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승마고수가 되려고 했던 사람의 이야기
간밤엔 유튜브를 켜고 말았다
타다보면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좀더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었달까
유튜브에 '승마강습 기초'를 검색했더니 줄줄이 교습영상이 떴다
그리고 한시간 뒤 혼란에 빠졌다
영상마다 말하는 승마법에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영상은
허벅지도 무릎도 발뒤꿈치도 아닌
엉덩이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승마법이었다
어디 한군데에 힘을 줘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중심을 잡고 앉아서 말과 한몸이 되어 달리라는 것인데
이것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내가 승마장에서 배운 모든 것을 부정하는 승마법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무시무시한 말은
이 엉덩이 균형을 초보때 배우지 못하면
아무리 말을 여러번 타도 계속 초보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초보가 들을 수 있는 가장 무서운 말은
“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계속 초보일 것이다"라는 말이다
영원히 초보라니! 초보로 인생을 마감한다니!
나는 초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포지션인지 잘 알고있다
이십년 초보운전이었기 때문에!!
초보를 벗어나겠다는 각오로 유튜브를 돌려봤다
도대체 엉덩이로 중심을 잡으며 타는 승마법이란 무엇인가?
엉덩이가 뭐길래 중심을 잡는다는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영상을 돌려봐도 그것은 알 수 없는 무엇이었다
어디에도 힘을 주지 말고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물 속에서는 가능한 일이겠지만
흔들리는 말 위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 것인가
눈으로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것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방구석에 앉아 엉덩이를 들썩이며
미궁과 좌절 속으로 빠져들 무렵
문득 기억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먼 기억 속 내 복싱 코치님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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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같은거를 보고 온 분들은 늘지를 않아요
이미 시작할 때부터 나쁜 버릇이 들어서 오거든요
회원님은 나쁜 습관이 하나도 없어요
단지 게으름 때문에 유튜브 찾아볼 생각조차 못한 학생일 뿐이었지만
코치님이 일찌감치 유튜브를 경쟁상대로 생각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당시의 나는 이런 결심을 했었다
그래. 몸 대 몸으로 배우는 것을 이길 자는 없어!
나는 바짝 마른 장작개비처럼 아니아니
스폰지처럼
코치님의 30년 복싱 노하우를 쪽쪽 빨아들일거야!!
나에게 나쁜 습관은 하나도 없어!!(물론 좋은 습관도 없었다)
과거의 목소리에 힘을 얻어 또 한번 결심했다
그래 맞아!
승마는 신뢰의 스포츠야! (그런 정의는 없음)
코치님을 믿고 가는거야!
초보를 벗어나는 거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불신을 벗어나는 것이다!
유튜브로 승마고수가 되고자 했던 나를 반성하며
한시적(중요) 초보승마자가
4일차 레슨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