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타야겠습니다
코로나로 점심 운동도 제약을 받고, 야외 활동도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을 때 즈음, 막연히 보드가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상의 후, 이것저것 알아보고, 남편이 롱보드가 안전하겠다고 추천하였다.
그래 롱보드를 배워보자!
2020년 4월 어느 날...... 딸과 나란히 롱보드를 샀고, 보드 산 곳에서 속성으로 레슨을 받은 후, 집에 와서 유튜브를 보면서 어떻게 타는지 알아보았고, 실전에 돌입했다. 중심잡기는 어렵지 않았고, 속성 레슨은 나름 도움이 돼서 혼자 발 굴러 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동네에 보드나 킥보드, 자전거 연습을 하는 공간이 있어서 거기서 혼자서 보드를 타는데,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음악을 들으면서 바람을 가르니 기분이 너무너무 좋은 거다.
그렇게 주말에 조금, 저녁에 조금, 찬찬히 타면서 감을 잡다가...
보드를 산 지 몇 주 후에 다가온 노동자의 날 전일 오후에 6시간 정도, 휴일 당일 이른 아침부터 혼자 5시간 정도를 신바람 나게 탔다. 너무너무 즐거운 11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부터 문제는 걸을 때 왼발이 너무 아픈 거였다... 하지만 무식한 나는 '괜찮아지겠지'하며 일상생활을 이어갔고, 급기야 왼발은 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할 수 없이,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정형외과라는 곳을 가보았다. 발 부분 엑스레이를 찍고, 엑스레이 사진을 보신 선생님의 진단 결과, 족저근막염.
네? 족저근막염이요?
신나는 11시간의 보드 라이딩의 결과로 나는 부상을 얻어, 이후 한 달 반 동안, 반 깁스를 해야 했고, 걸어서 25분이면 닿을 회사를 택시를 타고 다녀야 했다. 그리고 두 달 동안은 보드를 타지 못했다.
발이 다 나은 후에는 선생님께 정식으로 레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보드 산 곳에서 무료로 해주는 레슨에 따라갔다가, 레슨 해주시는 선생님께 개인 레슨도 가능하냐고 문의했고, 그다음 주부터는 주말에 딸과 나는 각각 한 시간씩 롱보드 타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가을, 겨울에 걸쳐서 레슨을 받았는데, 추운 날, 따듯한 물과 커피를 싸들고 가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레슨을 기다렸지만, 막상 보드를 타기 시작하면 언제 추웠냐는 듯, 입고 있던 겉옷을 한두 겹 벗어야 할 정도로 열기를 느꼈다.
딸은 기술이 잘 안되어 속상해서 또는 힘들어서 울기도 했고, 나는 철퍼덕 넘어지기도 했지만 (우리는 헬멧, 무릎, 손목, 팔꿈치 보호대는 반드시 하고 탔고, 보호장비 착용에 예외란 없었다) 우리는 그 추운 겨울 보드를 잘 타보겠다는 일념으로 꿋꿋하게 레슨을 받으러 다녔다.
푸시오프부터 시작해서 180 스텝, 고스트 라이드, 피봇, 풋브레이크, 카빙 등 하나씩 기술이 늘어가면서 더 재미나게 탈 수 있었고, 넓은 공간에서 바람을 가르며 보드를 타는 그 느낌이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기에,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나뒹굴어도 보드를 탈 수 있었다.
아직은 초보지만, 언젠가는 좀 더 멋진 기술을 구사하고, 보드 위에서 댄싱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코로나로 공원이 닫히는 경우도 많았고, 롱보드 특성상 좀 무거워서 이리저리 들고 다니는데 한계가 있어 올해는 좀 뜸하게 탄 것 같다. 보드는 사계절 다 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보드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그래, 보드 타기 딱 좋은 계절이 오고 있어.
롱보드 들고 공원으로 가야지. 하지만 적당히 타야지, 또 깁스를 할 수는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