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했다, 과태료 안 물려고.

마음의 근육을 기를 새로운 습관을 만들었다.

by 노미루

하루의 루틴을 만들고 나자, 아무 생각 없이 보내던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루틴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데다 시간은 한정적이니, 하루가 이렇게나 빨리 갔던가 새삼 느꼈다. 잠을 줄여서 깨어있는 시간을 양적으로 늘리거나, 집중해서 시간을 질적으로 심도 있게 써야 함을 느꼈다. 그보다 먼저 쓸데없는 데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사실대로 고하자면, 나는 이제껏 규칙적으로 산 적이 없었기에 저렇게까지 시간에 대해 고민해본 건 처음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일과 안에서 생활했지만, 시간에 끌려가는 식이었지 내가 주도적으로 쓴 적은 없었다. 어릴 때도 상당히 감정적이었고 뭐 하나 수틀리면 감정에 휩싸여서 그날 하루 일과는 망쳐버리곤 했다. 그래서 스스로 계획을 짜도 며칠 가지 못했고, 또 게으른 자신을 무자비하게 자책하기를 반복했다. 나의 시간 사용 패턴은 그런 식으로 흘러왔다.


그러다 이번에 몇 가지 일상을 루틴으로 만들면서 시간 분배의 필요성을 느꼈다. 시간을 내가 주도적으로 써야 할 필요성을 드디어 느낀 것이다. 불필요한 것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게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답답하게 느껴진 것이 '청소'였다.



나는 평소에 청소를 잘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다음에 쓸 거, 있던 자리를 기억하고 있으니 그냥 널브러뜨린 채 생활했다. 그러다가 완전히 어지럽혀지면 그때 가서 다시 원래대로 싹 치우곤 했다.

오히려 그때마다 치우는 습관이 족쇄처럼 느껴졌다. 행동이 바로바로 이어져야 하는데 중간마다 흐름이 끊기는 것 같았다.

본가에 살 때 방 좀 제발 치우라며 화내는 엄마 말곤, 살면서 그 방식이 딱히 불편한 적이 없었다. (왜 항상 엄마들은 방문을 열고 스트레스를 받을까? 열지 않으면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을 텐데.)


그러다 몇 년 전, '청소력'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다양한 힘 중에서도 청소와 관련된 힘이 '청소력'이며, 청소하지 않고 쌓인 것들은 나쁜 에너지를 만들면서 나의 삶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엔 생소하고도 충격적이었다. 어질러놓고 한 번에 싹 치워버리는 나의 청소 습관처럼,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문제도 미뤘다가 나중엔 해결조차 못 할 정도로 쌓이고 쌓이지 않았나, 하는 심각성도 느꼈다.

내 습관과 삶의 결이 연결된다는 걸 깨닫고는 당장 청소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뿐, 다시 익숙한 패턴으로 돌아왔다.



낯선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벅찬데, 정리 안 된 방에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도 쌓였다.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감, 물건이 널브러져서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하는 바닥, 당장 쓰지도 않을 것들로 꽉 찬 책상. 모든 게 짐짝처럼 느껴지고 예민해졌다. 그러다 문득 몇 년 전의 '청소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격하게 공감했다.

왜 쌓인 물건들에서 나쁜 에너지가 나온다는 건지 이해가 갔고, 치우고 나면 확실히 에너지의 흐름이 달라지겠다는 걸 느꼈다. 단지 이제껏 내가 에너지의 파장에 무뎌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거였다.


발 디딜 공간도 없던 내 방의 평소 모습. 싹 치우니 보는것만으로도 소화가 된다.


바로 일어나서 청소를 시작했다. 쌓일 대로 쌓인 설거지를 하니 십 분정도가 걸렸다. 말이 십 분이지 양념이 굳은 그릇을 불리고, 뜯고, 닦아도 끝은 안 보이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는 더 받고.

먹고 바로 치우면 이삼 분이면 끝날 일인데, 미루게 되면 밀린 과태료에 연체료까지 붙게 된다. 시간을 더 쏟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 에너지까지 더 소모되고 있었다.


방 청소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치우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일부러 시간을 들여 '청소'라는 걸 할 필요가 없었다. 있던 자리에 물건을 두고 있던 자리를 바로 정돈하면 어질러질 일이 애초에 없으니 말이다.

정작 써야 할 시간을 엉뚱한데 쓰고 에너지도 소모하니 온 몸으로 체감이 됐다. 치우고 나니 어지럽던 머릿속도 말끔해지고, 신경 쓸 게 줄어서인지 들쑥날쑥한 기분도 안정됐다.


어떤 청소 습관이 합리적이다 아니다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사람마다 성향도 다 다르고, 기분이나 마인드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니까. 나처럼 마구 어지르다가 싹 치우는 사람도 있을 테고, 반대로 평소에는 정리 정돈하다가 날 잡고 널브러트리며 게으름 피우는 사람도 있을 테니.


다만 나는 이번에 몸으로 체감한 뒤 마음의 근육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나는 습관과 생각이 서로 잘 연결되어있어서 상호 간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 타입인 듯하다. 그래서 한없이 주변을 어지르면, 치울 필요도 없으니 몸도 게을러지고, 생각도 따라서 정리되지 않은 채 널브러지고, 마음에도 근육이 사라지며 나태해지는, 그런 패턴에 갇힌 나날이었다.


문제는 몸만 나태해진 게 아니라 마음의 힘까지 같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마음의 힘이 약했기 때문에 변하기가 쉽지 않은 거였다. 마치 몸의 근력이 약하면 빨리 지치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듯이, 마음의 근력이 약해도 마찬가지였다. 쉽게 포기하게 되고 변화를 받아들일 에너지조차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게을렀던 나를 탓하고 미워할 게 아니라, 모든 경험은 다 나의 재산이라며 스스로 토닥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지. 마음의 근육을 기를 수 있는 작은 습관부터 서서히 익숙해져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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