주어서, 이런 현상은 단발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회수 = 성과는 아니다. 내가 느끼는 글쓰기 실력은 아주 미세하게 늘고 있다는 느낌인데, 통계적으로 볼 수 있는 피드백이 '조회수' 혹은 '좋아요' 이기에 예로 든 것.
두 번째로, 우연성이 높은 것을 제외한 다른 분야라면, 훈련을 통해 계단식으로 실력이 상승하던 '언어'와 '운동'이었다. 연습을 몰아서 하더라도 단기간에 실력이 상승하진 않았다. 반대로 하루에 오랜 시간 연습을 하지 못하더라도, 오랜 기간 완전히 손 놓지 않고 꾸준히 빈번하게 연습을 해주면, 어느 순간 몸이 기억해서 자연스럽게 목표로 했던 표현이나 몸짓이 나타난다. 이런 연습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는 시간과 결과물이 관계가 계단과 같이 단계별로 상승했다.
이 밖에도 '학습곡선 (Learning Curve)'를 검색해보면 다양한 그래프 유형을 볼 수 있다. 여러 그래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내가 생각한 것 이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좌절(슬럼프)의 구간이 발생한 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실수를 통해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안다."에서 "내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라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 이런 실수들은 나의 대담함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겸손을 알려 주었다. '원칙' - 레이 달리오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 투자 회사를 세운 '레이 달리오' 역시 실수를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위대한 인물들 그리고 주변의 대단한 사람들 모두 실수를 한다. 나 역시 매일 실수를 하고 쓴소리를 듣고 머리를 쥐어짜며 고통스러워한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는 쓴소리를 듣다 보면 제법 쉽게 알 수 있다. (다행스럽게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나도 잘 안다. 쓴소리를 듣는 것은 고통인 것.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난 쓴소리가 좌절(슬럼프)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한 것. 그런데 쓴소리를 듣고 그저 ㅅㅂㅅㅂ 만 하고 있으면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진다.
생각을 조금 전환해서 성장과 개선의 기회로 받아들이면, '힘들 때 웃어야 일류다'라는 메시지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맥락에 따라 조금씩 해석이 다르겠지만..)
나 역시도 고통의 순간이 올 때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되돌아보려고 '기록'을 한다. 물론, 기록을 통한 변화는 정~~~말 쬐끔씩 나타나지만, 그만 두진 않는다.
늘 그랬듯, 언젠가 투입한 노력들이 폭발적인 성과로 나타날 것임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