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체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카페 차리기 전의 마케팅 포인트
보통 회사원의 경우, 출근부터 저녁 미팅까지 조절한다 해도 평균적으로 2잔은 마신다.
아침 출근 시간, 탕비실에서 드르륵 드르륵 커피콩을 가는 동료를 마주할 수 있고, 근무 중에는 캡슐 커피를, 점심에는 식사 후 커피 한잔씩 시켜두고 담소를 나누는 선후배를 볼 수 있다. 어느새 우리는 하루의 기분을 커피로 달래고, 친구를 만나면 술 대신 '커피를 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해 성인 1인 당 커피 소비량은 428잔을 기록했고,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는 더 늘어 하루 1.7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커피시장은 늘 레드오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지난 9월 국세청이 5년 간 청년 창업자 추세를 분석해 발표한 청년 창업 활동 통계를 보면, 커피숍 창업은 200% 이상 증가하며 여전히 뜨는 업종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커피 판매가 10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이며 남녀와 계절에 상관없이 비교적 변수가 없어 ‘상대적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창업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을 등에 업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브랜드 커피에서 스페셜티 커피로 20~30대의 선호 추세가 옮겨감에 따라, 바리스타가 곧 주인인 젊은 창업주들에게는 제대로 실력만 갖춘다면 카페를 시작하기에 매우 좋은 적기라 할 수 있다. 다른 요식업종에 비해, 주인의 취향과 선호도를 좁은 공간과 적은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6조원이 넘는 국내 커피 판매 시장 중 카페에서 소비되는 커피 판매 비중은 60%가 넘는다.
커피하면, 믹스커피가 전부였던 시대에서 브랜드 커피로, 이제는 SNS 통해 입소문 난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시대가 되면서 카페에서의 커피 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증명하듯 2017년 현재, 커피 전문점 수만해도 5만개가 넘는다. 서울 중심부를 걷다 보면 건물 모퉁이 마다, 시그니처 메뉴를 걸고 원두 향을 뿜어내는 멋진 카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소비자로서는 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어 기쁘지만 카페가 생계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살아남기가 매년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통계에 따르면 2년 미만 업체는 41%, 5년 이상 업체는 29%에 불과하다. 즉 우리 동네에 있는 10곳의 카페 중 7개는 폐업으로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커피를 선호하는 추세를 시기별로 나눠보자면,
스틱봉지로 간편하게 즐겼던 믹스커피에서, 대기업이 키운 브랜드 커피, 그리고 취향을 찾아 고품질 커피를 찾아다니는 스페셜티 시대라 할 수 있다. 시장 전략 맵으로 보자면 ‘싼커피’, ‘비싼커피’, ‘개성 있는 커피’라 볼 수 있다.
저렴해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자본이 뒷받침하는 ‘싼커피’인 경우, 세블일레븐과 위드미 등 편의점 커피가 있다. 좋은 원두를 사용했지만 대량 납품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인다는 점과 편의점이어서 가능한 범접근성이 승리 포인트다. 세븐일레븐의 PB상품인 세븐 카페는 부동의 1위인 ‘바나나맛 우유’를 2위로 앉히고 매출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출처: 이뉴스투데이 2017.02.15 기사) 이 밖에도 빽다방과 이디야는 다양한 커피음료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믹스커피에서 벗어난 중장년층에 인기다.
기대 이상의 고급화 전략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싼 가격의 맛없는 커피보다는 돈을 좀 더 주더라도 고급스런 커피를 찾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고급화를 지향한 커피 브랜드는 새로 진입하는 고객층이 지속적으로 형성되면서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의 싼 커피는 점점 외면 당하게 되고, 고객을 잃으면서 매장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의 생활수준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게 마련이다.”
_출처 『스타벅스를 이긴 토종카페 카페베네 이야기』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고급화 전략을 쓰는 브랜드로는 스타벅스와 폴바셋을 들 수 있다.
스타벅스 1000호점 매장 청담스타점은 7번째 커피 포워드(CoffeeForward)매장이다. 커피 포워드는 원두 뿐 아니라 추출 도구도 손님의 취향에 맞춰 제공하는 콘셉트로 리저브 매장에서 또 한번 업그레이드한 매장이다. 이 매장의 아메리카노는 톨사이즈 기준으로 7,000원이다. 일반 매장이 4,100원에 비해 가격은 높지만 섬세한 취향에 맞춰 만족스러운 한 잔과 프리미엄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스타벅스 애호가 사이에서는 호응이 좋은 편이다.
엄선된 스페셜티,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기자
국내커피 산업의 최근 트렌드이기도 한 ‘스페셜티’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지리나 공간에서 오는 불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일단 검증된 커피맛과 카페가 보여주는 아우라가 SNS에 올라오면 커피애호가들의 순례길은 시작된다. 물론 특별한 공간 인테리어로 먼저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낡은 공장이 콘셉트인 상수동 엔트러사이트는 최근 제주도에서도 공장을 개조해 2호점을 열면서 서울의 인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도산대로에 눈처럼 하얀 인테리어로 입소문이 난 디센트도 있다.
이 밖에도 커피가 곧 인생이 여기며 커피 한잔에 인생 철학을 담아내는 바리스타들의 작은 가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하루 아침이면 특별한 곳은 조금 덜 특별해지고, 또 새로운 가게가 뜬다고 한다. 요즘 커피를 가장 왕성하게 소비하는 2030대들에게 커피를 통해 조금 더 특별하고 개성있는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카페를 열고 싶다면, 커피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커피 맛이 언급되지 않은 채, 단지 인생샷을 찍을 수 있어서, 인테리어가 특이해서, 바리스타가 멋져서 등등의 이유로 SNS상에서 인기를 끌던 카페 중 2년을 넘긴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낮은 가격 혹은 프렌차이즈 대형 카페를 열 생각이 아니라면, 역시 카페는 우선 ‘커피만으로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커피 한 잔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름없는 스터디의 24번째 스터디 일환으로 원주에 있는 ‘커피 라디오’에서 생두부터 에스프레소 추출까지의 전 과정을 실습해보는 체험 활동 시간을 가졌다. #커피라디오는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더욱 유명한 커피전문점으로 한국의 스페셜티 역사에서 존재감이 꽤 큰 곳이다. 2006년, 로스팅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적을 때부터 로스팅을 시작해 70 여 군데의 카페에 로스팅 한 원두를 납품할 정도로 품질과 실력이 확실한 곳이다.
대학교 평생교육원과 다수의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다져진 김기일 대표님의 검증된 교수법으로 이번 스터디는 일명 ‘커피자니아’, 생두가 한 잔의 커피로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농부, 로스팅, 바리스타, 손님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보는 체험학습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필자는 브랜드 카페 2곳에서 3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잡아본 적이 있었으나, 실제 체험 활동을 해보니 그동안 내온 커피는 모두 기계적으로 추출한 음료였다는 생각에 문득 부끄러워졌다. 어느 국가, 어느 산지의 커피 콩을 고를지부터 선호하는 로스팅 정도, 생수의 산도와 커피를 담는 잔까지 어떤 커피를 만들지 매 단계마다 바리스타의 판단과 철학이 관여되어 있어야 원하는 커피를 완성할 수 있었다. 커피를 음료 이상으로 소비하는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어떤 마케팅보다 ‘취향을 제대로 저격할 커피 한 잔’이 가장 중요하다.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면, 커피를 팔고 싶다면 우선 어떤 취향의 커피를 설계하고 싶은지 치열하고 고민하고 섬세하게 세팅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훌륭한 로스터는 농부의 일부터 커퍼, 그린빈 바이어, 바리스타의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커피의 씨앗부터, 한 잔의 컵까지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_출처『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그럼에도 커피 외에 할 수 있는 마케팅이있다면?
브랜드 커피숍이 아닌 자영업으로 시작하는 카페라면 지역 사회 기반은 카페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커피라디오는 강원도 교육청과 MOU를 맺고 원주시 중고교 장애 아이들에게 바리스타 직업교육을 해주고 119 원주 소방소와 불조심 캠페인을 함께하는 등 지역 공익을 위해 함께하고 있다.
강릉 테라로사와 부산 모모스에 견줄 만큼 지역사회 기반이 단단한 커피라디오의 명성은 원주의 스타벅스 ‘원주벅스’라는 애칭을 가질 정도인데 이러한 공익을 위해 재능기부에 아낌없이 지원하는 커피라디오의 ‘착한커피’ 이미지도 큰 역할을 했으리라 본다.
절대적으로 맛있는 커피는 없다
본인의 입맛 혹은 커피를 마실 사람의 입맛에 맞아야 맛있는 커피라 생각한다.
때문에 카페가 있는 곳의 지역주민을 사로잡아야 카페는 안정적으로 장기전을 준비할 수 있다.
아직 카페가 안정기에 접어들지 않았다면 강동구 길동의 외계인 커피와 성수동 메쉬커피 사례를 참고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외계인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지만 스페셜티가 어색한 동네 사람의 취향을 고려한 커피 메뉴를 제공해 이사간 손님이 커피 맛이 그리워 찾아오기도 한다고 한다. 가장 매력있는 스페셜티 동네커피를 꿈꾸는 메쉬커피는 지역간의 유대가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부단한 소통을 바탕으로 ‘성수동을 닮은 커피’ 스페셜티 커피를 내놓았다.
커피 한 잔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커피 한 잔에 많은 걸 보여줄 수도, 나눌 수 도 있기에 커피는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까 한다. 담고 싶은 철학은 그대로, 다만 방식만을 꾸준히 고민해본다면 레드오션이라 해도 언제나 승리 포인트는 찾을 수 있다.
책과 커피를 좋아한다. 출판계에는 올해로 6년 차이지만 여전히 모든 게 새롭다.
대학교 때부터 꾸준히 커피와 책을 연결하는 마케팅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