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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레이 Jun 28. 2017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 감(GARM)

“1920년에 나온 장도빈의 ‘위인 링컨’(동양서원) 신문 광고 문구는 이러했다. ‘링컨 씨는 정의, 인도(人道)의 왕이오, 평등 자유의 신이오, 세계인의 모형이니 위인 중 위인인 링컨 씨의 전기를 일독하시오.’ 당시 책 광고는 책 내용을 소개하기보다는 주제나 저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일독하시오’라는 표현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표정훈, 「[표정훈의 호모부커스] 책 광고」, 동아일보, 2017. 3. 20.


 누군가에게 책을 권하는 일은 늘 어렵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자신이 직접 관여한 책이 아니라면야 명민한 평가자의 역할만 잘 해내면 되지만 그 책이 나오는 데 조금이라도 책임을 진 경우라면 더더욱 어려워진다. 내가 봐도 오류와 실수가 수두룩한데, 추천이라니.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선배가 작업한 건축책이다. 며칠 전에 출간됐다. 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선배로부터 교정교열을 봐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건축에 대해 1도 모르는 내가? 부수입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일단은 고. 국립국어원과 네이버와 구글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니 어떻게든 되겠지. 어디선가 들은 “편집자는 사전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사전에서 하나하나 찾아보는 사람”이라는 말이 이럴 때 써먹으라는 뜻은 아닐 테지만, 모르는 만큼 일일이 다 찾아보겠다는 각오였다. 그렇게, 이 책에 대해 일종의 연대책임을 지게 됐다. 
 모르는 게 많았고, 그만큼 하나하나 새로이 배우게 됐다. ‘오호, 나무 종류가 이렇게나 복잡하군(검색해서 확인해야 할 게 엄청 많군!)’ ‘줄눈 작업 방식이 이렇게나 다양하구먼(우리 집은 어떻게 되어 있나?)’. 일이었지만 즐거웠다. 시험기간에 속성으로 넣은 지식이 금세 빠져나가듯, 당시에 입에서 술술 나오던 건축용어와 건축재료는 어디론가 증발해버렸지만 그 작업한 짧은 시간만큼이라도 주변의 건물과 건축물이 새로이 보이게 된 건 돈 못지않은 보너스였다. 
 이 책은 응급상비약처럼 필요할 때마다 한번씩 들춰보며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건축의 기초가 되는 재료 하나하나를 잘게 나눠 세심하게 설명한다. 가령 우리가 단순히 벽돌이라고 부르는 것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각각이 갖는 고유한 특징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보여주고, 여기에 더해 목재 제작자와 건축가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 적용과 의미를 다룬다. 건축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러하듯, 기본재료와 기본소재에 대한 이해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일 게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건축은 건축이고 집은 집이로다’ 하는 생각에서 한 단계 더 넓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나의 추천이 품질보증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렇기에 어색하게 잔뜩 힘을 주고 옛날식으로 “일독하시오”라고 일성을 높인다. 만드는 사람의 노력이 책에 여전히 남아 있는 오류와 실수의 흔적에 대한 사면의 이유가 될 수는 없겠지만, 흠을 발견하더라도 너른 아량으로 애교로 봐주시기를. 그리고 이 책이 건축 읽는 재미에 첫발을 딛는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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