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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Oct 04. 2018

제주도민 7개월차 가죽 곰팡이와 싸우다

인생 처음으로 가죽 곰팡이 제거약을 구매했다


제주도민이 된다면 필요한 필수품이 세가지가 있습니다.


1. 차

2. 제습기

3. 음식물 쓰레기용 티머니 카드


여기서 2번 제습기는 제주도민이 되었다면 겨울이나 여름이나 끼고 살아야하는 필수품 중의 필수품입니다.

겨울에는 추워서 좀 덜 습했는데

(하지만 여전히 습해서 빨래 마르는데 2-3일 걸린다)

여름에는 정말 습해서 바다를 끼고 살면 습하다는 말을 정말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제주도 여름보다 가을이 훨씬 좋네요.)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습도를 표시할 수 없다....


제주도민분들이 습하다 습하다 하셔서 습하구나 했지만

어느 날은 온습도계의 습도가 터지질않나

(에어컨 제습 모드를 켜니까 97%로 돌아왔다고 한다)

빨래는 한없이 마르지 않아서 코인세탁소 건조기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건조기에 맛들이고 나서는 끊을 수가 없어요.

너무 편함.



먼지가 아니라 곰팡이었다. 이건 한번 닦아내고 그 뒤에 핀 곰팡이를 찍어서 비교적 양호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을 겨울 옷을 걸어둔 행거를 뒤적이다가 충격적인 것을 보았습니다.

엄마가 물려주신 가죽 자켓에 곰팡이가 아주 예쁘게 잭슨 폴록 그림처럼 피어있었던거죠.

당황한 나머지 물티슈로 쓱쓱 닦아내고 햇빛에 건조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걸어두었지만 잠시 방치한 며칠 사이에 그늘진 부분에 있던 한쪽만 곰팡이가 촘촘히 올라와 있었습니다.

지긋지긋한 곰팡이... 그렇게 세번인가 닦아줬지만 가죽이 상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더라구요.

제주도에서는 가죽자켓을 보기 힘든 이유가 바로 습도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서울살면서 관리라곤 한번도 안해봤던 가죽자켓에 하얗게 곰팡이 꽃이 피다니...

(비싼 옷 사도 제주도에서는 부질없다는 이유가 이것이었나보다.)

제주도에서 가죽자켓만 전문으로 수선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어서 밤잠을 못 이루고 고민을 했습니다.

몇십만원짜리 가죽 자켓을 버리고 새 가을 자켓을 살 돈을 아껴서, 곰팡이 제거 약이라도 사서 셀프로 곰팡이 제거를 하는 게 어떨까. 하지만 예전 야구 유니폼 글씨를 물파스로 제거하다가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건 돈주고 다시 살 수 없는 엄마의 복고풍 가죽 자켓.

우선 인터넷에서 곰팡이 제거약을 찾아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에 실제 후기 포스팅도 적어서 더 불안해졌습니다.

그나마 있는 후기는 업체에서 적은 것이 훨씬 많았는데, 가죽 곰팡이 제거 상품에 달린 별점 후기를 체크하며 가격도 착하고 가죽 보호제도 함께 들어있는 세트를 구매했습니다.

망한다면 그 때 업체에 맡기자는 생각이었죠.

가죽 자켓은 어차피 비싸니까 새로 산다 생각하고 업체에 맡기기로 하고 3만원대 곰팡이 제거제 키트를 할인받아서 2만원대 후반에 구입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얼마나 반갑던지.

곰팡이와 함께 숨쉬는 삶을 얼른 청산하고 싶어서 휴일만 기다렸습니다.

휴일에 외출을 앞두고 나를 기다리는 동행인을 앉혀놓고 급하게 뜯어서 가죽 재킷에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도 더 곰팡이를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오래 방치하면 가죽이 상한다고 하네요.)



가죽자켓이 규칙적으로 구멍이 난 타입이라 곰팡이 제거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쉬웠습니다.


장갑을 끼고 키트에 동봉된 천을 가위로 잘라, 약을 짜서-

약간만 짜도 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15번은 반복한 듯.



바르고 바르고 바른 다음, 말리면 됩니다.

며칠 경과를 보고- 다시 곰팡이가 피는 것 같으면 다시 바른 다음에 가죽 보호제를 바르라고 되어있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는 상태로 며칠을 보냈습니다.


바르고 며칠 지나니 약을 깜빡하고 못 바른 가죽 틈새 부분에 살짝 곰팡이가 올라왔을 뿐, 이상이 없어서 추가로 약을 더 꺼내 발라주고 보호제는 나중에 발라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혼자 대박템을 찾았다며 기뻐하며 지인들에게 빌려줄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오늘 나같이 곤란한 상황에 쳐한 분들을 위해 후기를 적으려고 주섬주섬 제품 사진을 꺼냈는데...

(효과를 확신할 수 없어서 외출 직전에 급하게 사용하고 외출했기 때문에 제품 사진은 방금 찍었는데)



음... Mold REMOVER가 곰팡이 제거제라고?



그런데 내가 사용한건 약간 불투명한 하얀 색이었는데...



엌...........



곰팡이 제거에 가죽 보호제를 치덕치덕한 나

그러고 효과에 만족스러워하며 후기를 쓰는 나



여러분 엄청 강한 곰팡이가 아니라면 가죽 보호제로도 충분히 아주 잘 곰팡이가 제거됩니다.

어허허헠


돈주고 산 후기임으로 제품명이나 브랜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0만원짜리 곰팡이 제거제는 안사도 될 거 같아요.

그건 너무 비쌈...



>제주도민 7개월차<


가죽 곰팡이 제거제와 가죽 보호제를 득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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