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6. 나에게만 보이지 않던 것
<챕터 6 미리보기>
- 마음의 문이 닫힐 때에는 나의 에너지 탱크를 잘 관찰하라
- 애초에 평소부터 내 에너지 레벨을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 그걸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과는 공유해라
- 커뮤니티는 너를 지탱해줄 수도 있지만, 때로는 너 또한 그 지탱하는 힘에 보태야함을 잊지마라
- 나미비아에는 볼 게 진짜 많다, 대자연의 생생함
- 디지털노마드로서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책임을 갖자
***
사이프러스에서 제네바로, 프랑크푸르트로 비행기를 두번이나 경유했다. 어휴, 제네바 공항은 경유에는 영 꽝이다. 안그래도 경유 시간이 짧아서 걱정했는데 게이트에서 도착까지 아예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검색대를 통과해서 들어와야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검색대에서 손을 들어가며 외쳐댔다. 진짜 미안한데 나 경유하는 비행기를 놓칠 것 같아, 제발 나 줄 좀 껴주면 안되겠니? 응?
검색대를 통과해서도 미친듯이 뜀박질을 해 겨우 자리에 앉아서 숨을 돌렸다. 프랑크프루트에서는 낫겠지. 웬걸. 여기는 또 사람이 바글바글하네. 공항은 또 왤케 커. 라운지는 줄서서 한참 있다가 겨우 들어가서 간단히 먹고 나와 밤비행기를 탔다. 아이고 대륙 바꿔타기가 쉽지않네. 그래도 가자 아프리카로.
아프리카를 가보는 건 내 오랜 소원이었다. 멀기도 하고 가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티비에는 많이 나오고, 궁금해. 야생동물도 보고싶고, 어떤 땅인지, 마음이 자꾸 향했다. 가보지 못한 대륙의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어. 그래서 남아공에서 온 아이린이 나미비아에 코리빙리트릿(Coliving Retreat)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을 해줬을 때, 그리고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안세우코리빙에서 다시 들었을 때 나는 아, 운명인 것인가 했다. 혼자서 갔다오라고 했으면 사실 겁이 좀 났을 것 같기도 한데, 디지털노마드들이 모이는 거니 겁을 먹을 이유가 없지.
코리빙리트릿은 썬앤코나 안세우코리빙처럼 한 곳에서 거의 일년 내내 오픈을 하고 자리를 지키는 코리빙들과는 다르게 일년에 정해진 기간동안만 반짝 하고 디지털노마드들을 모집하는 형태였다. 와일드와이파이(Wild Wifi)라는 이름의 이 코리빙리트릿은 2022년에 10월, 11월, 12월 세 달 동안 열고 각 달마다 모집을 했는데, 나는 아프리카 한 번 제대로 느껴보자는 심산에 세 달을 한꺼번에 예약했고, 꿈에 부풀었다. 나, 아프리카 가! 너무 신나!!
그렇게 도착한 나미비아 공항에서의 첫 인상은 … 아프리카 안 같은데? 그저 어느 도시와 다를 것이 없는 빈툭에서 나는 별 다른 특색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가 코리빙으로 사용할 집은 빈툭에서도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동네였다.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는, 앞으로 세 달간 나의 집이 될 곳에서 다함께 바베큐 브라이(Brai)를 해먹고 자기소개를 하며 서로 인사를 했다. 분명 밝게 인사를 했는데, 어딘가가 나는 자꾸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퍼즐 조각의 한 끝부분이 뭉툭하게 맞지 않고 밀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미비아에서의 첫 달은, 이전에 보냈던 여러 코리빙에서의 생활과는 많이 달랐다. 나는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셋이서만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일정 거리를 뒀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원래도 모든 이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는 편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의식적으로 상대를 밀어내는 행동은 거의 하지 않았었다.
왜 내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혼자서 고민도 했고 몇몇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았다. 나는 이제까지 커뮤니티가 정말 강한, 또 그 커뮤니티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쏟아붓는 코리빙들을 찾아 다녔는데, 여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 그게 내 마음 문을 닫아버린 걸까? 커뮤니티는 같이 하는 행사들이 있고 활동들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게 아닌데. 그런 점이 여기는 부족한 것 같아, 하고 나는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나 때문이 아니고 코리빙 여기가 별로라서 그런거네.
시월 한 달을 보내고 나서 나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미 나미비아에서 숙소를 세 달간 모두 비용을 지불한 상태였지만 바로 옆에 있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다녀오기로 했다. 시월 한 달간만 나미비아에서 지내고 케이프타운으로 옮기는 친구들이 상당수 있어서 거리를 두는 와중에도 그나마 가까운 편에 속했던 친구들 몇하고도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나미비아에서 한달간 같이 지내고 케이프타운에서 다시 만난 스페인 친구 엘리사가 나에게 그러는거다.
“써니 헛소리 집어치우고 솔직해지자. 너 나미비아에 있을 때랑 지금 케이프타운에서의 모습이랑 엄청 달라. 너 거기에선 제임스하고 제이슨하고 셋이서만 놀고, 우리에게는 전혀 기회를 주지 않았잖아.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너는 커뮤니티에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다른 이들과 나누려 하지 않았어. 너가 그렇게 말하는거 fair 하지 않아.”
자기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돌려서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며 엘리사가 하는 얘기를 듣고 나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야, 엘리사, 나는 지금 너가 영어를 못하는게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얘기해줘서 고마워. 엘리사도 같이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나는 엘리사의 말을 곱씹어봤다. 네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운이 좋았어서 이제까지 갔던 코리빙 어디에서든 항상 나를 안전하게 느끼게 해주고, 마음을 활짝 열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 나미비아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었어서 그 탓만 했던 것 같아.
그게 내가 마음을 닫아버릴 이유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 당연히 나미비아에서도 안세우코리빙에서처럼 썬앤코에서처럼 커뮤니티를 잘 운영하면 좋았겠지만 그게 내가 같이 지내는 이들을 밀어낼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나누려고 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안세우코리빙에서는 지낸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호스트 아구스가 미팅을 요청했었다. 이 시간은 너가 편하게 일주일간 지낸 것에 대해서 얘기하는 자리야. 나는 너의 이야기를 들을거고, 좋았던 것이든 안좋은 것이든, 개선하면 좋겠다 하는 것이든 자유롭게 얘기해주면 난 다 들을거야, 하고 말했던 것처럼 시간과 에너지를 따로 할애하여 나에게 귀기울이는 이가 있다는 것은 마음을 열게 한다. 너는 나에게 중요해. 너의 목소리는 의미가 있어. 나는 너를 알고 싶어. 커뮤니티에는 그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반복해서 느끼고 나니 점점 그것이 언어로 구체화되었다. 썬앤코에서는 유스라가 특유의 부드러운 에너지로 꽉 껴안아주었다. 사실 유스라와 나는 틈만 나면 포옹을 해댔다. 투하니에서는 실버가 있었고. 그렇게 그 공간을 받쳐주는 이들, space holder 스페이스 홀더가 있었는데.
그 역할을 커뮤니티매니저가 혼자서만 감당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커뮤니티매니저가 그 중심을 잡고 다른 이들이 함께 커뮤니티를 받치는 모양이 될 수도 있고, 애초에 그 역할을 모두가 함께 짊어질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할 수도 있겠지. 다양한 커뮤니티의 모양이 있겠지만, 공통적인 핵심은 서로가 느끼는 안전한 공간, 내 목소리가 서로에게 들리고, 서로의 모습을 온전히 보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엘리사는 내가 그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중요한 걸 알면서, 내가 그걸 나눌 수 있으면서도 안 했다고, 한마디로 직무유기 했다고 꼬집은 것이었다. She called me out big time. I owed her that. 엘리사에게 고마운 빚을 졌다.
이 이야기들을 나누고 나는 엘리사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감사 인사를 다시 전했다. 말해줘서 고마워. 너가 말을 안했으면 나는 끝까지 몰랐을거야. 나 혼자서 생각했을 때는 그저 코리빙탓만 했거든. 다시 시월 초로 돌아가도 아마 나는 비슷하게 행동할 것 같기는 해. 그 당시에 내 모습은 안보이고 외부 요인만 보였던 건 그만큼 내가 자아성찰을 할 에너지가 없었던 뜻이라는 건데, 지금 케이프타운에 와서 이렇게 바람쐬고 분위기전환을 하니까 그제서야 네 말도 들릴 수 있을 정도로 내 마음에 여유와 에너지가 있는 거잖아. 결국 케이프타운에 온 것도 나도 모르게 온 번아웃을 해소하러 그 여유를 찾으러 온건데, 물론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거지만서도. 네 얘기를 듣고 나니까 내가 번아웃을 느낀 시점은 이미 스스로 관리를 하기엔 늦은 거였네. 더 일찍 알아차려야 했어. 그랬으면 같이 지내는 친구들한테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미리 양해를 구할 수 있었을거야. 내가 너네가 싫어서 밀어내는 게 아니고 번아웃이 온 것 같아서 최대한 인간관계를 좁게 유지하고 있다고. 그랬으면 애들도 이해를 했을텐데.
나와 엘리사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아이린이 그런다. 본인은 훨씬 예민하게 군다고. 자신의 에너지가 지금 탱크에서 얼마나 차있는지 확인하면서 조금이라도 탱크가 비어가는게 느껴가는 순간 바로 주변에 알린다. 나 곧 잠수탈 것 같다고. 혹시 한동안 연락이 뜸해져도 그게 내가 너하고 우정을 끊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라는 걸 알아달라고. 나 돌아올거야. 충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다급한 손짓을 내보이면서 말하는 아이린을 상상하며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그게 맞지. 아이린 너가 똑똑한거야. 투명한 의사소통을 사랑하는 주변인들하고 그렇게 하는게.
나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깨닫는다.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섬세한 눈길을 줄 것. 그리고 그 관찰을 주변 사람들과도 나눌 것. 모두와 그럴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사람들은 알아야지.
케이프타운에서 다시 빈툭으로 돌아오고 코리빙 생활이 달라짐을 느꼈다. 케이프타운에서 에너지가 어느 정도 충전이 되고 자아성찰도 한 나는 같이 지내는 친구들하고의 연결도 나아졌다. 아침에는 인도 대사관에서 하는 요가를 갔다. 요가를 하면서 코리빙 외에 외부 친구를 사귀고 식사 초대도 받았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친구들하고 테이블 주변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주말에는 코리빙 친구들과 유기동물 보호소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국립공원 여행을 갔다.
우리가 갔던 국립공원은 에토샤 국립공원으로 나미비아를 대표하는 곳이다. 빈툭에서 네 다섯시간 정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곳인데, 아프리카 야생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무조건. 가야한다. 꼭 가세요. 우리는 이박 삼일 캠핑여행으로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서부터 표지판에서 느껴졌다. 품바가 그려진 표지판을 볼 때면 우리는 라이언킹 노래를 부르며 기대감을 키웠다. 에토샤 국립공원은 첫째. 굉장히 넓었다. 두번째. 석양이 무지막지하게 아름다웠다. 우리는 도착해서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저녁식사 준비를 했는데, 밥 먹기 전에 근처나 돌아다녀보자고 하고 관광객들이 야생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물 웅덩이에 벤치를 놓은 몇몇 장소들을 가봤다. 빠알간 해가 떨어지면서 하이에나들이 물을 마시러 살금 살금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혹시나 다른 동물들이 더 오려나 하고 해가 지고 나서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다른 동물들이 더 나타날 기미가 안보여서 다들 돌아갔는데, 코뿔소가 나타났다. 아이고 얘들아 너네 코뿔소 놓쳤다 어쩌냐. 나는 태양을 보면서 명상을 하고 나니 자기에서 움직이기가 싫어져서 또 가만히 있는게 좋아서 그대로 있었을 뿐인데 코뿔소가 물 마시는 것도 봤다.
동물원이 아닌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의 집에 내가 똑똑 하고 찾아가서 그들의 삶을 잠깐이나마 엿보는 것은 흔한 경험은 아닌 게 맞다. 기린, 사자, 스프링복, 코뿔소들을 보고 있으면 바깥 세상의 시간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게 된다. 동물들의 움직임, 그 몸짓에 나의 신경들이 집중하면, 사냥을 하고 살았던 헌터개더러 시절에는 그 감각들에 온전히 의존하고 살았던 모르는 기억들이 살아나는 것일까. 야생과 날 것의 아름다움, 이것이 아프리카인가. 에너지가 차오르는 순간에 우리는 감탄의 소리도 낸다. 나미비아에서의 세 달은 나에게 새로운 땅의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성과 새로움의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간다. 그 시소가 균형이 맞는 지점이 개인마다 다르기는 할테지만. 안정성과 새로움을 느끼는 요소들도 차이가 있을테고. 나는 나 스스로의 안정성과 새로움의 균형에서 다른 이들과 비교할 때 안정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 맞지 않나 한다. 나의 안정성은 일에서 나오고, 일상생활의 무게를 잡아주는 기준이 되는 것이 일이고, 그것만 있으면 지루해서 재미가 없을 내 삶을 새로움으로 채운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에너지는 유럽에서 느꼈던 새로움과는 많이 달랐다. 새로운 환경에 추가되는 날 것과 원석의 느낌은 안정성과 새로움의 균형에서 새로움에 큰 무게를 더 실어주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미비아는 역사적으로 독일의 식민지배를 받았었는데, 독일 혈통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독일 관광객도 비율이 큰 편이다. 크리스마스 및 연말 여행으로 2주간 사파리 여행을 했는데, 식민지적 태도가 아직도 남아있는 순간들이 있었어서 그 점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사파리 여행 자체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우리는 아예 핸드폰 신호도 터지지 않는 곳들에 차를 끌고 들어가서 모래 속 드라이빙 드론 촬영도 하고, 삽을 들고 자연 화장실로 일보러 가고, 떨어지는 태양을 보며 야영도 하면서 자연에 푹 파묻히는 시간을 보냈다. 코끼리, 사자, 기린도 왕창 봤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기회 자체가 너무나 감사할 정도로.
힘든 시간은 원주민 마을을 방문할 때였는데, 가기 전에 사탕을 사야한다고 했다. 아, 아이들이 많이 있나. 사탕을 많이 사서 갔는데, 일단 마을에 남자는 전혀 없고 아이들과 아이들 엄마들만 있었다. 남자들은 가축들을 몰고 멀리 나가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 말만 들어도 방문하는 마음이 완전히 편치는 않았는데 사탕을 아이들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하나씩 물려주는 데에서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시골 할머니께 고급 모나카를 포장해서 선물하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사탕 봉지에서 하나 꺼내서 주고 또 하나 꺼내서 주고 하는 것을 보고 이게 도대체 뭐지? 순간 혼란스러웠다. 유일한 아프리카인인 아이린의 표정에서도 웃음기가 가셨다. 서구의 문화는 성숙한 어른의 것이고 이들 원주민의 문화는 미개하고 어리고 다 자라지 못한 아이와 같다고 취급하는 그 기저에 깊이 깔린 태도에 아이린과 나는 질려버렸다.
아이린과 나는 무리에서 조용히 나와 차로 돌아왔다. 부재한 문제의식에 대한 당혹감을 비롯해 여러 감정이 섞여들며 우리는 눈물을 터뜨렸다. 우리가 사라진 것을 알아챈 몇몇 친구들이 차로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며 본인들이 느끼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있음을, 그 불편함의 실체를 우리를 위로하며 구체화하고 그 동안에 우리는 조금씩 감정을 가라앉혔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노마드나 관광사업은 항상 해당 지역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안세우코리빙처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뿐 아니라 함께 성장하려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곳들도 있지만, 포르투갈 마데이라처럼 부작용이 크게 보이는 지역들도 상당 수 있다. 마데이라의 경우 서유럽 내에서도 저렴한 물가의 포르투갈이라는 큰 매력이 있어 많은 수의 디지털노마드들이 찾았지만, 이는 현지 물가의 상승 및 현지 사업체들이 모두 관광사업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지역 상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노마드는 그저 내 행복, 나만의 기쁨만을 추구하는 집단은 아니다. 더 넓은 세상을 내 집 삼아 살아보는 이들이, 서구화된 지역만 다닌다든가 모든 동네를 서구화시키는 것이 좋은 것이라면, 여행을 다니는 이유가 굳이 무엇이 있겠나. 중산층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인 디지털노마드 씬(scene)에서 나는 동료 디지털노마드들이 원주민들과 만나는 것이 그저 관광 이상의 의미를 갖기를 바랬다. 누군가는 기대치가 높다고 할 수도 있다. 지구촌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자란 엠지MZ 세대의 디지털노마드라면 더더욱,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지역민들을 존중하고, 소수자인권과 현지의 경제상황에도, 지역의 역사와 배경, 앞으로의 방향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기본이라고 믿고 싶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집을 삼으면서, 우리에게 그 정도의 책임은 있지 않나?
<챕터 6에 싣지 않은 에피소드들>
* 나미비아 전통음식 먹기 - 염소의 눈알의 맛이란
*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은 이렇게 합니다
* 크리스마스 연말 사파리여행의 일정
* 처음 야생동물의 고기 맛을 본 순간
* 나미비아의 사막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스와콥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