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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민 Jul 07. 2019

한 손씩 맞닿도록


 또 찾아오셨군요. 편하게 읽고 가시면 되는데, 갈 땐 가더라도 역시 시작은 하이파이브겠죠? 하나, 둘


짝!!!

 

 신기했어요.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렇게 수다스럽고 장난기 가득했던 우리였는데, 막상 연애를 해보니 우리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가득했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기보다 어떤 말을 해도 어색한 상황이었어요. 무척 당황스러웠죠. 상대방을 떠올리면 참 좋다가도 만났다 하면 어색해지니까 속상했어요. 그래서 노력이 필요했어요. 우리 연애의 첫 번째 노력은 연애의 시작과 동시에 필요했다고 할 수 있죠.

 현재 연애를 하는 사람이나 과거 연애를 했던 사람이라면 모두, 사랑을 붙잡고 건강하게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머리로는 인정할 수 없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사실일 겁니다. 매우 주관적이겠지만 저는 첫 번째 노력부터 치열했습니다. 공들여야만 했어요.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참 재미있고 아이러니한 게, 노력이 필요할 정도로 어색하고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정말 그랬어요. '첫 단추를 잘 꿰어야겠다. 나의 한 손과 당신의 한 손이 맛깔나게 부딪히게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군침 돌게.


 그래서 세 번째 만남이었나, 그쯤 이수역 근처 카페에서 용기 내어 말을 꺼냈어요. "우리 어색해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데이트 장소에 대한 고민,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는 것보다 우리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어색함을 풀어보자. 그게 우리의 프로젝트다!"라고. 다행히도 여기에 아내 역시 적극 찬성을 했고 어색하든, 유쾌하든, 오글거리든 잡다한 소재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차츰차츰 익숙해지더니 더 나아지고 있다는 변화를 느꼈어요. 저만큼 아내도 치열했을 겁니다. 작정하고 말한 문제점 덕분에 작정하고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해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거예요.



 사실 이전의 연애에서 볼 수 있었던 제 성향은 착각 속에 갇혀있었더라고요. 문제가 있을 때, 먼저 해결하려고 말을 건네고 자세를 취하는 입장은 언제나 나였다는 착각이요. 이제까지 제가 그랬던 줄로만 알았어요. 하지만 완벽하게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항상 먼저, 그리고 끝까지 해결하고자 차분하게 묻고 들으려 하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깨달았어요. 혼자 꽁해서는 머리속에서만 생각이 고여서 맴돌게 하는 것이였죠. '왜 대화하려하지 않는 거지. 말을 꺼내주면 되는 게 아냐.'라며 고인 생각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이 보였죠. 스스로가 먼저 대화하자 하고 말을 꺼내면 되는데 그럴 줄도 모르는 생각만 하는 제가 보였어요.

 제가 아내를 찬양하고 있는 것 같이 쓰고 있네요. 하하. 저는 아내 자랑을 하고 싶은 것보다, 우리가 함께 하면서 영향을 준 여러 가지 중 한 가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저희는 노력과 함께 연애를 시작했고, 함께 하는 시간과 대화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상호간에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았어요. 앞서 언급했던 문제해결 자세 뿐만 아니라 가치관, 다른 점, 시간, 취향 등에 대해서 말이죠.


 2년이라는 연애기간과 1년이라는 신혼기간 동안 있었던 일을 몇 글자로 모두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제 연애와 사랑에, 제 자신과 상대에, 꿈과 삶 자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지난 우리의 시간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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