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의 끝에 승마장이 있었다

토요일 오전 천국에 도착한 사람의 이야기

by 노난


연신내를 벗어나니

갑자기 북한산이 나타났다

거대한 북한산을 향해 뻥 뚫린 길을

바모스와 달렸다

느닷없이 바모스가 무엇이냐면

그것은 내가 지은 내 차의 이름이다

Vamos는 스페인어로 '가자!' 라는 뜻으로써..뭐 그렇다..


길 양 옆으로는 벚꽃나무가 끝도 없다

벚꽃이 차유리창으로 흩어졌다

뭐지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길은?


그 길의 끝에 승마장이 있었다

헐렁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승마장으로 향하는데

길목에 말이 한마리

승마장이니까 말이 있는 것이 당연한데

실제로 코앞에서 보니 감동스러웠다

요기 이쪘져여~~~이름이 모에여~~~~


누군가 나의 주접을 지켜보는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저 너머에 네개의 순한 눈이 있었다

이번엔 두마리다!!

응앙앙~~~거기에도 이쪘져여~~~? 밥은여????


마음을 진정시키고 승마장 사무실로 들어가자

여자분이 일어나서 예약하신 분이냐며 이름을 물었다

맞다고 하자 싱긋 웃으며 걸어나오는데

헙. 노란색 셔츠와 검정 승마바지. 그리고 질끈 묶은 긴머리.

내가 생각하던 바로 그 승마인의 모습을 한 이분이

승마장의 원장님이었다


말을 타보셨다고 하셨죠?라고 물으시길래

저로 말할거 같으면 몽골 대평원에서...

싱긋 웃더니 원장님이 말한다


-

몽골에서 달려보고 오신 분들이 가끔

승마장에서는 그렇게 못달려서 아쉬워하시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여기는 체계적으로 승마를 배우는 곳이라서

그렇게 달리지는 못해요.


네. 저도 체계적인거 되게 좋아하고요. 그리고

말을 사랑하는 방법과 말과 교감하는 방법..그런거..


일단 오늘 한번 타보고

일회체험을 할지 아님 10회, 20회 쿠폰을 끊을지 정하자고 하며

원장님이 나를 탈의실로 안내했다

탈의실에는 헬멧이 여러개, 조끼가 수십개 걸려있었다

어제 전화로 들은 준비물은

좀 붙는 청바지나 두툼한 운동복 바지,

너무 펄럭이지 않는 윗도리,

그리고 운동화.

옷이 펄럭거리면 말은 귀가 예민해서 싫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청바지에 청셔츠로 서부느낌을 내 보았는데

원장님이 내 착장을 훑어보시더니 칭찬해줬다


승마용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헬멧.

머리에 꼭 맞는 것을 써서 낙마시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조끼는 조금 두툼하고 딱딱한 재질이다

운동화 위로 바지에는 가죽으로 된 각반을 찬다. 챕스.

이유는 역시 바지가 펄럭거리는 것을 말이 싫어해서

바지깃을 정리하는 용도와

다리가 말의 허리에 스치면서 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라고 했다

부츠를 신으면 챕스는 하지 않아도 되는것 같다

그리고 장갑을 끼면 준비 끝


강습까지 10분 정도 여유가 있으니 둘러보고 있으라고 해서

사무실을 나서는데

헙.


모처럼 파란 하늘 아래 넓고 둥그런 진흙바닥

그 위로 알록달록 장애물이 흩어져 있고

그 너머로 동그랗고 네모난 천막이 쳐있었다

보더콜리 한마리가 뛰어다니고

털을 반짝이는 늠름한 말들 위에

허리를 꼿꼿하게 편 사람들이 앉아있다

눈 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이 목가적이었다

흙냄새와 건초냄새 그리고 말냄새가 난다

와. 이곳은 천국인가.


말들은 쉬는 시간. 사람들이 나와서 장애물을 정리한다.


말과 개 그리고 청청인간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이 풍경을 바라보며 생긴

나의 꿈을 말하자면


오십살 전에 이 동네에 집을 사고

멋쟁이 말 네 마리와 함께

승마장을 꾸리며 사는 것이다

집앞 개울에서 낚시를 하고

매일 장화를 신고 살고 싶다

그리고 가끔은 아울렛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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