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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나나 Apr 21. 2021

주 70시간 일하는 미친 일상

 백수로 3개월간 놀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힘들어하던 때가 있었다. 설거지나 청소일은 다신 하지 않겠다며 오클랜드 시내에 있는 카페란 카페는 죄다 걸어서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냈지만 단 한 곳에서도 연락이 없었다. 결국 다시 설거지를 하면서 집세를 간신히 내면서 거지 같은 생활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워홀이 끝나고 1년 후,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어 이젠 일을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없거나 사업 진행이 더딘 탓에 내가 일하는 3군데 파트타임 모두 여유롭고 한가했다. 특히 제약 회사일은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가서 파트타임이 3개나 있었지만 거의 매일이 방학처럼 늦잠 자고 여유로운 날이 더 많았다. 한국 식당도 코로나 여파로 손님이 뚝 끊겨 하루에 손님이 20명도 안 오는 날이 많았고 초밥집 역시 여유롭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은 제약회사가 바빠지면서 발생했다.

 주 1회에서 주 4회로 출근하게 되면서 늦잠을 자는 일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오전 9시까지 20분간 운전해서 출근한 후 오후 3시에 퇴근, 20분 잠시 쉬고 30분간 운전해서 한국식당에 도착하면 밤 10시까지 일을 한다. 손님이 최근 부쩍 늘어서 정신없이 식탁을 치우고 음식을 나르면 일이 끝날 때 즈음에는 녹초가 된다. 평일을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일한 후 주말에는 초밥 가게에 가는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초밥을 말다가 끝난다. 주말에 일이 끝나면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거나 집에 와서 유튜브나 영화 한 편을 보면 하루가 끝이 난다. 계산해보니 주 70시간에 육박하는 노동을 한 지 3주째다. 아침잠이 많은 올빼미로서 누워서 핸드폰 좀 만지작 거리다 보면 어느새 새벽 1시가 넘어간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상이 아직도 적응되지 못해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린다. 요즘에는 너무 많이 서있다 보니 무릎과 발목이 아프고 하루 일과가 끝날 때 즈음에는 머리가 아프고 몸이 무겁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남자 친구와 다투기도 자주 하는데 그러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배가 된다.

 일이 없어 미칠 것 같은 때보다는 확실히 지금이 더 좋다. 적어도 통장에 쌓이는 돈을 보고 있으면 내심 흐뭇하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역시나 넘치지도 부족하지 않은 것이 최고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일이 없으면 정신적으로 힘들고 일을 많이 하면 육체적으로 힘이 드니, 힘들지 않고 돈을 벌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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