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처음 글을 써보았습니다. 물론 글이라기엔 영화를 보고 후기를 쓰는 단순한 생각 나열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처음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다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다는 것도 올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멋있는 작가님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어른스럽고 굳건한 자신만의 생각과 이념을 가지 있는 작가님들의 글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작가님들을 볼 때마다 제가 정말 어리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제가 아주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기도 했습니다.
제 브런치에 댓글이 잘 달리지는 않지만, 가끔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한 번도 댓글에 대해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뭐라 답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많은 것들을 경험해 저보다 세상을 더욱 잘 알고, 어른스러운 분들인데 저는 아직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고 저는 작디작고 얕게 세상을 알기에 제가 하는 말이 옳은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댓글을 안 읽고, 답을 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가 부족해 답을 달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올해 번아웃이란 것도 처음 겪어보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은 아직 산더미인데 체력이 안 되어서 못 한다는 것에서 비롯한 슬픔을 처음 느껴보았습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도 하면서 동아리 임원진 활동도 하고, 글도 쓰려니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었습니다. 2학기에는 알바와 함께 교외 근로도 시작하고, 기자단 활동도 시작하게 되어 체력과 더불어 시간도 부족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다짐은 좋았지만, 그 다짐이 욕심이 되어 제가 허덕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는 이전에 썼던 글과 기자단 글을 옮기는 것에 그친 것 같아 매우 아쉽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글이 나를 힘들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지만 글을 쓰며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심리학신문 기자단에서 여러 심리 현상을 다루며 제가 스스로 해주고 싶은 말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며 많은 위로를 받고, 제가 글을 쓰며 받은 위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글 쓰는 사람은 타고나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저는 글이랑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시도조차 못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올해 1월 처음으로 영화 후기 글을 써보았습니다. 5월에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접해 작가로서 첫 글도 적어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시도해 보는 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작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너무 신나 방방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1년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올해 초와 비교하면 글 실력도 조금 늘고, 저 스스로도 성장했다 생각합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아직 이름만 작가이긴 하지만 작가라는 타이틀도 달아보고, 영화 <인어공주> 후기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라는 것을 살려 기자단도 처음 해보았습니다. 하나의 결실이 또 다른 결실을 맺게 해주면서 정말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결실 맺음’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할 수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어 고마운 1년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쓴 글에 자신이 담겨있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사실 글이란 것은 텍스트일 뿐인데 어떻게 글을 쓴 사람이 드러나냐면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최대한 평소와 다르게, 진지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기입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글을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개의 글을 써보고, 그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글에 제가 담겨있었습니다. 제가 느낀 것 외에도 친구가 제 글을 읽으면서 우스갯소리로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고, 저를 알지 못하고 저의 글만 읽은 사람이 글에서 앳되고, 저만의 독특한 느낌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신기했습니다.
제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십년지기 친구가 제가 말이 너무 많으니 그럴 거면 글을 쓰라 해서 시작했습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고, 작가 신청을 하게 된 계기도 학교 직업상담소 상담사 선생님께서 글을 읽고 추천해 주셔서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심리학신문 기자단도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가 저와 잘 맞을 것 같다 추천해 주어서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제 모든 글의 시작은 주변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글에는 제 주변 사람들도 함께 담겨있었습니다.
‘문학개론’ 강의에서 ‘나 자신을 구성하는 장면’이라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원필의 ‘행운을 빌어줘’라는 글을 주제로 과제들을 작성하였습니다. 과제를 하면서 가사에 원필이라는 사람이 담겨있고, 원필의 가치관과 성격과 원필의 많은 것들이 담겨있어 좋았습니다. 그로 인해 원필의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 전공은 ‘심리’입니다. 심리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저도 제 글에 저를 더욱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제 글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글에 주변 사람들도 담겨있기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올 한해는 감사함과 함께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2024년에는 더욱 많은 감사함과 아쉬움은 조금만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년에도 쓰고 싶은 글을 많이 써보며 성장하겠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