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 하나쯤은 있어야지

편안한 나의 안식처

by 최이립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닷가

미국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마음의 고향.

살다 보면 다시는 오기 싫어지는 곳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때는 얼마나 지겹고 지루했던지, 나에게 주었던 위로는 잊은 채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났던 곳.

떠난 후로도 이따금씩 그리워져 찾아오곤 했었다. 유일하게 이 동네 중에 가장 애정하고 아끼는 곳.

바다를 보면서 해안가를 드라이브하려고 네비도 없이 감으로 해안도로를 찾아왔다. 몸이 기억하는 길.


간만에 찾은 이 바닷가에는 여전히 삶이 넘쳤다. 가장 좋아하는 스팟에 주차를 했다. 캘리포니아의 필수품인 선글라스를 쓰고 바닷가 주변을 잠시 걸었다. 잠시만 걷고 오자!

바다 위의 부표마냥 줄지어서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 비키니를 입고 자유롭게 태닝을 즐기는 연인들, 짭쪼롬한 소금기 내음 가득한 바다향기, 적당히 부는 바닷바람과 해가 완전히 가려지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드러나지도 않을 정도의 구름, 모래사장 위를 누비는 강아지들과 야생 청설모들.

태양 밑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는 친구들과 간혹 나처럼 혼자 느긋이 여유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영혼들.


맞아. 원래 이랬지.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아서 기뻤다. 10년 정도가 지난 지금, 그때의 내가 애정하던 것들이 없어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단지 내가 가던 브리또 가게가 흔한 커피숍으로 변했고 항상 이유 없이 들리던 초콜릿 가게가 스시집으로 바뀐 것 빼고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들은 여전했고, 모든 것이 적당하여 완벽한 하늘과 날씨는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이 동네를 들리면 항상 들리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여태 얘기하던 바닷가이고 또 하나는 내가 예전에 랜덤 하게 들린 브루어리 (brewery).

우연히 알게 된 이곳은 기차역 바로 앞에 있는데 혼자와도 하루 종일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고 심심하지 않은 곳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이따금 시끄러운 경적소리를 내며 관통하는 기차, 귀여운 크고 작은 강아지들과 맥주 마시러 오는 다양한 사람들. 항상 앉는 자리에 오늘도 앉아서 이 글을 쓴다.

오래간만에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좋았다.

언제 와도 마음이 트이고 행복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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