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한계효용체감의 법칙과 눈요기
2023. 8. 11. 금요일 운동 5일 차
먼저 이 글은 그다지 유익한 글이 아닙니다. 제가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 쓰는 글일 뿐입니다. 운동 의지박약아의 실패기가 될 수도 있는 글입니다. 따라서 무언가를 배우고 알기 원하시는 독자님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운동을 못 할 뻔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같이 하던 친구가 오늘 저녁때 영화-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예매해 놓았다고 같이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헬스장이 22시까지 운영하므로 22시 넘어 상영시간이 끝나는 영화를 보면 운동할 수 없었기에, 저는 운동을 하러 갈지 영화를 볼지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관 근처 헬스장에 가서 일일 이용권 구매한 후 운동한 후 영화 볼까?” 이 말을 들은 친구는 영화는 다음에 보자고 합니다. 지난주의 저 같았으면 영화를 봤겠지만, 운동 습관을 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지금은 운동을 쉬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녁 식사 후 헬스장에 가기 전에 식당 근처에 있던 백화점 식품관에 요구르트를 사러 갔습니다. 요구르트만 사고 나오면 되는데, 자꾸 눈길이 맛있는 음식들에 눈이 갔습니다. 특히 팬케이크나 뻥튀기에 눈이 갔습니다. ‘팬케이크’는 종종 즐겨 먹던 음식이어서 눈이 갔고, ‘뻥튀기’는 먹어도 열량이 낮아 괜찮겠다는 생각에 눈이 갔습니다. 그런데 이때 그 상황과 상관도 없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이 떠올랐습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한 재화의 소비가 증가할수록 그 만족감, 즉 한계효용은 감소한다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가 이 법칙이 생각난 이유는 맛있는 음식은 먹어도 곧 그 만족감이 감소할 것이고, 눈요기(window shopping)만 하더라도 그 만족감이 감소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오늘은 먹고 싶은 음식을 눈으로 보기만 했는데도, 그 식욕이 감소했습니다. 눈요기만으로도 한계효용이 감소한다는 것을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음식 앞에 서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을 자각하자, 밀가루 금단증상으로 제가 이상해지는 것도 같아 황급히 식품관을 빠져나왔습니다.
식품관을 빠져나와 집에 짐을 놓고, 바로 헬스장에 가서 운동(상체운동 위주)했습니다. 5일 차에 들어서자, 가슴과 어깨 부위에 힘이 들어가고 근육도 생긴 느낌이 듭니다. 물론 여전히 알라딘에서의 ‘지니’ 같은(?) 배와 얇은 팔·다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 노력이 마법이 되어 제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기를 고대하며 5일 차 운동을 마칩니다(오늘 제 체중은 3일 차 과식한 이후 몸무게와 같습니다.).
인류는 무오류적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그들이 주장하는 진리는 단지 반쪽의 진리에 불과하고, 반대 의견과의 충분하고 자유로운 비교를 거치지 않은 의견의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고, 인류가 진리의 모든 측면에 대한 인식을 현재보다 더 뛰어나게 할 때까지는 의견의 다양성이 악이 아니라 선이라는 원칙은 인간의 의견에 못지않게 그 행동 양식에도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인 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 유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생활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있는 것도 유용하다.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성격에 자유스러운 시각을 가지는 것도, 누구나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생활양식을 시도함으로써 다양한 생활양식의 가치가 실천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유용한 사실이다. 이상 존 스튜어트 밀 저, 김형철 옮김, 『자유론』, 서광사, 1992, 78쪽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