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친절이 얼마나 소중한지.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정이란 것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친한 듯 친하지 않은 거리감이 느껴지거나, 내 것을 나누어주기엔 삶이 너무 팍팍하다.
삶 속에 여유란 게 없어서 그렇다.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그렇다.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들고 숨 쉬며 1인분을 감당해 내기가 벅차다.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요즘,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바라는 게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재작년 겨울이었나,
출근하는 것이 너무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고 퇴사를 열심히 고민하던 시기에 몸이 아팠다.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는 나는, 내가 학교로 출근하지 않으면 남겨질 학생들 때문에 빠질 수 없었다. 누구는 하루정도는 쉬라고 하겠지만 내 마음이 그렇지 못했다. 열이 살짝 나는 상태로 두꺼운 외투를 입고 출근했다. 열심히 고속도로를 운전한 지 한 40분쯤 되었을까, 쿵, 하고 나의 머리가 세게 앞으로 흔들렸다. 학교에 도착하기 한 15분 전에 고속도로 위에서 사고가 났다. 좋지 못한 컨디션과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에 미처 앞차를 보지 못하고 내가 박아버렸다. 온갖 생각이 들었다. 별로 도덕적이지 못한 성격 때문인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사고로 인해 올라갈 미친 자동차 보험료와 얼마를 물어줘야 하는지 모르는 불안감에 '박튀 (박고 튀기) 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었다. 본성은 도덕적이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사회화가 잘 되었나 보다. 난 다행히 도망가지 않았고 가장 가깝고 안전할 것 같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곧이어 나에게 박힌 차가 내 뒤에 멈춰 섰다.
차에 가만히 앉아 내 차 뒤에서 다가오는 운전자를 보았다. 백인 할머니였다.
나는 당장 내려서 보자마자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다친 데는 없는지, 너무 죄송하다고, 몸이 아픈데 출근길에 너무 정신이 없었다고 사과와 변명을 반복했다. 나의 모습을 본 할머니가 나에게 한 말은 "Are you okay?"였다. 1초의 물음표였다. 내가 뒤에서 박았는데 왜 날 걱정해 주시지? 충분히 화날 만한 상황인데. 그러곤 내 이름을 묻더니 나보고 내 차를 한번 확인해 보라고 했다. 내 범퍼를 확인하곤 할머니의 차도 확인했다. 내 뇌가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큰 충격이었는데 차들은 상처 없이 멀쩡해 보였다. "차는 괜찮은 것 같아요. 할머니 정말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니 할머니가 대답하셨다. "난 괜찮아. 너 출근 중이랬지? 잠시 뒤돌아 볼래? 내가 가기 전에 너를 위해 기도해 줄게. 기도해주고 싶어." 이 말을 들으니 마음이 찡- 했다. 내가 몸이 아프니 안아주거나 직접적인 터치는 못하셨지만 뒤돌은 나의 등에다가 손을 얹으시곤 나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해 주셨다. '이 자매가 아침에 차 사고가 났는데 몸이 이미 안 좋다. 사고로 인해 다친 곳이 없음에 너무 감사하고 얼른 몸이 좋아지고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한 삶이 되길 기도한다'는 내용이었다. 함께 "아멘"하고 기도를 마치니 눈에서 절로 눈물이 났다. 할머니한테 울면서 감사하단 말을 계속 반복하며 당신이 나에게 해준 기도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모를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나의 보험사 번호도, 운전면허증도 받지 않고 갈길을 가셨다.
아파도 돌봐줄 사람 없는 이 타지의 외로운 생활 속에서 아픈 몸을 불구하고도 출근을 하려던 내게 우연히 받게 된 기도는 너무나 큰 위로였고 지금까지도 형용하기 힘든 감동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군가가 내 차를 들이받는다면 온갖 짜증과 화가 솟구칠 거다. 그 상황에도 온유함과 사랑으로 상대방을 대할 수 있을까? 이런 게 참된 그리스도인이겠지? 나도 다음에 할머니처럼 행동할 수 있는 성숙한 기독교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또 생각했다. 생각보다 나와 가까운 친구들은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을 때에 나 기쁠까, 오히려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일은 드물다. 이렇게 가끔씩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위로를 받곤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쓰는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이런 친절과 사랑이 다가오길 바란다.
그리고 똑같이 돌려주길 바란다. 이제는 희귀해진 찐 진심이 담긴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로써 나의 세상이, 당신의 세상이 더 따듯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