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재민 Sep 06. 2019

자기 목소리로 노래하기


짝!!


4.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 부르기

  이번에는 함께 즐기는 다양한 취미 중 노래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이미 가수였을지도 모르는 과거의 우리, 심심하면 코인 노래방에 들어가 시간을 보냈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먼저 부르고, 각자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곡을 추천하고, 틀리면 틀리는 대로 즐겼어요. 노래방에 자주 가면 생기는 단점이 있는데, 항상 같은 가수의 노래를 부르거나 자신 있는 노래가 고갈되는 나머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어지는 단계가 찾아온다는 것이었죠. 역시나 우리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 이 단계에서 생각했어요. ‘각자의 목소리로 노래 부르기!’ 슈퍼스타K나 K-Pop스타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했던 때 우리도 그 트렌드에 맞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보기로 했어요.


 

 자기 목소리를 찾기 위한 과정은 다음과 같아요. 1) 좋아하는 가수를 적어보고, 처음엔 그들의 노래를 불러본다. 2)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놓고 내 취향을 파악한다. 이 두 가지를 통해서도 지금까지 단순히 코인 노래방을 왔다 갔다 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나름 새롭고 깨닫는 게 있었어요.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부르고 싶은 노래는 꽤나 다를 수 있고, 부르고 싶은 노래와 부를 수 있는 노래도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어요. 생각보다 내 음악적 취향이 다양했는데, 그동안 듣던 것만 여럿 반복하느라 다양성을 넓히지 못했던 나를 발견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무슨 가수 지망생의 일기 같네요.

 자, 아무튼 이어서 3) 각자 어느 톤에서 매력적인 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한다. 4) 서로 추천해주는 가수의 노래를 불러보면서 다른 매력을 발견해본다. 5) 궁극적으로는 좋아하는, 그동안 반복했던 노래를 최대한 익숙하지 않은 노래처럼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해본다. 사실 저는 고음에 약하고 중저음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평을 받았고, 멜로디보다 목소리가 큰 음악을 할 때 더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어요. 서로 피드백을 신중하게 하는 타입이라 여기서도 뼈가 되고 살이 됐던 것 같아요.

 그동안 인디밴드의 노래를 많이 접하기는 했어도 불러본 적은 없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새로운 분야의 노래도 불러보게 됐어요.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 언제나 노래를 즐겼고, 결혼한 지금도 여전히 노래를 흥얼거려요. 나름대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의 목소리를 찾아가며 노래를 했고, 여전히 모르겠지만 계속 의식하면서 부르는 중이죠.

 코인 노래방에서 우리만의 슈스케를 열고, 참가자와 심사위원이 되어보기도 하고, 실력은 없지만 언젠가 내 목소리가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시기가 오기를 바라면서 부끄럽지 않게 노래를 즐길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여행지에서, 또는 우연한 기회로 어딘가에서 열린 소소한 버스킹 자리에서 손을 번쩍 들어 한 곡 불러보고 싶기도 하네요.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도 찾아야겠죠, 자기 목소리를.


매거진의 이전글 서로의 취미가 서로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