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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Dec 16. 2016

Forever Pure

최고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축구팀이 여기 있다!

Beitar FC는 예루살렘시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이다. 다른 이스라엘의 축구팀과는 달리 이제껏 단 한 명의 무슬림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았다. Beitar의 열성적인 팬덤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자주 이용되었고, 이를 이용해 예루살렘 시장직을 노리던 구단주 Acardi가 낙선되고 난 이후, 체첸 출신의 무슬림 선수 2명을 클럽 Beitar에 영입한다.


순수한 우리


<Forever Pure>는 IDFA  2016 여행을 준비하면서 출품작 트레일러를 보던 중 관심을 가지게 된 다큐멘터리이다. 축구란 스포츠에 반영된 민족주의, 이스라엘 사회의 광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고. 국가의 인지도로는 여느 나라에 뒤지지 않을 이스라엘이지만, 그 이스라엘 사회의 실제는 사실 생소하기에, 다큐멘터리란 망원경을 통해 다른 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족의 '순수성' 이란 민족주의가 꽤나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도 비판받고 있는 개념이다. 순수한 민족이란 실체가 있는가. 적어도 유전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관념으로는, 그리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얘기라면, 가능하다. 아니 거대하다 할 수도 있다.


응원하면 우리도... feat 한화 팬, 롯데 팬


스포츠팀에 대한 열성적인 응원이라면, 국내에도 지지 않을 팬덤이 다수 있다. 당장 떠오르는 근래에 KBO에서 가장 핫했던 팬덤인 한화 팬과 신문지와 봉다리 응원으로 유명한 롯데 팬도 빠질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고궁이나 맛집보다 더 자신 있게 추천해줄 수 있는 건 야구장 응원 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클럽 Beitar의 서포터스 La Familia에 비견하긴 힘들 것 같다.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결이 다르다. 전쟁이란 상황을 생활 속에 품고 사는 이스라엘 사회가 스포츠에 투영하는 폭력성은 더 이상 재밌지만은 않은 얘기다. 갓 스무 살 언저리의 어린 체첸 무슬림 축구선수들이 클럽 Beitar에 임대되어 와서 겪는 상황은 진지하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한다. 


인기 스포츠팀에서 프런트와 팬덤의 충돌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풍경이다. 단 그것이 실제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지게 될 땐 더 이상 가십거리로 얘기할 수만은 없게 된다. 클럽 Beitar의 선수들과 한 마당에서 공을 차고 자라온 La Familia의 팬들은, 그들의 순수성을 훼손한 체첸 선수 뿐 아니라, 체첸 선수들을 감싸는 Beitar의 기존 선수들에 대해서도 이빨을 드러낸다. 그 선수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열광적인 응원을 한 몸에 받던 인기 선수였다. 순식간에 태세전환 해버린 팬들의 모습에 당황한 Beitar의 조직력은 와해되고, 팀 성적도 곤두박질친다.



 '배타성'의 성난 얼굴


나와 다른 것에 선을 긋고, '선택받은' 우리끼리 어울리자는 배타성은 위력이 있다. 이스라엘 뿐 아니라 여러 사회 각계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 이기도 하다. 그 배타성이란 정서를 기반으로 한 군중들이, 감정을 맘껏 투출 하고자 모인 스타디움에 대고 스포츠의 본래 의미를 들이대다간 설명충으로 몰릴 뿐이다. 홀로코스트의 아픈 역사를 가진  후손들이 '이스라엘에서 가장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축구팀이 여기 있다'는 현수막을 자랑스럽게 휘날리는 풍경은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지만, 그 'Pure'한 용매에 치명적인 항원을 두 방울 떨어뜨렸을 때의 반응은, 그야말로 격렬하다. 


외부의 시선으로는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논리와 폭력의 장면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주체들의 표정은 매우 떳떳하다. 보고있으면 그들의 진정성에 설득당할 것 같다. 게다가 애초에 이런 위험한 실험을 기획한 구단주의 동기도 결코 'Pure'하다고 할 수 없기에, 선악을 구획하기 힘든 이 대립의 내러티브는 이야기가 진행돼도 긴장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루할 틈이 없다.


이스라엘 사회의 민낯


이 축구란 스포츠의 관중석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결과는 다큐멘터리에서 직접 보시길 바란다. 스포츠를 통해 분출되는 군중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실제 사회 변화의 큰 동력이 되는 건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단, 그것이 좀 더 위험한 증오와 분노의 광장에선 펼쳐질 땐 단지 문화체육계의 소관으로만 치부할 만한 무게가 아니란 것도 느낄 수 있다. 


타국을 여행하더라도 대부분 객의 신분으로 멋진 건물들과 음식 정도만 스쳐 지나가게 된다. <Forever Pure>는 여행객으로는 쉽게 보기 힘든 이스라엘 사회의 민낯을 조금 들여다보게 한다. 다큐멘터리는 종종 그런 시선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이다.



<Forever Pure : 예루살렘 그라운드의 무슬림 선수>  넷플릭스 링크

https://www.netflix.com/watch/80148223?trackId=13630398&tctx=1%2C1%2Ca5c0e906-76dc-413d-bcb8-6ffda5b36a63-174089907




<Forever Pure>의 IMDB 페이지

http://www.imdb.com/title/tt5529828/

<Forever Pure>의 트레일러

https://youtu.be/NU5Knh87PDU?list=PLYOXZzC5LI_zqIVO4cN-KKcATfrZyZc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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