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통해 차를 배운 사람의 이야기
후덜거리는 다리를 끌고
다시 바모스에 올라탔다
아까 레슨에서 코치님은 이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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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도 운전하고 비슷해요
차를 세울 때도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앞으로 쏠리잖아요?
말도 그래요
갑자기 고삐를 당기면 앞으로 쏠려서 말도 사람도 위험해요
운전 하시잖아요?
천천히 고삐를 당기되 끝까지 당기면서
워워-워워-
이 일곱 문장에서 내 귀에 가장 크게 들렸던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운전 하시잖아요?"
뭐야뭐야
이제 뭐 누가봐도 운전하는 사람인가보아?
초면에 이렇게 막 운전자 취급해주고 응?
브레이크는 그렇다쳐도 뭔가 바모스에 앉아있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손가락을 꾹 누르면 시동이 걸리고
발을 한번 지긋이 누르면 부드럽게 움직이는 물체
손을 슬쩍 움직여 좌로 돌리면 좌로 우로 돌리면 우로
혓소리 한번 내지 않았는데도
원하는대로 움직여주는 존재
너에게도 목이 있다면 쓰다듬어줄텐데
여기까지 달려온 김에
그리고 아직도 토요일이 반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 동네를 좀 돌아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배가 고프니 뭔가를 먹고 싶은데
백합칼국수집이 눈에 띄었다
칼국수 안에 백합이 열개 넘게 가득 들었고
청양고추가 듬뿍이라 국물이 얼큰하다
정말 맛있네
배가 부르니
안가본 곳을 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펼쳐서 여기저기 당겨보니
조그만 절이 있다
차로 8분거리
달리는 길이 너무도 한적하고 북한산이 아름다워서
네비를 몇번이나 어기고 앞으로 옆으로 앞으로 달렸다
드디어 도착한 숲속의 절은 두 칸자리 아주 작은 암자였다
차에서 내려서 걷다보니
절보다 놀라운 것은 그옆에 있는 보육원이었다
아주 양지바른 너른 부지에
아주 아름드리 숲 안에 보육원이 있었다
건물건물마다 '체험장', '기숙사' 등의 간판이 붙어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고 폐업을 한 눈치였다
인기척이 없는 텅빈 보육원
크고 높게 피어난 꽃나무길을 걷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살던 곳이었을까
왜 문을 닫은 것일까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누구는 이곳을 떠나고 싶고 누구는 이곳을 지키고 싶고
그랬을 공간
볕을 쬐면서 한참을 혼자 걷는데 저 앞에
한쌍의 부부(아마도)가 보였다
아마도 옆의 개울에서 낚시를 하려고 온 분들 같았다
여자가 오래도록 이야기하면
남자가 오래도록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걸을수록 두개의 사이좋은 점들이 점점 멀어졌다
승마장에 가고 싶었을 뿐인데
눈이 그렁그렁한 소망이를 만나고
일로일로섬을 계획하고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을 알게 되고
문을 닫은 보육원을 발견하고
풍성하게 흐드러지는 꽃길을 오래도록 걸었다
오늘은 승마를 처음으로 배운 날,
집에 와서 보니
양쪽 허벅지 안쪽에는 멍이 하나씩 들어있었다
아.
어떻게 귀가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을정도로
운전이 자연스러워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