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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Oct 20. 2018

당신에게 추억을 팔겠습니다

붕어빵 아줌마 당신의 이름은 몰라도 나는 당신의 따뜻한 붕어빵은 기억해요


아줌마, 아줌마는 우리 아파트 후문 그러니까 내가 사는 한양아파트 6동을 나와 후문의 쪽문으로 나오면 왼쪽 골목길 전봇대 옆 구석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었죠.

작은 천막처럼 비닐을 두루고선 사람이 있건 없건 붕어빵을 굽고 있었어요.

아줌마 붕어빵은 무척 맛있어서 저랑 엄마랑 여동생은 자주 그 곳에 멈춰서 붕어빵을 사서 나눠먹곤 했지요.

추운 겨울에도 그 천막에 들어가면 참 따뜻했던 기억이 나요.

엄마를 졸라 천원을 받아서 붕어빵을 사오기도 하고, 동생과 같이 서서 용돈으로 사먹기도 하고, 가끔은 하교하는 저를 불러 붕어빵 하나를 쥐어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터진 붕어빵 하나가 무어라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그 길이 무척 행복했어요.

아줌마 붕어빵은 맛있었으니까요.

겉은 바삭한데 속은 안 익은 곳 없이 말랑하고 단팥을 너무 달지 않고 너무 많지 않게 골고루 들어있었어요.

어딜 가도 아줌마의 붕어빵이 제일이었죠.



나는 그 기억과 그 추억으로 삼양동 골목에서 빵을 굽습니다.

붕어빵을 굽듯 내 빵을 구워요.

어린 아이들이 오면 뭐든 하나 쥐어주고 싶어 안달이 나죠. 나도 아줌마처럼 붕어빵을 구웠다면 더 좋았을까요?

내 빵은 재료가 너무 좋아서 비싸고, 조금밖에 못 구우니 아이들이 와도 맘놓고 줄 것이 없어요.

오죽하면 팔던 것을 잘라 주고 싶을 정도일까요.

나는 이 동네 아이들에게 이름이나 얼굴이 기억되진 않겠죠.

아이들은 너무 어리고 나는 그냥 빵집 사장님이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하원하는 날에 들렸던 작은 초록색의 빵집을 기억할 수는 있을 거예요.

달달한 크림이 가득 들어 툭하고 터지는 검은 모닝빵을 기억할 수도 있고요.

사르르 녹는 치즈 케이크를 기억할 수도 있겠죠.

아니면 손에 쥐어줬던 바삭거리는 달콤한 머랭 쿠키를 기억할지도 몰라요.


아줌마 나는 빵보다 아줌마처럼 추억을 팔고 싶어요.

아줌마가 팔았던 붕어빵은 아줌마의 생계이고 가족을 먹이고 키우는 수단이었겠지만 제게는 추억이었어요.

지금도 그립게 생각나는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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