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방랑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랑청서 Jul 11. 2024

[노르웨이 차박 일주일: 1] 부모님과 남편과 봉고차

일주일간의 노르웨이 캠핑 일지

노르웨이를 꼭 가보고 싶었다.


세계 최고에 가까운 일인당 국민소득과 어지간한 호텔보다 더 좋은 감옥을 가진 나라.

그림 같은 피요르드와 오로라가 펼쳐지는데 내로라하는 데스메탈 밴드도 배출하는 나라.

산유국이면서 민주주의가 잘 지켜지는 나라.

대체 뭘 하면 노르웨이처럼 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게 되는 나라.


게다가 아무 데서나 캠핑해도 된단다! Right to roam - 누빌 수 있는 권리 정도가 적당한 번역이려나. 한 자리에서 적당한 요건들만 지키면 이틀밤은 자도 된다. 캠핑카를 몰던 텐트를 치던.


다들 노르웨이 물가는 살인적이라고 하니, 나와 짝꿍은 노르웨이에서 이번 여름 일주일의 차박을 계획했다.

우리 부모님도 함께...

사실 어쩌다가 우리 부모님과 내 남편이 한 봉고차에서 일주일을 자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게 되었는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번 여름에 한국에 오는 대신 유럽에서 만날까, 그럼 시원한 노르웨이는 어떨까, 어 근데 물가가 장난 아니네, 그럼 캠핑해야겠다! 그렇게 여차 저차 일주일의 차박길에 오르지 않았을까.


오슬로 Oslo-오다 Odda (트롤퉁가 Trolltunga)- 베르겐 Bergen-플롬 Flåm-울레순드 Ålesund - 오슬로



1500km를 2024년 6월 중순 일주일간 달렸다.


노르웨이는 나라 전체가 국립공원 같았다.

길가의 아무 화장실이나 들어가도 놀랍도록 깨끗했고,

시설 좋은 캠핑장이 어딜 가나 많아서 우리는 일주일간 아무런 사전 예약이 없었지만 (대부분은 예약이 불가하기도 하다) 매일밤 무사히 깨끗한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플롬을 지나 한 조그만 캠핑장에서 2천 킬로를 달려 스위스에서 왔다는 한 커플을 만났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유 넘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가진 청년은 처음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 가족이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잠시 인사의 말을 나누었는데, 저녁을 먹고 다들 어슬렁거릴 무렵 다가와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캠핑이 한국에서도 흔하냐고. 인기가 많냐고.

그래서 유럽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요즘은 한국에서도 캠핑카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 스위스 친구는 자기가 한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보았는데, 다들 대형 버스로 단체 관광만 다니지 캠핑카를 끌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잘 보지 못했다고 한다.

속으로는 웃으면서 나도 수동 봉고차를 몰 수 있는 폴란드인 남편이 없었으면 이렇게 차박은 아마 못하고 있을 텐데 싶으면서도, 요즘은 점점 더 이런 여행이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길도 좁고, switchback (hairpin roads)라 불리는 꼬불꼬불한 산길이 많아 운전도 쉽지 않은 노르웨이기는 하다. 게다가 여기는 대부분 수동 기어라서, 자동 기어에만 익숙한 나는 운전을 엄두에도 못 두었다.


하지만 혹시 노르웨이에서의 차박을 꿈꾸고 계신다면!

이 나라는 차박을 하라고 만들어진 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정말 잘 되어있다.

호텔비도 아낄 수 있으니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비교적 경제적으로 노르웨이의 매력을 한껏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여기 브런치에 캠핑장 정보와 차박에 유용한 팁들을 모아서 공유해 보려고 한다.

나중에 우연히 그 스위스 친구를 만나면 혹시 아나, 이제는 캠핑카 끌고 여행하는 한국인 가족도 그런가 보다, 할지.



매거진의 이전글 [치아파스#4] 소외, 가난, 그리고 저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