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가지 않는 시간들
시간은 정말 흐를까?
그러지 않고 혹시 시간은 그저
얼어서는 우리를 배회케 하고,
녹아서는 우리를 잠그는 건 아닐까?
부조리한 시간을 통해 통화는 두 번 반복되고
꿈은 한 번은 꿔지고 한 번은 깨진다
만날 수 없는 만남은 영원히 미뤄지지만
기다림은 가끔은 직접 길을 나서기도 한다
사라짐은 보이지 않음이고
보이지 않음은 못 만남이지만
못 만남은 안 만남이 아니고
소리들은 침묵을 향해 묵묵히 걸어간다
멈추지 않지만 정지하고
실패하면서도 믿고
보이지 않아도 안부를 묻는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그 시간들은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우리의 발 밑에 있거나
우리의 피부를 감싸고 있다
우리를 서게 하거나
서로를 기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