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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지난 한 달

by 흑곰

11월 16일 토요일에 병원에서 퇴원하여 18일부터 출근을 했다.

그리고 딱 한달 2일을 출근하고 다시 입원을 했다.


출근하고 2주는 상당히 좋은 컨디션이었다. 걸음걸이도 가벼웠고 피부도 맑았다.

아침마다 뺴놓지 않고 먹는 귀리죽, 야채죽, 단호박죽이나 고구마 계란, 호밀빵 같은 것들의 효과인가 했었다.

쏜리서치의 비타민의 덕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만2주가 지나기 전에 몸이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실무를 덜하고 팀동료분들에게 assign하고 업무를 챙기지만 마무리 작업에 시간을 쏟지 않을 수는 없다.

업무가 한 팀원에게 몰리면 다른 것들은 다시 내가 가져와 해야 하는 경우도 소수 있다.

결국 연중 가장 바쁜 시기를 앞두고 나는 점차 스트레스와 체력적 한계를 느껴가기 이른다.

손 가운뎃 마디가 욱신거리고 아프다. 손으로 주물러도 찜질팩으로 지져도 나아질 줄 모른다.

19일부터는 방사선도 시작했고 출근을 줄이며 체력관리를 해보려고 해도 일정 상 주 4회 출근을 2주 하고 나니 넉다운이 되기도 한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덕분이다.


고민끝에 다시 입원을 하게 된거다. 입원 직전에는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와 피를 한 줌 뽑았다. 혹시나 하는 맘에서다.

다시 병원에 와서 홀로 점심을 먹고 저녁을 듬뿍 먹는다. 많이 많이 먹는다.

지난 한달간 또 3킬로가 빠졌는데 다시 채우려는 의지다.

계속 눕는다. 잠이 살풋 들었다 깼다 한다.

괜히 텅 빈 마음에 쿠팡플레이를 재생한다. 퇴원 직전에 본 영화 Big Fish가 뜬다. 어머나, 한 달 동안 쿠팡 플레이를 켠 적이 없는가. 다시 그 자리에, 다시 그 화면을 바라본다.


지난 한달, 회사일을 시작하면 다른 것은 잘 돌볼 줄 모르는 편이기도 하지만 독서도 거의 손에서 내려놨었다.

눈에도 잘 읽히지 않지만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아 읽었던 책만 재탕했다.

병원으로 의도적 고립을 하고서야 다시 책을 폈다. 이제사 손에 잡힌다. 변한 것은 없다. 집에 있었어도 오늘은 혼자 있었을 것이기에 장소가 변해도 혼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허나 마음이, 몸이 변화를 감지한다.


쉶이 필요하다.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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