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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Jan 11. 2016

스물아홉, 북유럽 여행 준비하기

제이드, 핀란드 남자 친구와 결혼한다고?



보통의 사람들은 여행을 어떻게 준비하게 될까?

친구와 함께 여행 계획을 짜거나, 저렴한 항공권을 보고 여행을 준비하게 되지 않을까?

혹은  여름휴가 날짜를 세어보고는 어디로 여행을 갈지 정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전히 여행 횟수가 많지 않은 나에겐 북유럽은 정말 멀고 먼 언제 가볼까 싶은 곳이었고, 이왕 여행을 갈 돈이 생긴다면 한 5순위쯤으로 뽑아볼 수 있을법한 곳이었다. 세상은 넓고 너무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가뜩이나 유럽은 멀고 고른다면 어느 나라를 골라야 할지 우유부단한 나로써는 정말 여행 계획을 짜기 어려웠으니까.


그런데 뜨거운 햇살이 조금 견디기 어려운 여름날, 회사 직원들과 다 같이 점심 식사를 하러 가까운 기사 식당에 왔는데 언제나 그렇듯 조근조근 예쁜 목소리로 말을 하는 제이드가 갑자기 폭탄 발언을 했던 것이다.


"나 곧 결혼해서 핀란드로 가. 7월에 퇴사하게 됐어. 12월까지는 핀란드에 있을 거니까 놀러와."


두 테이블을 이어 붙여 옹기종기 모여 앉은 7명의 나를 포함한 여자 직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이드가 퇴사한다고? 여자 직원들이 많은 회사 분위기상 외국인 남자친구와 결혼하는 제이드의 행보도 놀랍거니와 결혼과 동시에 핀란드로 간다는 것도 뜨거운 여름날 기사식당에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같았다. 그 날 점심은 다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제이드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 몇 번의 질문 끝에 제이드는 12월 이후의 일정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꼭 한국에 돌아온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제이드 나 진짜 핀란드에 놀러 가도 돼?"


일이 바쁜 회사의 성격상 길게 이야기를 해본 적도 별로 없었고, 심지어 나와 제이드는 팀이 달랐기에 절친하다고 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몰랐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에서 문제가 생기면 제이드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았던 일이 잦았기에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조금이나마 제이드에게 마음을 의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결혼해서 핀란드로 간다니 축하하는 마음도 절반 있었지만 이렇게 헤어지기에는 아쉽다는 마음도 절반이었다. 하지만 내가 진짜 핀란드에 놀러 간다면 제이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회사 동료가 아니라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이드는 내가 봐도 정말 착하고, 제이드가 말한 놀러 오라는 말은 결코 빈말처럼 들리지 않았으니까. ( 나만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에 회사 직원들은 내가 연말에 제이드에게 놀러 간다는 말을 내가 여행 떠나기 직전까지 놀라워했다. )


"고운 진짜 놀러와! 나는 아직 가서 뭐할지 계획이 없어서, 그래도 12월까지는 확실하게 핀란드에 있을 것 같아."


착한 제이드는 웃으며 그 뒤에는 남자친구인 야니의 행보에 따라 아프리카를 갈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리고 제이드가 퇴사하기 전까지 어느 항공사의 비행기 티켓이 핀란드까지 제일 저렴한지 일하는 중간에도 나와 이야기하기도 했고 핀란드에 도착하면 헬싱키에서 며칠 관광을 하고 핀란드의 오울루라는 도시에서 지낼 거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핀에어의 뉴스레터를 받기 위해 핀에어에도 가입을 했다. 그 후에도 나는 제이드와 커피를 마시며 제이드에게 인륜지대사를 멋지게 결정한 제이드가 정말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왜 북유럽 여행 계획을 짜게 된 걸까. 그건 아직도 미스터리다. 다만 지나가는 말로 가족들에게 역시 지인이 있을 때 북유럽을 한 번 가보는 것은 좋지 않을까 이야기했고, 내 기벽을 잘 아는 엄마가 한소리 거들었을 뿐이었다.


"당연히 그 나라에 지인이 있을 때 가는 게 제일 좋지. 언제 북유럽에 친구가 있겠어."


내 인생에서 엄마의 말씀은 가끔 무모한 일을 저지르는 것에 근거가 되어주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신년 운세 같은 것이다. 이사하고 싶은데 이사하면 길하다고 나온다면 이사하는 것이고, 소개팅 할까 망설이는데 별자리 그 주의 운세에서 연애운이 좋다고 나오면 소개팅 하는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인데 마땅히 결정할만한 스위치가 없을 때, 정말 아니다 싶은 일은 막을 수 있으니까.







북유럽 여행을 결정할 때 미리 알아두었다면 좋았을 정보


1. 북유럽은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일어나고, 겨울에는 9시쯤 해가 떠서 오후 3시 전에 해가 지는 짧은 낮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백야 현상으로 긴 관광시간도 물론이거니와 쾌적한 기온 그리고 수려한 자연환경 덕에 북유럽의 관광 성수기는 여름이다. 단 겨울에만 오로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겨울 여행시에는 오로라 헌팅을 포함한 다양한 겨울 액티비티 상품들이 많다. 겨울에는 낮 시간이 짧아서인지 박물관이나 미술관등도 오픈 시간이 오후 4시에서 5시쯤으로 매우 짧으니, 겨울 관광시에는 유의할 것.


2. 북유럽 국가들 간의 이동은 비행기, 기차, 페리 등 다양한 수단이 있다. 시간대나 이동 수단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도시 관광을 즐긴다면 비행기 스케줄을 찾을 때 in/out을 같은 도시로 하지 않고 다른 도시로 한 뒤에 중간 이동 수단을 저렴하게 찾는 것도 방법이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여행 계획을 본격적으로 소개할 때 안내하겠다. )


3. 오로라 헌팅은 북쪽으로 올라가야 더 수월하다. 기상이 깨끗하고 (구름이 없고) 달이 밝지 않고 자기장이 강한 날 관측이 수월한데, 우선 도시에 있으면 도시 불빛이 강해 관측이 어렵다. 도시 호텔 잡아놓고 북유럽에 오기만 하면 오로라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라고 생각한 건 내 뼈아픈 실수. ( 제이드 집 앞에서 오로라가 보인다길래 제이드 집이 얼마나 도시 외곽인지는 몰랐었다. )


4. 진정한 겨울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다면 날씨가 애매한 12월보다는 1월, 2월을 추천!






나는 그 뒤에 루프트한자 프로모션으로 헬싱키 in/out을 찾아보았다.

왕복 85만 원, 출근길에 호기롭게 모바일로 결제한 내 북유럽행 티켓!

나중에 엄마는 농담으로 알아듣고 정말 결제를 했느냐고 물어보셨지만 정말 이미 결제했는 걸 뭐. 통장에서 돈 빠져나가는 건 순식간이다.


비행기 티켓을 결제하자마자 제이드에게 카톡을 보냈다.


"제이드 나 비행기 티켓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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