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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정호승. 무심에 대하여

by 흑곰

어디서 왔는지 모르면서도 나는 왘ㅆ고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나는 있고

어느 때인지 모르면서도 나는 죽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도 나는 간다

사랑할 줄 모르면서도 사랑하기 위하여

강물을 따갈 줄 모르면서도 강물을 따라간다

산을 바라볼 줄 모르면서도 산을 바라본다

모든 것을 버리면 모든 것을 얻는다지만

모든 것을 버리지도 얻지도 못한다

산사의 나뭇가지에 앉은 새 한마리

내가 불쌍한지 나를 바라본다

무심히 하루가 일생처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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