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 위에서
나중에 딸이 커서 어렸을 때 엄마 아빠와 보냈던 시간들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딸에게 따듯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편이다. 이왕이면 나도 재밌게 살고 싶어서, 이것저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고, 딸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후에, 딸이 오케이 하면 같이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누구도, 무엇이든 억지로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2년 조금 전에는, 공중에서 요가를 하는 플라잉 요가를 해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체험 수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딸에게 같이 할 건지 물어봤더니, 본인도 하고 싶다고 해서 2인 1조 수업을 신청했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고, 유연한 편이지만, 공중에서 무얼 한다니, 그리고 해보지 않은 것이니 어떤 식으로 하게 될지 전혀 알지를 못한 채로 첫 수업에 갔었다.
수업하는 곳에 들어가자마자, 내가 사랑하는 샌달우드 향이 코를 자극하여 기분이 좋아졌고, 선생님의 낮고도 안정적인 목소리가 곧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플라잉 요가를 할 때 사용하는 해먹을 처음 보았다. 주름이 멋지게 진 부드러운 느낌의 패브릭이었다.
플라잉 요가는 해먹의 길이를 각자 키에 맞추어 조절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첫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따라 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진도를 팍팍 나가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해먹에 거꾸로 매달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 모양을 만드는 자세인 샹들리에까지 하게 되었다. 딸도 역시 당시 저학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따라 하면서 샹들리에 자세를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나는 혼자 또는 딸과 둘이 선생님과 시간을 맞추어 수업을 간간이 받게 되었다. 정해진 요일과 시간이 아닌, 내가 원하는 때에 미리 시간을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 수업 때는, 샹들리에 자세로 거꾸로 매달려있다가, 몸을 바로 세워 해먹 위를 잡고 다빈치 자세를 만들어보았는데, 이때 딸이 아직 힘이 부족하고 요령이 없어서 다빈치 자세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그만 힘들다고 울고 말았다. 나는 눈치 없이 성공했으니... 딸의 서러움은 더욱 컸을 것이다.
딸이 속상할 것 같아서 잠시 달래주고, 수업을 이어나갔고, 딸은 조금씩 다시 집중하기 시작해서 수업이 끝날 때 즈음엔 언제 울었냐는 듯이 선생님의 콜링대로 자세를 척척해나갔다.
아직 어린 딸은, 내가 선생님과 이런저런 말씀을 나눌 때, 해먹 위에서 왔다 갔다 그네 타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했지만, 어렵다고 생각되는 자세를 성공하고 나니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 것 같았다.
중력을 거슬러 공중에서 해먹의 위아래를 왔다 갔다 하면서 몸의 균형을 잡았다 몸의 힘을 모두 뺐다 하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한 공간에서 딸과 함께 몸을 움직이고, 크고 작은 시도와 도전을 해보면서, 실패와 성공을 겪어보는 것이, 그러면서 울다가도 웃는 그 모든 시간이 정말 황홀 할 정도로 좋았다.
딸에게 또 물어봐야지. "딸, 플라잉 요가하러 갈래?"
우리 또 같이 날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