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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민 May 29. 2019

담담한 취향 고백


 노래 듣는 걸 좋아한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이 노래가 좋다. 이 음악이 좋다. 오늘은 어떠하니까 어떤 노래를 들어야겠다. 지금 난 어떤 상태니까 어떤 음악을 골라 듣는다. 좋아하는 장르가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발라드가 좋다가도 랩을 많이 듣게 되고 운동할 때만 되면 팝송과 힙합을 찾는다. 집중력이 필요할 때면 가사가 없는 멜로디를 추구한다. 오랜 시간 사용했던 음악 앱도 나의 변덕스러움을 잘 안다. 선호하는 타입이 무엇인지 퍼센트를 따져보지만 결국 똑같거나 비슷한 비율로 내 취향은 골고루 분배되어 있다. 스스로는 건강한 취향이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변덕 없는 나의 유일한 기준은 '노래 가사'다. 무작정 기쁘고 신나서는, 센치해서는, 슬퍼서는 좋아하기 어렵다. 멜로디를 듣기 전이나 자연스럽게 멜로디가 시작되면서부터 읽은 어떤 노래의 가사가 현재의 나, 혹은 지금까지의 내가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많이, 오랫동안 좋아하고 듣는다. 그러고 보니 좋아하는 노래가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경험하며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장범준이 좋다. 곽진언에 녹는다. 이적에게 떨어진다. 박효신으로 치료한다. 권순관을 그린다. 정준일을 좋아한다. 혁오에 빠졌다. 박원에 미쳤다. 지드래곤이 멋있다. 김동률을 읽는다. 윤현상을 만난다. 아이유로 고요해진다. 임창정으로 추억한다. 악동뮤지션으로 되돌아간다, 어린이와 어른의 사이로. 정승환과 따뜻한 악수를 한다. 크러쉬로 뚠뚠뚜한다. 10cm와 커피 한 잔을 하고 빈지노와 운전한다. 윤종신 앞에선 모든 감정이 솔직해진다. 이소라로 쏟아진다. 당장 나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글을 쓰다가 떠올라서 그새를 못 참고 또다시 그들을 불러본다.


 때로는 음악 때문에 억지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면 음악을 끄고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는 운전할 때만 듣지만 그때만으로도 충분히 영향력 있다. 특히 비가 오면 굉장하다. 이동하는 나만의 영화관 같다. 비는 싫지만, 이때 라디오를 들으면 낭만과 함께 자동차 위로 부드럽게 떨어져 흐르는 것 같아 약간은 호감이 섞인 시선으로 유리창에 부딪혀 부서지는 빗방울을 바라본다.


 가사가 좋다. 가사를 본다. 가사를 이해한다. 가사로 대화한다. 가사에 슬퍼하기도 설레기도 한다. 그래서 언젠가 가사를 써보고 싶다. 좀 더 살아보고 이뤄보고 싶다. 단 한 번이라도, 몇 명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가사를 써보고 싶다. 근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한 명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가사여도 좋겠다. 막연한 목표일 수도 있다. 끄적이는 글은 누군가 멜로디를 입혀줄 때 노래 가사가 되겠지만 십 년, 이십 년 후라도 언젠가 연이 찾아온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막연히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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