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madrid Feb 06. 2021

부부 주식회사 Ltd.

영혼의 M&A

매년초가 되면 회사 대표의 훈화 말씀이 이어진다. 다행히 올해는 비대면으로 기나긴 행사의 끝을 잡고 두 바퀴 세 바퀴 몸을 배배 꼬고 있지 않아도 되는 행운(?)이 함께했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대표이사의 신년사는 요약하면.

'작년도 회사의 경영성과는 어떠했고, 올해 목표는 이러이러하니 열심히 해라.'가 되겠다.  


회사에 회사의 대표가 있다면, 가정에는 가정의 대표가 있다. 그렇다 바로 '나 자신' (그리고 당신)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작년도 가족 경영성과 평가와 올해 목표는 설정해 두었나? 

몬스터도 주식회사가 있는데, 부부 주식회사는 있으면 안 될게 뭐람?

부부 주식회사 

창립 5주년 부부 주식회사. 파트너와 창립 후 눈물 콧물 흘려가며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5주년이 되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와 함께 우리는 다방면에서 성장했다고 자부한다. 눈물 콧물 다 흘린 이야기를 다 쓸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며, 부부 주식회사의 미래가 창창할 것임을 감히 선언한다. 

결혼생활에서 부부가 맡은 역할 중 하나는 사업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일종의 '부부 주식회사'가 생긴다고 보면 된다.

- "결혼학개론" 153pg, 밸린다 루스콤 


첫 번째 원칙, 매월 부부 주식회사의 재무제표를 점검하라. 


재정자립의 계획도 없이 가정을 꾸려나가고, 부모가 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러니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서는 가족 공동창업주인 파트너와 매월 부부 주식회사의 재무제표를 점검해라. 

그리고 앞으로 부부 주식회사의 발전을 위해 한정된 자본을 가지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선택을 해나가야 한다. 선택을 함에 있어, 우리가 가진 '자원'이 어떤 상태인지 모른다면 과연 적어도 후회하지 않는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우리 부부 주식회사는 매월 여러 가지 툴을 통해 우리의 자산과 부채, 현금흐름 등을 점검하고 있다. 화려하고 그럴싸해 보이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그럴듯해 보이지 않아도 단시간 내, 자산과 부채의 변동을 파악할 수 있으면 된다. 부부 주식회사는 신생 스타트업이다, 화려해 보이도록 하는 스킬은 회사에서 사용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나는 숫자에 약해, 나는 그런 거 잘 몰라, 난 문과(?) 스타일이야'라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할 거라면, 고난의 길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다가올 고통을 겸허하게 받아들여라. 그리고 어떠한 불만도 사회에 내뱉지 마라,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이 하려고 했던 것처럼 차라리 눈과 귀와 입을 닫고 살아라. 사칙연산 수준만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마저도 하기 싫다는 것은 뇌보다 몸이 혹사당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니까.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로서도 그 누구도 모르는 곳에 있을 수만 있다면, 거기에 가서 어떻게 하겠느냐 한다면, 나는 눈과 귀를 닫고, 입을 다문 인간이 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될 것인가?
- "호밀밭의 파수꾼", J.D. Salinger


두 번째 원칙, 앞으로 재정적 방향에 대해 대화하라. 

'훌륭한 사업 파트너는 모든 일을 투명하게 공개한다.'서로 협력하고, 신뢰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 "결혼학개론" 153pg, 밸린다 루스콤 


재정상황을 보고 있으면 부부가 할 이야기들이 참 많아진다. 파트너의 소비에 딴죽을 걸며 비난하며 싸우라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의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다가울 명절에는 목돈이 필요한데, 지금부터 재정긴축에 들어가야 하는지, 앞으로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서 어떤 대출을 사용할 것이며 상환계획은 어떻게 잡을 것인지, 어떤 자산에 어느 시점에 투자를 하고, 어느 시점에 회수를 해야 할지 아주 다양한 주제로 건전한 '토론'을 할 수 있다. 


파트너와 '토론'을 할 정도의 수준이 되려면, '나' 역시 충분한 학습을 통해 상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학습을 게을리할 수가 없다. 부부 주식회사의 재정상황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것 같지만, 부부 회사라는 것은 사회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므로 경제/사회/과학/정치 다양한 방면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우연히 관련된 좋은 글을 보면 서로 공유하게 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노력은 무엇일지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서로를 이끌어주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선순환?!)


세 번째 원칙, 집안에 TV를 두지 마라.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를 위해서 집에 TV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나는 믿는다. 부부의 건전한 '대화'를 위해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아직 '시간 부자'가 아니므로,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과 수면을 제외하면 부부가 함께 눈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는 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멍 때린다. TV를 보며 부부는 대화라기보다는 TV의 상황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친다. (Ex. 오늘 주인공이 죽을 고비를 넘기나 봐? 어제 이러이러했는데 안 죽는 것 같더라? 등)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TV 없는 생활을 추천한다. 나는 16년째 TV 없이 살고 있지만 큰 불편함은 못 느끼고 있다. (예능/드라마를 못 봐서 주변인들과 대화에서 소외된다고? 유튜브의 짧은 영상(2배속)으로도 주요 내용은 파악할 수 있지 않겠나? 부부 주식회사를 사회에서 소멸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뭐.. 괜찮은 선택이다.)


'하루 8시간만 나는 일해서 나는 좀 여유가 있는데?'라고 생각하는가? 잠시 짬을 내어 나의 이전 글 "8시간 근무의 진실"을 읽어보아 주길 바란다. (감사하게도 이 글은 11만 뷰를 넘어섰다.)



영혼의 M&A, 부부 주식회사 진화!!

한 낱 몬스터도 진화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진화해온 방식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살아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정체성과 이해력, 각종 능력을 발전시켜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더 오랫동안 더 잘 사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인생에서 갖는 동기 중 하나는 자신을 확장하는 것, 즉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죠. 그 방법 중 한 가지가 바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 "결혼학 개론" 53pg, 밸린다 루스콤 

결혼 후 부부는 많은 일들을 함께 하게 된다. 특히나 돈과 관련된 많은 일을 하는데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살집을 알아보고, 여행을 다니고 육아와 재산을 관리한다. 이 모든 것이 걱정 없이 흘러가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부부 주식회사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비롯해 분열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결혼 후 부부가 싸우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은 (약 25%) '돈'과 관련된 문제였다고 한다.)


재정적 안정을 추구하면, 부부 주식회사는 성장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더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야 하고, 서로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도 성장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가족과 사회 안에서 서로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갈 때 부부는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조금씩 우리 부부 주식회사는 진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다. 


[참고]


이전 13화 두 종류의 인플레이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