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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형식 Oct 18. 2018

첫 번째 #3

나무는 나무다

 '~은/는 ~(이)다' 가 은유라면, 그리고 은유가 두 개 이상의 것을 똑같은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평평하게 만든다는 말이 서로를 똑같은 것으로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면, 그리고 동일률 또한 은유라면, 은유로서의 동일률은 사실은 자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을 전제해야만 하는 것일 테고, 왜냐하면 필히 그것이 서로를 똑같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따라서 평평하게 한다는 것은 그것들을 분리하는 것일 테다. 그러니까 '나무는 나무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나무는 나무가 아니다'라는 말을 내포한다는 의미로 삼키는 말이다. 왜냐하면 첫 번째 나무와 두 번째 나무가 같은 나무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말은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가고자 한다는 뜻이며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자 한다는 뜻이다. '자기'라는 단어는 왜 중요한가? 왜냐하면 '자기'라는 단어 자체가 영화가 그러하듯이 시간을 갖고 있는 하나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처음에 자기 자신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달리는 자전거 소리를 따라간다. 사유가 시작된다. 주변의 풍경들 하나하나를 바라보면서 대상으로 삼기보다 자신의 또 다른 주어로 늘려나간다. 문장의 종결이 지연될 때 사유는 침묵에 다다르고, 나무는 자신의 내려다보는 시선이 닿은 곳으로부터 자신을 올려다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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