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타기의 비법을 들어버린 사람의 이야기
3회차 승마자의 루틴은 이렇다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일어나자마자 씻고 바나나 또는 삶은 계란을 먹고
커피를 내려서 보온병에 담아넣고
10시에 집에서 출발한다
빨간 신호등에서는 재빨리 보온병 뚜껑을 돌려따서
커피도 홀짝이다보면
10시 45분에 승마장 도착
길목에 서있는 말들에게 격하게 인사하고
장비 장착 후 11시부터 레슨 시작
쓰고보니 승마자로서의 루틴이라기 보다는
그냥 초보운전자의 루틴같네
만나는 사람마다 혓소리를 내며
승마 칭찬을 해댔더니 한명이 걸려들었다
오늘은 친구가 온다
조금 늦게 도착한다길래 먼저
내가 탈 말을 확인하고 코치님과 인사를 하고
원형 승마장으로 갔다
오늘은 또 한번 소망이를 만나는 날이고
코치님은 2회차 강습때 만난 코치님이다
(편의상 밤코치님이라고 불러보겠다. 머리가 밤처럼 매끄럽게 동그라니까는..)
소망이와 인사를 하면서 목을 쓰다듬으면서
묵직하고 느긋하게 몇바퀴를 걸으며 돌고 있는데
친구가 도착했다
표정이 벌써부터 굳어있길래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말에게 물렸다고 했다
응?물려? 말이 물기도 해?다친거야??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코치님이 말했다
아, 장난장난이요~~
아 뭐야 놀랐잖아 무슨 장난이야..하는데
그 장난은 내 친구의 장난이 아니라
말이 장난으로 물었다는 거였다..
아..그런 장난..진짜 물렸구나..이럴수가..
친구는 중학교 땐가 영국에 캠프를 한달동안 간적이 있는데
그때 말을 타본적이 있다고 했다
귀족이야 뭐야..중학교때 무슨 영국에서 말을 타..
하지만 그때 상당히 터프하게 승마를 배워서는
지금까지 말이 무섭다고 했다
친구가 탄 말은 오공이
손오공처럼 개구져서 장난으로 팔도 물고 그랬구나
오공이 요놈..
친구가 오공이를 타고 평보를 연습하는 동안
나는 지난 시간에 배운
경속보와 버티기를 반복했다
쾌활한 루이를 타다가 점잖은 소망이를 타니까
역시 혓소리만으로는 속도를 붙이기가 어려워서
발꿍과 혓소리를 반복했다
오늘 나는 울타리 밖을 돌기로 했다
조금 더 큰 원을 돌면서 달리는 것이다
울타리 안에서 걸을 때보다 좀더 빠르게 돌 수 있는데
소망이가 울타리에 붙어서 달릴 때는
왼발이 자꾸 울타리를 쳐서 등자(발을 넣는 세모난 쇠)에서 발이 빠졌다
친구한테 나의 늠름한 경속보를 어서 보여주고 싶은데
이거 영 모양이 빠져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큰 문제는
친구가 코치님이 시키는대로 시선을 정말로 정면고정만 해서는
나를 보지 않는다..
야..나를 좀 봐..나의 경속보를..!!
언제부터 남의 말을 그렇게 잘 들었냐..
3일차 승마자의 위엄을 봐줘...!
말마다 성격이 모두 다르듯이
그리고 기승자마다 모두 성격이 다르듯이
코치님의 수련법도 모두 다르다
밤코치님은
조금만 잘해도 칭찬을 아주 많이 해주고
동시에 말에게도 칭찬을 많이 해주라고 한다
-
회원님도 잘하시고 정말 잘하시고
친구분도 잘하시고 다들 잘하시네요~
자, 말들도 칭찬해주세요~많이 해주세요~
칭찬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인 것이다
나는 칭찬이 너무 좋아
나랑 아주 잘맞아
오늘도 버티기는 실패하였고
나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코치님께 묻고 또 물었다
-
발의 어디에 힘을 줘야 일어날 수 있는 걸까요?
허벅지에 더 힘을 줘야 일어날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지금 발의 앞부분에 힐을 신듯이 힘을 주고 있는데 맞나요?
발바닥의 방향을 조금 뒤로 해야 서기가 쉬운데 맞는건가요?
-
발은 앞이 아니라 뒤꿈치에 힘을 줘야 하는 것
허벅지에 힘을 주지만 세게 주는 것은 아닌 것
발 앞에 힘을 주면 안되는 것
발바닥의 방향은 앞도 뒤도 아닌 밑으로 하는 것
코치님이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시는데
타보면 그대로 되지 않는다
발의 앞에 힘이 가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허벅지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후 오늘도 땀이 나네
레슨이 끝나고 경속보를 성공하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너무 많이 찧어서 지쳐버린 친구를 끌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어땠냐고 물어보자
중학교 때도 바로 그 리듬타기를 못했고
그리고 그때처럼 말이 무섭다고 했다
그리고 팔을 보여주는데 이빨자국이 나있다!!!
아무래도 오늘 영업은 실패..
원장님께 보여줬더니
가끔 있는 일이라며 후시딘을 발라주셨다
아 별일이 아니어야 할텐데
후시딘을 바르고 난 원장님을 붙잡고
다시 한번 힘을 주는 부위에 대해 물어봤다
발 뒤꿈치에 힘을 주되 힘을 많이 주지는 말기
허벅지로 감싸되 느슨한듯 아닌듯 감싸기
상당히 알듯말듯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내가 고개를 끄덕끄덕끄덕거리며
내일은 꼭 그런걸 신경쓰며 타봐야 겠어요!!라며
의지를 불태우자
갑자기 싱긋웃으면서 답하셨다
-
아니에요
신경쓰지 말고 일단은 그냥 즐기면서 타세요
머리 속으로 이거해야겠다 저거해야겠다 생각하면
오히려 경직돼서 더 잘 못타요
허리를 펴고 편안하게 앉아서 익숙해질 때까지 그냥 타세요
우아하게 타는 거 잊지 말구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응?
이 와중에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우아함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