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미만 청소년이 읽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이 멈추었지만 나는 주 7일 근무로 코로나와 상관없이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다. 파트타임 3개를 돌리니까 주 7일 근무가 완성이 되었고 요일별로 다른 일상이 주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2달 만에 키위 친구 재키와 가비를 만났다. 친구들도 나 못지않게 바빠서 그동안 얼굴을 못 봤는데 드디어 시간이 맞아, 우리 셋은 대박 바비큐라는 한국 뷔페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만날 때마다 우리가 루틴으로 하는 것은 식사 후 코인 노래방에 가는 것이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어딜 가나 많은 인파에 북적거렸고 코인 노래방 역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빈방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옆 가게 카페에 가서 빙수를 주문해 먹었다. 겨울에 빙수가 웬 말이냐 싶겠지만 뉴질랜드의 겨울은 한국의 초 봄 같은 날씨인지라 빙수가 4계절 잘 팔린다. 빙수 라지 사이즈를 세명이 뚝딱 해치우고 다시 코인 노래방에 가보니 우리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순서가 바뀌어있었고 우리는 또다시 30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서서 기다리는 동안 문득 클럽에서 남녀가 가까이 붙어서 춤을 추는 모습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해 키위 친구들에게 물었다. 재키는 내게 grinding on이라는 말을 쓰면 된다고 알려주면서 grind가 뭔가를 갈거나 부비적 거리는 모습을 가리킬 때 쓴다고 부연 설명까지 친절하게 해 주었다. 그리곤 내게 한국어로는 어떻게 말하냐고 묻기에
"Um.. 부비부비"
"What??"
부비 부비라는 단어를 듣고 재키와 가비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영어 단어 중에 욕은 아니지만 가슴을 비 속어 격으로 표현하면 , boobs 혹은 booby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면 젖탱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부비부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키위 친구들 귀에는 '젖탱이 젖탱이'라고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박장대소를 하며 웃은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클럽에서 쓰는 말을 알려주었고 이를 계기로 우리는 뭐만 하면 부비부비 단어를 연관 지어 말하면서 웃고 떠들었다. 사실 이게 그렇게 웃긴 일도 아닌데 우리 셋은 울면서 웃었다. 너무 웃어서 나는 입이랑 배가 아팠다. 그리곤 혹시 주변에 영어를 말하는 사람이 있는지 눈치를 봐 가면서 그 단어를 조심스레 사용했다. 한국에서는 전혀 가슴과 관련하여 그 단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부비라는 단어가 가슴 breast의 비격식으로 쓰이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앞으로는 상황을 가려서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 그다지 웃기지 않은 소재들도 재키 가비 자매와 함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웃긴 웃음 버튼이 된다. 그녀들은 내가 뉴질랜드에 와서 만난 가장 마음이 예쁘고 재밌는 친구들이다. 남자 친구도 뉴질랜드에 없이 혼자 있는 나를 위해 크리스마스에도 집에 초대해주고 이삿짐 옮기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도와준다. 생일에는 서프라이즈 선물을 해 주고 쉬는 날에는 함께 배드민턴을 치기도 한다. 서툰 나의 영어 덕분에 웃음이 끊길 일이 없고 내가 궁금해하는 영어 질문에는 항상 성의껏 정성스럽게 대답을 해준다.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오늘도 나는 배꼽 잡고 눈물 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