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그녀
자기 주장 강하던 햇빛이 살짝 고개를 내릴 때 즈음 3호점을 찾았다. 1호점, 2호점하고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조금 더 있는 3호점. 문을 열어 3호점 특유의 세탁 잘 된 침대보 냄새를 만끽하고서 지하 아지트로 내려갔더니, 물이 송골송골 맺혀있어 딱 봐도 시원해 보이는 맥주를 들이키며 티비를 시청하고 있는 유미를 만날 수 있었다.
“와 유미 퇴근했어?”
“그럼그럼~”
“맥주ㅋㅋㅋ 지금 한 편의 시트콤에서 퇴근 후 삶을 만끽하는 주인공의 느낌이야.”
“그럼그럼. 이런 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삶의 낙이지.”
“유미 그 미술품 투자 플랫폼이었나.. 맞아 아트블록(ArtBloc)에서 일했었지? 요새 회사는 좀 어때?”
“회사와는 항상 밀당의 관계에 있지”
“어떤 기 싸움 같은건가?”
“기 싸움이라기 보단 다닌지 1년 2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1년 정도 되었을 때 권태기가 살짝 왔었어. 지금은 이제 권태기로부터 회복했지. 인더스트리 자체가 내가 관심있는 분야이고, 회사 사람들도 정말 좋고. 그래서 직업 만족도는 좋은 편이야. 근데 왜 물어봐?”
“그냥 궁금해서~”
슬금슬금 인터뷰 기록용 랩탑을 꺼낸다.
“너 이거 인터뷰 글 쓰려고 하는 거지”
“들켰다”
“그래 써라 써써”
“감사합니다~! 아침에 깨서 회사 가는거는 좀 할만해?”
“사실 아침에 내가 알람을 잘 못들어. 근데 그러면 룸메인 보경이가 내 침대 안에다가 모닝콜 울리는 핸드폰을 톡 던져 넣어주면 또 일어나게 되더라고. 그리고 눈꼽 떼고, 세수하고, 일어나자마자 영생쥬스를 마시지. 그러고 나서 아지트 요가룸에서 아침을 깨우는 나만의 체조를 해. 그러면 대충 출근 준비 완료.”
“룸메가 아침 기상에 큰 도움을 주는구나~”
“그렇지. 룸메랑 친해. 관계 아주 좋아. 논스 내에서 거의 룸메들하고 가장 친하다고 볼 수 있어. 보경, 정민, 지현 이렇게."
“4인실에 살고있어? 4인실은 어때?”
“다인실은 그만의 매력이 있지. 나는 고등학교를 용인외고를 다녔는데, 그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거든. 오히려 그래서 나는 집에 퇴근하고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고, 오디오가 비는 걸 못 참았어. 혼자 있을 때 음악이 정지되면 그걸 못견디겠더라고. 이전에 나는 혼자 있는 걸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자취하면서 느낀 건 나는 혼자 있는걸 더 선호하지 않는다는거지. 홀로 자취할 때도 친구들 항상 데려와서 술 마시고 그랬어. 월세는 한 60만원 정도로 비쌌는데, 오디오가 비는 것도 그렇고, 외풍이 엄청 심해서 시험기간이면 도서관에서 자고 그랬어. 그래서 요즘에 퇴근하고 와서 집에 인기척이 있는게 엄청 소중한 것 같아."
“아이고.. 고생하며 살았구나.. 유미는 논스에 언제 오게 됐어?”
“나는 3호점이 아직 없을 때에 논스에 오게 됐어. 특히 같은 연대 친구 승은이가 논스에 들어오게 된 큰 이유 중에 하나야. 학교 다닐 때에는 서로 몰랐는데 블록체인으로 알게됐어. 그 당시에 나는 스타트업에 사실 관심이 조금 있긴 했는데, 주변 친구들이 모두 로스쿨, 고시 등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창업 쪽은 나와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었어. 그래서 나 혼자였다면 선뜻 논스에 들어올 생각을 못했을 텐데, 승은이도 나랑 같은 마인드더라고. 논스 입주는 타인이 정해놓은 어떤 정해진 길을 벗어나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삶의 형태에 노빠꾸식으로 다이빙하는 의식같은 거였어.”
"논스 입주는 다이빙하는 의식"
“유미도 구논스 멤버였구나, 지금이랑 비교하면 어때?”
“음.. 나는 똑같다고 느끼는데, 그 때는 좀 하드코어했지. 구 논스는 구 논스만의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해. 너무 블록체인 블록체인 하니까 조금 배타적일 수 있었겠지? 우리는 재밌었는데, 맨날 블록체인 얘기밖에 안 하니까 외부 사람들이 보면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는 것 같아."
"그 때는 지금보다 문화 자체는 조금 폐쇄적이었구나?"
"응, 그 당시만 해도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 내 방 왼쪽에는 승은 살고 오른쪽에는 성동 살고. 무슨 도미노처럼 입주를 한 것 같애. 입주하기 전부터는 논스의 블록체인 스터디인 ‘크립토 터틀’을 1년 넘게 하고 있는데.. 그것도 스터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사니까 보통보다 더 성실하게 하게되는 것 같긴 해"
"옛날 논스 얘기 들으면 신기한 것 같애"
"그지? 하여튼 나는 그 때도 지금도 둘 다 즐거워. 그 때는 논스 없어지는 거 아닌가 걱정 좀 하긴 했지. 그러고 보니 의준이랑 작년에 진짜 재미있게 놀았는데 요즘 의준이가 바빠서 자주 못 노네. 의준이랑 나랑 좋아하는 옷 스타일이 비슷해서 화장실에서 서로 옷 바꿔입고 패션쇼하고 그랬는데.. 진짜 재밌었지"
“오호.. 지금의 논스는 유미한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어?”
“지금 논스는 내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거의 98%? 하루 시간의 100%를 논스에서 보내고 있어. 내 핸드폰 카톡을 보면 앞 10개 채팅방 중에 논스 채팅방이 거의 대다수야. 논스 소모임 그룹챗, 벙개방, 개인톡 등.. 오늘 또 진경 언니랑 회사에서 사업적으로 협업하는거 관련해서 카톡하고. 일도 논스 사람들이랑 하네. 지금은 나는 모든 게 논스야.”
“지금의 유미한테는 논스랑 삶을 떼어놓을 수가 없네.”
“그러네. 그렇게 보면 이제까지는 가족, 학창시절 친구들이 앵커였다면 지금 내 삶의 단계에서는 논숙자들이 앵커 포인트라고 생각해. 내 마음 베이스에 자리잡고 있는 그룹"
"마음의 앵커"
"논스에서는 특히 공유재산이 많은데 내가 뭔가를 스스로 제공하는 것보다 뭔가 각자 한 두 물품씩 공유하니깐 내가 개인적으로 소유할 때보다 훨씬 적은 리소스로도 풍족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1호점에 있는 공유 옷장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 이건 또 다른거지만 입주자 교환 프로그램같은 걸 통해 2호점에서 사는 경험도 한 번쯤 해보고 싶어.”
“그럼 지금의 유미가 유미의 삶에서 하고 싶은 건 뭐야?”
“음.. 좀 빨리 성공하고 싶어.”
“성공?”
“응. 나의 성공의 척도는 일을 했을 때 느끼는 자유야. 논스 사람들이랑 최근에 이런 얘기 많이 하는데, 나는 되게 ‘내꺼’ 하고 싶어. 돈이냐 자유냐 둘 중에 하나 골라야 한다면 나는 자유를 선택하고 싶어. 일을 하기 싫거나 그런게 아니고 구속 당하는게 싫어.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작업 방향이 따로 있음에도 조직이라는 것은 개인이 맞춰야 하는 상황이 많으니까 말이야."
"시작한다면 어떤 아이템?"
"나는 하게 된다면 펫 관련 사업을 하고 싶어. 그런데 시작을 하기가 여의치가 않아. 나의 게으름도 있지만, 핑계를 대자면 지금 내 본업이 하루 일과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많아. 퇴근하고 나서도 본업 관련해서 생각해두어야 하는 부분도 많고. 그래서 느낀건데 본업이 있으면서 사이드 프로젝트 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부지런한 사람들인 것 같아. 어지간히 성실하지 않으면 못하는 일인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논스에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항상 동기부여를 받곤 하지.”
“논스에서 건강한 자극을 많이 받는구나.”
“응. 지금 주연이가 프레제뉴 플랫폼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퇴근 후 불철주야 일하는 것도 그렇고 존경스러운 삶의 자세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논스에 많아. 어려서부터 5지선다형 객관식과 같은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것을 한 번도 진지하게 고려해 본 적은 없었어. 그런데 논스에 오고 나서 각자의 삶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논스 사람들 덕분에 삶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것을 특히 느꼈어."
"다양성의 힘은 정말 무시 못하는 것같아"
"그래서 역시 나를 논스에 있게 하는 이유는 사람이야."
"사람?"
"응.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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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아트블럭 #예술 #맥주한캔 #성공 #척도 #3호점
작성 김다형
편집 김영원
1. 도전(Challenge): 뭉치면서 함께 도전하는 정신
2. 진정성(Sincerity): 혁신을 품은 장인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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